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위안부 기술 모호한 교과서 원하는 사람 없어지도록 노력"
송고시간2021-12-23 06:00
"교과서 일률적 변경은 역사 실태 제대로 인식시키는 데 큰 문제"
"식민지에 관해 이 정도 역사 인식 없으면 이웃나라와 대화 어렵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제의 가해 행위를 제대로 다룬 일본 고교 교과서 저작자인 후루카와 다카히사(古川隆久) 니혼(日本)대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흐릿하게 쓴 교과서를 원하는 이들이 없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내년도 수요 조사에서 역사총합(總合·종합) 과목 1위를 차지한 야마카와(山川) 출판사의 교과서를 쓴 후루카와 교수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벌어진 문제 등을 제대로 썼다는 평가에 관해 "역사학의 기본"에 따라 쓴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일본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의 본질을 똑바로 이야기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지만, 그는 교과서를 제작할 때 자신이 해당 부분을 담당했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다음은 후쿠카와 교수와 연합뉴스의 이메일 인터뷰 요지.
-- 야마카와 교과서가 가장 많이 선택된 이유와 소감은.
▲ 최신 연구 성과를 가능한 한 반영하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기 위한 재료를 균형 있고 풍부하게 제시한 것이 요인이 아닐까. 고마운 일로 받아들인다.
-- 집필 때 중시했던 점은.
▲ 역사학의 기본에 충실할 것. 최신 연구 성과를 근거로 할 것. 세계 속의 일본이라는 시점(視點)을 잊지 않도록 할 것. 일본의 식민지에 관한 것도 제대로 쓸 것. 역사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기르도록 할 것 등이다.
-- 태평양전쟁 등과 관련해 야마카와의 역사총합은 당시 일본의 정책이 낳은 부정적 영향을 비교적 잘 전달하려고 한 것 같다.
▲ 이 시대 역사의 전체상을 그리는 데 있어서 당연히 써야 할 것을 최신 연구성과를 토대로 하면서 역사학의 기본에 입각해 썼더니 이렇게 됐을 뿐이다.
-- 여러 출판사 가운데 야마카와의 역사총합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관해서 가장 명확하게 기술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일본군 위안부나 징용 등에서 특별히 주목하거나 유의한 점이 있으면 소개해달라.
▲ 애초에 '일본인'은 '일본인'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도, 세계의 사람들과 여러 가지로 관련돼 왔으므로, 살아 올 수 있었고 앞으로도 그렇다. 근대 일본의 전쟁이나 식민지에 대해서 이 정도의 역사 인식이 없으면 이웃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근현대 역사에 관해 대화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 질문지에서 예시로 제시한 야마카와 역사총합 교과서의 위안부나 징용 관련 기술은 당신(후루카와 교수)이 담당했나.
▲ 그렇다.
-- 일본의 전쟁에 관한 교육에서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 가해자였기 때문에 피해자도 된 것이라는 당연한 인과 관계를 확실히 인식시키는 것이다.
-- 전쟁을 일으킨 국가이므로 가해자이고, 원폭 투하와 같은 참혹한 경험을 했으니 피해자이며, 이 두 가지는 원인과 결과로 이어져 있다는 취지인가.
▲ 조금 더 넓은 의미다. 메이지(明治) 시대를 포함해 충분한 의(義)를 세우지도 않고 힘도 없는데 주변 지역에 진출(한 것). 침략하고 그 결과 주변 지역과의 관계를 꼬이게 하고(대중국 21개조 요구 등), 더 나아가 모략에 의한 전쟁(만주사변)을 일으키는 등 제한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한 결과로서 동원·공습·원폭, 그 밖의 비참한 일이 있다는 것이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2021년 3월 30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일본 고교 역사 교과서에 일본군 위안부 동원에 관해 '여성이 위안부로 전지(戰地)에 보내졌다'는 취지의 설명(붉은 밑줄)이 실려 있다. 누가 피해자를 위안부로 동원했는지나 피해자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를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모호하게 설명돼 있다.
--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관해 모호하게 쓴 교과서를 어떻게 생각하나.
▲ 역사학자 축에 겨우 들어가는 자로서 그런 교과서를 채택하고 싶은 사람이 없어지도록 노력하고 싶다.
-- '종군 위안부' 혹은 '강제연행' 등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일본 정부의 답변서 결정을 계기로 교과서 출판사가 관련 설명을 차례로 수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교과서 저작자 혹은 역사학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 야마카와 교과서도 어느 정도 수정을 피하지 못했지만, 기술 방식을 궁리하거나 교사용 지도서에서 학계의 통설을 소개하는 등 영향이 최소한에 그치게 하려고 노력했다. 여러 가지 논의가 있는 것을 소개한다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일률적으로 변경시키는 것은 역사의 실태를 제대로 인식시키는 데 매우 문제이며 찬성할 수 없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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