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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대선 앞둔 차별금지법 공론화, 표만 의식해선 진전 없다

송고시간2021-11-2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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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미뤄온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대선 국면에서 다시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가인권위 설립 20주년 행사에서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더불어민주당도 당 차원에서 처음으로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를 열고 공론화 절차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이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차별금지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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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제 정당 입장 공개 요구 기자회견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제 정당 입장 공개 요구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제 정당 입장 공개 요구 기자회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1.11.16 ryousanta@yna.co.kr

(서울=연합뉴스) 14년간 미뤄온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대선 국면에서 다시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가인권위 설립 20주년 행사에서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더불어민주당도 당 차원에서 처음으로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를 열고 공론화 절차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20년 전 우리는 인권이나 차별 금지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지 못했다"면서 "우리가 인권선진국이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시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인권 규범을 만들어나가는 일에 함께 역량을 모아야 한다"며 과거의 틀을 뛰어넘는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이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차별금지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이날 차별금지법의 연내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본관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여영국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차별과 배제는 많은 이들을 삶의 경계선 밖으로 몰아내고 있다. 이를 방치하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고, 알고도 외면하는 대통령 후보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별금지법은 17대 국회에서 노무현 정부의 정부안으로 발의된 이후 21대 국회까지 여러 법안이 발의됐으나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14년 전인 2006년 차별금지법 입법을 권고한 바 있는 국가인권위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차별금지법 제정을 당면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계류돼 있다. 큰 틀은 성별, 장애 유무, 나이, 출신 국가, 인종, 성적 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어떤 차별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차별을 막자는 취지에 반대할 이유가 없는데도 일부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로 인해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보수 기독교계는 줄곧 차별금지법이 생기면 동성애가 창궐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동성애는 심각한 죄'이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국회 토론회에서도 한 목사는 "사회적인 불의를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것도 심각한 죄고, (구약성경에서는) 동성애도 적어도 이만큼 혹은 더 심각한 죄로 제시되고 있다"며 차별금지법은 완전히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혜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사회의 공적 영역에서 성 소수자 인권은 기이할 정도로 지체되거나 심지어 후퇴됐다"며 법 제정을 촉구했다.

차별금지법은 인권 선진국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다. 인권위원회가 출범한 지 20년이 됐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은 수준 이하다. 특히 젠더, 성 소수자, 난민 등의 이슈에 있어서는 반헌법적 주장이 난무하고 사회적 갈등도 첨예하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공약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내걸었으나 2017년 대선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유보적 입장으로 한발 물러섰다. 정부와 민주당은 차별금지법 시동을 건 만큼 국회 심의를 발 빠르게 진척시켜야 한다. 매듭짓는다는 자세로 접근하지 않는다면 임기 말 인권 소신을 지키려 했다는 명분 쌓기에 더도 덜도 아니다. 민주당이 동성애 혐오 발언 등 극단적 주장을 일삼아온 일부 종교인들에게까지 공론의 장을 내어준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선 유력 주자들의 입장은 너무 조심스럽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8일 "이 문제는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통해 얼마든지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일방통행식의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5일 "평등을 지향하고 차별을 막겠다고 하는 차별금지법도 개별 사안마다 신중하게 형량(결정)이 안 돼서 일률적으로 가다 보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문제가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속도 조절에 무게를 둔 듯하고, 윤 후보는 포괄적 차별금지법보다는 개별 사안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읽힌다. 두 후보 모두 표를 의식한 신중한 행보다. 두 유력 대선 후보는 보다 명확한 입장을 정리해 유권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라는 명분을 앞세워 특정 세력의 눈치를 보는 것은 법안을 미루거나 뭉개려는 의도라는 인권단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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