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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12년째 '일인다역' 봉사…함안 권영희 씨

송고시간2021-11-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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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안군 가야읍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권영희(52) 씨가 하는 봉사는 폭이 넓다.

보통 사람이라면 한 가지도 제대로 하기 힘든 봉사를 여러 개, 10년 넘게 이어왔다.

여기다 홀몸 어르신과 조손가정 청소·밑반찬 지원, 어르신 무료급식, 지적장애인 시설·시각장애인센터 손발 마사지까지 '일인다역'을 마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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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로 오히려 내마음 치유" …위암 판정 남편, 봉사에 용기 줘

코로나19로 2년째 요양시설 봉사 못 가 아쉬움

(함안=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경남 함안군 자원봉사자 권영희 씨가 가야읍 한 커피숍에서 자원봉사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21.12.28

(함안=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경남 함안군 자원봉사자 권영희 씨가 가야읍 한 커피숍에서 자원봉사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21.12.28

(함안=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청소년 검정고시 학습지도·노인 한글 교육부터 홀몸 어르신 밑반찬 제공, 노인요양시설 목욕·청소, 장애인 손발 마사지까지"

경남 함안군 가야읍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권영희(52) 씨가 하는 봉사는 폭이 넓다.

보통 사람이라면 한 가지도 제대로 하기 힘든 봉사를 여러 개, 10년 넘게 이어왔다.

권 씨가 주변 어려운 이웃들에게 눈을 뜬 계기는 2010년께부터다.

"고향이 제주도에요. 남편 따라 함안군에 정착했는데, 당연히 친구나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죠. 잘 돌아다니는 성격도 아니고 애들만 키우다 보니 우울증 비슷한 게 생길정도 였어요"

그는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2010년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학교급식 도우미 활동을 처음으로 참여했다.

"급식 도우미 학부모 중 경로당 어르신들 점심을 차려주는 봉사를 하는 분이 계셨어요. '저도 할 수 있겠구나' 싶어 함께 따라나선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네요."

권 씨는 주로 학원 수업을 듣는 아이들이 등교해 시간이 비는 오전에 봉사한다.

학원강사 경력을 살려 학교 밖 청소년 검정고시 지도, 노인 한글 교육, 학교폭력·음주예방 교육을 쭉 해왔다.

여기다 홀몸 어르신과 조손가정 청소·밑반찬 지원, 어르신 무료급식, 지적장애인 시설·시각장애인센터 손발 마사지까지 '일인다역'을 마다하지 않았다.

손발 마사지는 2016년 일부러 배우기까지 했다.

봉사를 계속하게 한 원동력은 뭘까.

"봉사를 다녀오면 제가 힐링이 되는 느낌이랄까. 도움을 주러 가는 제가 오히려 마음 치유를 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성격도 긍정적으로 바뀌었고…"라고 권씨는 말했다.

"어떨 때는 솔직히 컨디션도 안 좋고, 빠지고 싶은 마음이 있죠. 그런데 이상하게 봉사를 다녀오면 기분이 좋아져 계속할 수밖에 없더군요."

(함안=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경남 함안군 자원봉사자 권영희 씨가 가야읍 한 커피숍에서 자원봉사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21.12.28

(함안=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경남 함안군 자원봉사자 권영희 씨가 가야읍 한 커피숍에서 자원봉사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21.12.28

봉사활동 중 뜻하지 않은 시련이 찾아왔다.

2018년 남편이 위암 판정을 받았다.

권 씨는 '지금껏, 어려운 이들을 돕고자 최선을 다했고, 착실하게 살았는데 왜 이런 시련이 닥쳤을까'라고 절망했다.

"바로 옆에 있는 가족도 못 챙기면서 남을 돕겠다며 돌아다닌 제가 한심했어요. 남편에게 소홀했다는 미안함과 죄책감도 들었고…"

수술 후 남편은 몸무게가 20㎏이나 빠졌다.

화장실을 오가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권 씨는 남편 간호에 집중하고자 모든 봉사활동을 중단하려 했다.

그러나 남편의 말 한마디가 오히려 기운을 북돋아 줬다.

"'당신이 지금까지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서 산 덕분에 내가 더 큰 병에 걸리지 않은 거야'라고 남편이 다독였습니다. 남편의 그 말이 다시 봉사를 나설 용기와 힘을 줬습니다"

권 씨는 봉사하면서 자기에게 더 큰 위로를 받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수업을 해줬던 아이들이 검정고시에 합격해서 '감사했다'고 인사할 때는 정말 보람을 느껴요. 코로나19 때문에 요즘은 가지 못하지만, 처음에 경계했던 복지시설 분들이 '또 언제 올 거냐'고 먼저 말을 걸어줄 때 '아, 이분들이 정말 우리를 기다리고, 믿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죠"

권 씨는 코로나19가 2년째 이어지면서 요양시설 등 봉사를 이어가지 못하는 점을 아쉬워했다.

"요양시설을 가보면 이번 달에 뵈었는데, 다음 달에 가 보면 안 보이시는 분들이 있어요. 2년 동안 제대로 봉사를 못 했는데 전에 뵈었던 분들이 얼마나 계실지 걱정스럽네요."

권 씨는 어려운 이웃을 도울 생각은 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선 "거창하고 큰 도움보다는 하다못해 말벗만 해도 됩니다. 작은 봉사가 쌓여 우리 사회가 더 좋아지고 아름다워지니까요"라고 말했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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