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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봉사하고 마음 기쁘니 더 젊게 산다" 윤봉실·김추자 부부

송고시간2021-11-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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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서로를 버팀목으로 봉사활동을 이어오는 부부가 있어 화제다.

지난 24일 윤씨 부부의 일터인 제주시 건입동 삼육식품 제주도총판에서 부부를 만났다.

이들은 "같은 장소에서 계속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운 사이가 됐고, 힘든 내색 하나 없이 봉사하는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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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세 첫째 딸 떠나보낸 슬픔 보육원 봉사활동 하며 추슬러

매주 1회 경로당 찾아 90∼120인분 점심 식사 대접하기도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50년간 서로를 버팀목으로 봉사활동을 이어오는 부부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윤봉실(75)·김추자(77) 씨 부부.

인터뷰하는 윤봉실·김추자 부부
인터뷰하는 윤봉실·김추자 부부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50년 넘게 나눔 실천을 해온 윤봉실·김추자 부부가 지난 24일 제주시 건입동 삼육식품 제주도총판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21.11.27 dragon.me@yna.co.kr

지난 24일 윤씨 부부의 일터인 제주시 건입동 삼육식품 제주도총판에서 부부를 만났다.

제주시 건입동 토박이인 윤씨 부부는 1970년 건입동 경로당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만났다.

당시 윤씨는 22세, 김씨는 24세였다.

세탁소에서 일하던 윤씨는 세탁 봉사를, 미용실에서 근무하던 김씨는 이·미용 봉사를 했다.

윤씨는 "어머니를 여의고 얼마 되지 않았던 때였다. 경로당에 계시던 어르신들이 마치 어머니 같아 일주일에 한 번씩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 빨래를 해드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건입동 새마을부녀회와 민속보존회 등 당시 소속됐던 단체를 따라다니면서 봉사활동을 갓 시작했다.

이들은 "같은 장소에서 계속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운 사이가 됐고, 힘든 내색 하나 없이 봉사하는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이들은 함께 봉사하며 만난 지 1년만인 1971년 결혼했다. 마냥 행복할 것만 같았던 결혼생활이었지만, 생각지 못한 슬픔이 찾아왔다.

1973년, 만 3세였던 첫째 딸이 열병을 앓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윤씨는 "그때 당시에는 의료기술이 좋지 않았다. 지금 같았으면 살 수 있었을 텐데…. 딸을 떠나보냈을 때 그 상실감을 말로 다 할 수 없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윤씨 부부는 자식을 떠나보낸 슬픔을 보육원 봉사활동을 하며 추슬렀다.

김씨는 "남편이 우울해하는 나에게 먼저 보육원 봉사활동을 제안했다"며 "보육원을 찾아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내게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제42회 김만덕상 수상한 김추자·김경란 씨
제42회 김만덕상 수상한 김추자·김경란 씨

(제주=연합뉴스) 지난 10월 17일 제주시 사라봉 모충사에서 열린 제42회 김만덕상 시상식에서 봉사 부문 수상자 김추자(왼쪽) 씨와 경제인 부문 수상자 김경란(오른쪽) 씨가 상패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 온 부부였지만, 보육원 봉사활동을 계기로 부부는 도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나눔을 실천하는 데 더욱 몰두하게 됐다.

복지회관에서 어르신들께 제공할 밥을 짓고, 홀몸 어르신과 한부모 가정에 반찬을 배달했다.

1998년, 삼육식품 제주도총판을 개업하고 나서부터는 기부도 시작했다.

이들은 23년간 한 달에 한두 번씩 두유와 김, 국수를 도내 홀몸 노인과 한부모 가정 등 어려운 이웃에게 전하고 있다.

또 2014년부터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진행하는 '착한 가게 캠페인'에 동참해 수익의 일부를 기탁하고 있다.

기자가 인터뷰 도중 "이렇게 기부하고 나면 판매할 물건이 없겠다"고 하자 부부는 "누가 하라고 해서가 아닌, 우리 스스로가 좋으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답했다.

김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건입동 지역 경로당을 찾아 적게는 90인분에서 많게는 120인분의 점심 식사를 만들어 어르신들께 대접했다.

김씨는 "경로당을 찾아갔는데 할머니가 할머니 밥을 차려 드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건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리죽에 전복죽까지, 사재를 털어 음식을 대접하는 날도 있었지만, 어르신들이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김씨는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김씨는 "요즘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아직 밥 굶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며 "누구나 망설이지 말고 주변 이웃을 위한 도움의 손길을 건네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밥을 굶는 문제를 떠나 홀로 사는 이웃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느냐"며 "이웃에게 몇 번 말을 건네다 보면 내 마음속에서부터 뿌듯함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홀몸 노인에 두유 기부하는 윤봉실·김추자 부부
홀몸 노인에 두유 기부하는 윤봉실·김추자 부부

[제주시 건입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동안 투철한 나눔 정신을 인정받아 국무총리상 등을 수상했던 부부지만 올해 또 다른 경사가 있었다.

바로 김씨가 제42회 김만덕상 봉사 부분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김만덕은 조선 시대 사재를 털어 굶주림에 허덕이는 백성을 구한 거상으로 제주 나눔 실천의 대표 인물로 꼽힌다.

김씨는 아울러 김만덕상 상금으로 받은 500만원 전액을 김만덕 기념관에 기탁하기도 했다.

윤씨는 "봉사가 남을 위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 기분이 좋아지고, 내 자부심이 높아지는 일"이라며 "50년 넘게 봉사활동을 하면서 힘든 적은 정말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기쁘기만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남편 말에 맞장구를 치며 "마음이 기쁘니 남들보다 젊게 살 수 있는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이들은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돼 어서 빨리 경로당 어르신들과 함께 나들이 가는 날이 찾아왔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서로를 버팀목으로 삼으며 봉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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