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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보면 마음 아파"…코로나19에 이중고 겪는 장례지도사들

송고시간2021-12-29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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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이중고를 겪으면서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삼키는 이들이 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늘 긴장하면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까지 달래야 하는 장례지도사들이다.

상조회사 '벼리라이프' 소속 이종행(54) 장례지도사는 29일 "이제 시신을 장례식장에 안치한 뒤에 화장터로 가지만, 코로나19로 돌아가신 분들이 너무 많아지자 화장 일정을 못 잡아서 난리다. 수도권은 삼일장 중 못 잡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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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늘며 화장 일정 못 잡아 발 동동…격무에도 위험수당 등 없어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홍규빈 이승연 기자 =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고 장례식장만 다니다 보니 항상 위험성이 있죠. 염을 할 때도 이전보다 배는 더 조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장 고통스러운 건 유족분들이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이중고를 겪으면서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삼키는 이들이 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늘 긴장하면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까지 달래야 하는 장례지도사들이다.

비판이 제기된 '선(先) 화장 후(後) 장례' 지침도 아직 개정 추진 단계인 가운데, 사망자 증가로 폭증한 화장 수요를 현장이 감당하지 못하는 바람에 더욱 커진 유족들의 고통을 고스란히 나눠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상조회사 '벼리라이프' 소속 이종행(54) 장례지도사는 29일 "이제 시신을 장례식장에 안치한 뒤에 화장터로 가지만, 코로나19로 돌아가신 분들이 너무 많아지자 화장 일정을 못 잡아서 난리다. 수도권은 삼일장 중 못 잡기도 한다"고 말했다.

결국 조금이라도 빨리 화장하기 위해 지방으로 가게 되는데, 해당 지역 주민은 화장비를 15만 원만 내면 되지만 외부인은 100만 원씩 내야 하는 상황이라 유족들이 "화장장도 못 잡아 주면서 무슨 상조를 하느냐"고 항의하는 일도 부지기수라는 게 이 지도사의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19 사망자 수용 자체를 사실상 거부하는 장례식장과 유족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심지어 지금도 유족들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요구하면서 '하지 않으면 (시신을) 못 받는다' 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찾은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도 코로나19 사망자를 옮기는 전담병원 운구차들이 줄지어 늘어섰다. 화장장을 오가는 장례지도사들은 물론 운구 차량 기사나 환경미화원들의 얼굴에는 방역 긴장감이 여전했지만 그보다는 지난하게 반복되는 과정에 대한 피로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중앙보훈병원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전담 운구 차량 기사로 근무하는 강일수(68) 씨는 "가끔 고인 얼굴이라도 보여달라고 떼쓰는 유족도 있는데 늘 가까이서 보지만 안타깝다"며 "운명하는 것도 못 봤을 테니 유리를 사이에 두고 얼굴만 몇 초 보여주거나 정 힘들어하면 방호복을 입혀 잠깐 보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물론 나도 걱정된다. 지난달에만 시신을 수습하러 40번 들어갔는데, 방호복을 입었어도 중환자실 안에서 숨을 쉬니까"라며 "어쩌다 이런 세상이 왔나"라고 한숨을 쉬었다.

혜민병원에서 근무하는 운전기사 장모(56) 씨는 "요즘은 보건소도 바쁘니 방호복도 제때 잘 안 준다"며 "물론 그래도 유족들이 가장 힘들다. 관을 열어달라고 떼쓸 때는 우리도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 말을 마친 뒤 유족과 통화해 시신이 도착했다는 걸 알렸다. "지금 온 유족들이에요. 고인이 도착했다고는 알려드리고 있어요. 그러면 멀리서나마 지켜보실 수 있으니까."

서울추모공원 앞 코로나19 사망자 운구 차량
서울추모공원 앞 코로나19 사망자 운구 차량

[촬영 이승연]

국가재난대비 지정장례식장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코로나19 환자가 병원에서 사망하면 의료진이 초기 수습을 맡지만, 자가격리 혹은 재택치료 도중 사망할 경우 장례지도사들이 직접 시신을 수습하러 간다. 게다가 최근 사망자가 폭증하면서 야간 업무량도 늘어나는 등 격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적절한 보상은 없는 상황이다.

서울성모병원 성기영(44) 장례지도사는 "9월에는 여덟 분을 모셨는데 이달엔 스무 분 정도로 배 이상 늘었지만 월급제라 감염병 사망자라고 따로 위험수당을 받지는 않는다. 사명으로 일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요즘 자택에서 사망하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예전보다 위험에 더 노출돼있다. 유족이 안 계시면 시신 처리에 더 애로사항이 많다"며 '선 화장 후 장례' 지침 개정과 관련해서도 "유족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좋지만,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뜻 (일을) 하려는 장례지도사는 없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일하면서 어느 때보다 감정 노동에 시달리는 이들을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덕용 장례지도사협회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시국에서는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유가족들에게 싫은 소리를 들으며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는 게 장례지도사들"이라며 "다른 의료인들처럼 위험수당을 받는 것도 아니다. 코로나19 보호장구 등 최소한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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