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암침법 재발굴' 한의사 김홍경씨 별세
송고시간2021-12-25 12:14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조선 시대 전통 사암침법(舍岩鍼法)을 재발굴하고 방송 출연으로 한의학 대중화에 앞장선 한의사 김홍경(金洪卿)씨가 23일 오후 8시께 부산 백병원에서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제자인 이정환 혜민서한의원 원장이 25일 전했다. 향년 71세(호적상 1950년생).
고인은 대전고, 경희대 한의학과를 졸업한 뒤 조선 시대 '사암도인(舍巖道人)'이 만든 전통 침법인 사암침법의 원리를 깨달으려고 약 10년간 출가 생활을 하는 등 절을 오갔다. 1984년 서울 광화문에 신농백초한의원을 개원한 뒤 방학 기간에 한의대 학생을 대상으로 '사암도인 침술원리 40일 강좌'를 열었다. 2000년 10월부터 EBS TV 특강 '김홍경이 말하는 동양의학'(총 51회)에 출연해 화제가 됐고, '동양의학혁명'(1989), '동의에의 초대'(1990), '내 몸은 내가 고친다'(2000), '사암침법으로 푼 경락의 신비'(2001) 등 여러 저서를 남겼다. 2001년 대한한의사협회 공로상, 2013년 대한한의사협회 한의혜민대상을 받았다.
고인이 만든 사암한방의료봉사단의 정유옹 위원장은 "사암침법은 처방을 모은 책('사암도인 침구요결')만 전해질뿐 원리가 설명돼있지 않았는데 고인이 원리를 세웠다"며 "뚱뚱한 이는 마르게 하고, 마른 이는 살찌게 하는 식으로 음양의 원리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범용 경희대 한의대 외래교수는 "다른 침처럼 오장육부 가까운 쪽에 침을 놓지 않고 손과 발끝에만 놓는 게 사암침법"이라며 "맥이 끊겨 임상에서는 사용하지 않던 사암침법을 고인이 발굴해서 보급했다"고 평했고, 김남일 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고인 덕분에 사암침법의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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