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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zine] 새해, 땅끝에서 빛을 맞이하다 ②해남 송지면

송고시간2022-01-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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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역을 제외한 대한민국 육지의 동쪽 끝은 포항시 호미곶이다.

한반도의 땅끝은 맑고, 따뜻하고, 활기찼다.

사람들이 이토록 먼 땅끝을 찾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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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마을'의 대명사 해남

(해남=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땅끝까지 가봤나. 북한 지역을 제외한 대한민국 육지의 동쪽 끝은 포항시 호미곶이다. 육지 최남단은 해남군 땅끝마을, 최서단은 태안군 모항리이다. 한반도의 땅끝은 맑고, 따뜻하고, 활기찼다.

고천암호 철새도래지 일출. 두륜산 위로 해가 솟고 있다.[사진/진성철 기자]

고천암호 철새도래지 일출. 두륜산 위로 해가 솟고 있다.[사진/진성철 기자]

남쪽 땅끝 바다에는 섬을 오가는 여객선들이, 땅끝 호수에는 산책에 나선 철새들이 물길을 가른다. 명량해전 역사의 현장인 울돌목 바다에는 여전히 물살이 거세고, 달마고도에는 부처의 미소를 머금은 듯 햇살이 부드럽다. 여기는 한반도 최남단 땅끝 해남. 서울에서부터 1천 리, 최북단 함경북도 온성시까지는 3천 리. 사람들이 이토록 먼 땅끝을 찾는 이유는 뭘까. 희망을 찾아서? 새해를 앞두고 이곳을 향하는 사람들의 표정엔 새로운 다짐이 묻어난다.

◇ 명량해전 현장을 내려다보다…명량해상케이블카·울돌목스카이워크

울돌목 해협을 가로지르는 명량해상케이블카와 진도대교 [사진/진성철 기자]

울돌목 해협을 가로지르는 명량해상케이블카와 진도대교 [사진/진성철 기자]

바위가 운다는 '울돌목'. 한자로 표현하면 '명량(鳴梁)'. 물살이 소용돌이치는 바다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전승지다. 역사의 현장을 하늘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명랑해상케이블카와 울돌목스카이워크가 지난해 9월 생겼다. 우수영국민관광지와 진도타워도 함께 구경할 수 있다.

크리스털 케이블카 내부 [사진/진성철 기자]

크리스털 케이블카 내부 [사진/진성철 기자]

명량해상케이블카는 크리스털 케이블카 13대와 일반 케이블카 13대가 운행한다. 운행 거리는 편도 약 1㎞ 정도, 시간은 약 7분 정도로 짧은 편이다. 하지만 10인승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케이블카다. 특히 바닥이 유리인 크리스털 케이블카를 타면 바다 전망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울돌목 물살이 셀 때는 발밑에서 회오리치는 바다를 내려 볼 수 있고, 잔잔할 때는 간혹 상괭이도 볼 수 있다"고 관계자가 말했다. 저녁 무렵에는 하늘 위에서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크리스털케이블카에서 바라본 울돌목스카이워크 [사진/진성철 기자]

크리스털케이블카에서 바라본 울돌목스카이워크 [사진/진성철 기자]

울돌목스카이워크는 회오리치는 바다 위를 걷는 투명한 다리다. 총길이는 110m의 8자 모양으로 강강술래를 형상화했다. 밀물과 썰물이 맞부딪치는 조류 때에는 쉼 없이 물살 회오리가 생겼다 사라진다. 그런 바다를 오래 바라보면 현기증이 인다.

고뇌하는 이순신 동상(왼쪽)과 국내에서 가장 큰 이순신 동상 [사진/진성철 기자]

고뇌하는 이순신 동상(왼쪽)과 국내에서 가장 큰 이순신 동상 [사진/진성철 기자]

우수영국민관광지는 1597년 음력 9월 16일,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배로 왜선 133척을 격파한 명량대첩 유적지다. 명량해협에는 이순신 장군 동상 2개가 있다. 해남 쪽에는 실물 크기로 재현한 '고뇌하는 이순신 동상'이 바다에 발을 딛고 있고, 진도 쪽에는 국내에서 가장 큰 이순신 동상이 우뚝 서 있다. 군사훈련 체험시설인 막 타워(공수훈련탑)를 유적지에 맞게 재단장한 대첩비가 이색적이다. 포토존 '#여기오길잘했다♡'에서는 명랑해상케이블카와 진도대교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기에 좋다.

포토존 '#여기오길잘했다♡' [사진/진성철 기자]

포토존 '#여기오길잘했다♡' [사진/진성철 기자]

◇ 땅끝점·땅끝탑·땅끝전망대·땅끝마을

갈두산 아래 땅끝탑과 땅끝점 [사진/진성철 기자]

갈두산 아래 땅끝탑과 땅끝점 [사진/진성철 기자]

해남은 역시 땅끝이란 말이 매력적인 곳이다. 땅끝전망대는 갈두산 정상 사자봉에 있다. 땅끝마을에서 전망대로 편하게 몸을 올려다 주던 모노레일은 현재 레일 교체 공사 중이다. 올해 5, 6월께 다시 운행할 예정이다. 지금은 전망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0분 정도 산을 올라야 한다. 전망대에서 보길도, 노화도 등 남도의 섬들과 바다를 보면 마음이 절로 여유로워진다. 6개월, 1년 뒤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에다 엽서를 보낼 수도 있다.

