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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40대 이상 출입금지…차별행위로 처벌할 수 있나?

송고시간2021-12-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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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 및 여성 전용'을 표방한 서울의 한 캠핑장이 40대 이상 커플은 받지 않겠다고 공지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고성방가, 과음 등 일부 노중년 커플의 폐해가 큰 데다 20~30대 취향에 맞춘 컨셉에 맞지 않으니 40대 이상은 자녀를 위한 경우가 아니면 예약을 자제해 달라는 것이다.

캠핑장이나 음식점, 카페 등 민간 상업시설 운영자가 특정 고객층을 거부한다면 차별행위로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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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상 고객층 제한할 수 있지만 인권위법상 차별행위 여지 커

차별금지법 제정되지 않아 처벌은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커플 및 여성 전용'을 표방한 서울의 한 캠핑장이 40대 이상 커플은 받지 않겠다고 공지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고성방가, 과음 등 일부 노중년 커플의 폐해가 큰 데다 20~30대 취향에 맞춘 컨셉에 맞지 않으니 40대 이상은 자녀를 위한 경우가 아니면 예약을 자제해 달라는 것이다.

노키즈존(아동 출입금지), 노펫존(반려동물 출입금지)과 맥을 같이하는 '노중년존'인 셈이다. 이를 두고 "차별이다" "나이 든 사람은 갈 데가 없다" 등 비판 댓글이 달리는가 하면 "안 가면 되지 뭐가 문제냐" "엿장수 마음이지 뭐가 차별이냐" 등 옹호하는 반응도 나온다.

캠핑장이나 음식점, 카페 등 민간 상업시설 운영자가 특정 고객층을 거부한다면 차별행위로 봐야 할까?

커플
커플

연합뉴스TV 캡처. 작성 김선영(미디어랩)

법률 전문가들에 따르면 헌법 15조(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는 직업선택의 자유 뿐 아니라 직업수행의 자유, 영업의 자유, 기업의 자유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이나 상업시설이 국가의 간섭이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경쟁에 참여해 상업 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헌법으로 보장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영업상 필요에 의해 고객층을 제한하는 것은 영업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헌법에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37조)도 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법(2조)은 상업시설 이용과 관련해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로 규정한다.

상업시설 운영자에게 영업의 자유가 있지만 제한 없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란 의미다. 결국 캠핑장 출입 제한이 차별행위 또는 위법행위인지 여부는 사안별로 구체적인 판단이 필요한 문제로 볼 수 있다.

제주시의 한 식당은 2016년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다른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다는 이유로 13세 이하 아동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 방침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됐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특정 집단의 서비스 이용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경우 합당한 사유가 인정돼야 하는데 일부의 사례를 객관적·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화한 것에 해당한다"며 아동의 출입을 전면 금지한 것은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캠핑카
캠핑카

[연합뉴스 사진자료]

인권위는 지방의 한 유명 클럽이 2018년 과거 문화와 언어가 다른 외국인이 입장해 여러 가지 사고가 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인도계 미국인의 출입을 거부한 데 대해서도 차별행위로 판단했다. 또한 손님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시각장애인 보조견(안내견)의 식당 출입을 막은 것도 차별행위로 봤다.

이 같은 인권위의 결정례에 비춰볼 때 나이에 따른 캠핑장 출입 제한도 차별행위로 볼 여지가 많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최지수법률사무소의 최지수 변호사는 "노중년존도 노키즈존과 마찬가지로 인권위법 2조에서 규정한 차별행위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업주 입장에선 영업에 지장을 주는 중년들의 악영향 때문에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겠지만 노중년존으로 금지할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할 에티켓'으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캠핑장 출입 제한이 차별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차별금지법(평등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실정법을 위반한 위법행위로 보기 어렵고 마땅한 법적인 제재 수단도 없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정향의 민경현 변호사는 "헌법상 기본권은 기본적으로 공적 영역에 대한 규정으로 사적 영역에 적용하려면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다"며 "차별금지법과 같은 구체적인 법률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평등권을 개인 간의 관계나 영역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인권위의 판단은 일반적인 법 원칙을 선언한 것이기 때문에 위법인지는 구체적 사안에서 사법 절차를 통해 판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별금지법 제정 지연 규탄' 피켓팅하는 정의당 의원들
'차별금지법 제정 지연 규탄' 피켓팅하는 정의당 의원들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정의당 의원들이 2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지연 규탄' 피켓팅을 하고 있다. 2021.12.2 [공동취재] toadboy@yna.co.kr

최지수 변호사는 "인권위의 결정은 권고에 그치는 효력을 가질 뿐이어서 형사 범죄로까지 나아가지 않는 한 형사고발 등 불이익조치는 불가하다"며 "나이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노중년존은 차별로 인정돼 법적 제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유무, 나이, 출신 국가, 성적 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2006년 인권위의 권고로 제정 논의가 시작돼 2013년까지 7건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동성애 이슈로 종교계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국회 법안 심사도 이뤄지지 않은 채 폐기됐다. 이번 21대 국회에도 4건의 법안이 상정돼 있으나 처리가 불투명한 상태다.

법무법인 주한의 송득범 변호사도 "현행법하에서 캠핑장 운영자가 손님 범주를 제한해 예약을 받는 행위 자체를 법률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숲에 위치한 카라반 캠핑장의 경우 행정청의 일정한 허가를 받아 엄격한 요건 하에 영업을 하고 있으므로 사익적 요소(영업의 자유)와 함께 공익적 요소(평등 원칙)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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