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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만 하면 절차논란에 압수수색 취소까지…체면 구긴 공수처

송고시간2021-11-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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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주요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진행한 압수수색 절차 등을 놓고 위법성 시비가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강제수사 절차가 실제로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단까지 나왔다.

공직자 부패 사건을 파헤쳐야 할 기관이 기본 수사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현재 진행 중이거나 향후 예정된 수사까지도 번번이 절차 문제로 발목을 잡혀 수사가 난항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26일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 정보통신과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압수 대상자들과 절차를 협의하는 데에만 5시간 이상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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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사주' 이어 '공소장 유출' 수사도 압수수색 위법 논란

사건 당사자 '수사절차에 결함' 주장 잇따를 듯…"수사 결과 신뢰받기 어려워져"

공수처, 대검찰청 서버 압수수색
공수처, 대검찰청 서버 압수수색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관계자들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한 서버 압수수색을 위해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주요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진행한 압수수색 절차 등을 놓고 위법성 시비가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강제수사 절차가 실제로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단까지 나왔다.

공직자 부패 사건을 파헤쳐야 할 기관이 기본 수사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현재 진행 중이거나 향후 예정된 수사까지도 번번이 절차 문제로 발목을 잡혀 수사가 난항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공수처, 압수수색 때마다 '위법 논란'에 진땀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26일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 정보통신과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압수 대상자들과 절차를 협의하는 데에만 5시간 이상을 들였다.

이어 오후 늦게서야 압수수색을 개시했으나 두 번째 대상자였던 이모 검사가 절차를 설명하는 안내문을 뒤늦게 받았다고 항의하면서 수색이 중단됐다.

야간 집행 허가를 받지 않은 상황이었던 공수처는 결국 '(집행을) 안 한 걸로 하자'며 대상자 1명에 대한 압수수색만 마무리한 채 철수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영장에 허위 사실이 기재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집행 전부터 위법 논란이 일었다.

공소장 유출 시점인 5월 당시 해당 수사팀에 속한 검사들뿐 아니라 이미 원대 복귀한 검사들까지 압수수색 대상으로 포함한 것으로 알려지자, 공소장 유출 의혹과 무관한 이들까지 강제수사 대상에 넣은 건 부당하다며 반발한 것이다.

압수수색 대상자였던 임세진 부장검사는 이날 참관을 마친 뒤 "(집행 과정에서) 더 황당한 일이 많았다"며 "수사기록 열람 등사를 신청해 대응 방법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성윤 공소장 유출의혹' 관련 공수처 대검 서버 압수수색
'이성윤 공소장 유출의혹' 관련 공수처 대검 서버 압수수색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관계자들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한 서버 압수수색을 위해 해당 사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고발 사주 의혹' 수사를 놓고도 위법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5일에는 대검 감찰부가 대변인 공용폰을 압수한 지 일주일 만에 공수처가 감찰부 압수수색을 통해 공용폰을 포렌식한 자료를 받아가면서 '하청감찰' 논란이 일었다.

대검 감찰부가 대변인의 참관 없이 공용폰을 포렌식하더니, 그 결과를 '감찰부 압수수색'이라는 형식으로 공수처가 가져간 것은 편법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같은 달 15일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에 대한 공수처의 압수수색 때는 피의자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측이 공수처로부터 참관하라는 연락을 뒤늦게 통지받았다며 '사전 통지 의무 위반'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 법원 "김웅 의원실 압수수색 위법"…공수처 '적법절차 준수' 반박 무색

공수처는 수사 절차를 둘러싼 문제제기가 있을 때마다 "적법 절차를 준수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대검 정보통신과를 압수수색한 지난 26일 대상자로부터 압수수색 안내문을 받지 못했다는 항의가 나오자 "안내문 고지는 의무사항도 아니고 영장에도 허위 사실을 기재하지 않았다"며 위법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10일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 압수수색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 의원 측으로부터 압수수색 허용 범위를 넘어섰다는 반발을 샀지만 공수처 측은 영장에 따라 집행한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김 의원실 압수수색 과정 중 영장 제시, 참여권 보장, 압수물 범위 등 상당 부분이 위법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김 의원이 의원실 압수수색 개시 50분 뒤에야 이를 알게 됐다는 점, 김 의원이 의원실에 도착하기 전 이미 PC 등을 수색했다는 점에 비춰 당시 압수수색이 위법하다고 봤다. '사무실 진입'을 영장 집행 개시 시점으로 명시하기도 했다.

공수처의 해명이 설득력을 잃게 하는 대목이다. 강제수사 시 적법절차 준수라는 기본적 규율을 어긴 점에서 공수처의 수사 역량이 또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질의응답하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
질의응답하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9월 13일 오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국회 의원회관 내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끝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jeong@yna.co.kr

또 다른 문제는 사건 당사자들이 공수처 수사의 고비마다 절차적 적법성 문제를 따지고 들면서 결과적으로 수사 동력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다.

당장 손 검사 측은 이번 결정을 계기로 공수처의 대검 감찰부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등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던 공수처로서는 부담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수사팀이 위법한 행위를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장 청구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유리한 근거가 될 수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에 관여한 사람이 법을 어겼다는 판단이기 때문에 어떤 수사 결과가 나와도 신뢰하기 어렵다"며 "재판 과정에서도 무리한 수사에 대한 반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29일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해 대검 서버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을 벌일 예정이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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