땅끝점 [사진/진성철 기자]

땅끝점 [사진/진성철 기자]

전망대에서 '땅끝점·땅끝탑'까지는 또 다른 한반도 3천 리 여행길이다. '함경북도'에서 '제주도'까지 소개글을 따라 내려가면 도착한다. 한반도를 거꾸로 세운 모양에 하트가 달린 땅끝점에 손을 얹고 기념사진을 찍는 여행자들이 간간이 보인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희망을 품은 뒤, 쉬지 않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10분여 만에도 전망대까지 다시 오를 수 있다.

땅끝전망대 일출. 흑일도 위로 해가 솟는다.[사진/진성철 기자]

땅끝전망대 일출. 흑일도 위로 해가 솟는다.[사진/진성철 기자]

아침에는 해돋이를 보려, 노년의 부부, 중년의 부부, 해남에 출장 온 40대의 남자 두 명이 전망대를 찾았다. 하늘이 살짝 붉어지고, 흑일도 위쪽으로 해가 솟았다. 40대 남성 중 한 사람이 말했다. "대학생 때 오고 처음인데, 근데 아무런 감흥이 없네." 그래도 한 명은 열심히 일출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송호해수욕장 [사진/진성철 기자]

송호해수욕장 [사진/진성철 기자]

땅끝마을 옆 송호해수욕장에는 초가지붕 파라솔들이 모래 해변에 줄지어 서 있다. 마치 동남아 해변을 찾은 느낌이다. 모래가 곱고, 수심이 얕아 아이들이 놀기에 좋고, 아침 역광이 은은히 비치는 소나무 숲도 예쁘다.

◇ 달마와 도솔암을 찾아서

달마산 도솔암 [사진/진성철 기자]

달마산 도솔암 [사진/진성철 기자]

해남에는 뜬금없는 이름의 '달마산'이 있다. 해남 지역 전문가이자 사진작가인 천기철 씨에게 유래를 물었더니 "옛날에 해남에 왔던 중국인들이 달마대사가 머물렀던 숭산을 닮아 '달마산'으로 불렀다"라고 설명했다. 조선 중기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남송에서 표류해 온 배의 한 고관이 "참으로 달마대사가 상주할 만한 땅이다"라고 말했다는 기록이 있다.

달마산 아래 자리한 미황사. [사진/진성철 기자]

달마산 아래 자리한 미황사. [사진/진성철 기자]

달마산 아래 조계종 사찰 '미황사'에서 시작하는 '달마고도'는 '천년의 세월을 품은 태고의 땅, 낮달을 찾아 떠나는 구도의 길'을 주제로 2017년 개통한 둘레길이다. 생태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곡괭이, 호미 등 사람의 힘으로만 1~4코스까지 총 17.74㎞의 길을 닦았다.

달마고도 오솔길 [사진/진성철 기자]

달마고도 오솔길 [사진/진성철 기자]

달마고도 4코스 길을 잠시 걸었다. 미황사 '부도전'까지는 넓고 편한 임도다. 부도전에는 스님들의 사리탑과 행적을 기록한 탑비가 32기나 보존돼 있다. 부도전을 지나면 오솔길이 나오고, 돌 받침으로 계단을 만든 비탈길을 오른다. 5분여 더 걸으면, 갑자기 바윗덩어리들이 모여 산비탈을 이룬 '너덜바위' 구간을 만나게 된다. 탁 트인 시야에 산 아래를 보기도 좋고, 돌탑을 쌓기도 좋다.

달마고도 4코스 중 너덜바위 구간 [사진/진성철 기자]

달마고도 4코스 중 너덜바위 구간 [사진/진성철 기자]

달마산에서는 '도솔암'에 꼭 들러야 한다. 삐죽삐죽 솟아난 바위들을 바람막이 삼아 세워진 작은 기도 도량이다. 찾아가는 산자락 길이 힘들지는 않지만 좁은 벼랑길이라 조심해야 한다. 도솔암 주차장까지 차로 간 다음, 800m가량 걸으면 된다. 도솔암까지 이어주는 길을 걷는 동안에 달마산의 아찔한 풍광에 감탄한다. 도솔암에 도착하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도솔암 마당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진성철 기자]

도솔암 마당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진성철 기자]

◇ 해 보기 좋은 곳, 해남

소죽리 바다 일몰 [사진/진성철 기자]

소죽리 바다 일몰 [사진/진성철 기자]

해남은 해가 나는 것을 보기에도 좋고, 해가 지는 것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고천암호에서는 두륜산 위로 솟은 아침 해가 호수를 황금빛으로 물들였고, 철새들이 노닐었다. 땅끝전망대에선 섬들 사이로 해가 솟았고, 여객선들이 바다를 오갔다. 해 저물어가는 영암호에는 겨울 철새가 날았고, 소죽리 바다 작은 섬들 사이로 빨간 해가 사라져 갔다.

해남의 겨울 배추는 여름 나뭇잎처럼 초록을 뽐냈다.

해남의 배추밭 [사진/진성철 기자]

해남의 배추밭 [사진/진성철 기자]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2년 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z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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