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베를린서 독자 만난 소설가 편혜영 "다음 장편은 실종 이야기"

송고시간2021-11-18 14:08

베를린서 편혜영 작가 낭독회
베를린서 편혜영 작가 낭독회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소설가 편혜영이 베를린 주독 한국문화원에서 낭독회를 열고, 독일 독자들과 만났다. 2021.11.12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베를린은 현대적이면서 과거를 계속 기억하고 잊지 않으려 하는 도시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독일 독자들과 만남에 참석하기 위해 독일의 수도 베를린을 처음 방문한 소설가 편혜영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도시가 준 인상을 이렇게 말했다.

숙소 인근 독일 분단 시절 베를린 장벽을 사이에 두고 동서를 오갔던 국경검문소 '체크포인트 찰리'에는 여전히 설명을 듣는 이가 가득했고 베를린 장벽을 따라서는 사진 전시가 열리는 풍경을 되짚었다.

편 작가가 2016년 출간한 네번째 장편소설 '홀'은 지난 2019년 4월 btb출판사에서 '리스(Riss·균열)'라는 제목하에 독일어로 번역 출간됐다.

편혜영의 홀 독어판 표지
편혜영의 홀 독어판 표지

[출판사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작품은 2020년 독일에서 출간된 아시아·아프리카·남미·아랍의 여성작가의 작품 중 독자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인기작에 수여되는 리베라투어상(Liberatur preis) 최종 후보 12개 작품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아니타 드야파리 심사위원은 "상상할 수 없는 심연이 열리고, 아무것도 겉보기와 같지 않다. 최면에 걸린 것 같다"라면서 이 작품을 추천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소설은 2018년 7월 한국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한 해 최고의 호러·서스펜스·미스테리작을 선정하는 미국 셜리 잭슨 상(Shirley Jackson Awards) 장편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편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해외에서 주목받는 이유를 묻자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 아니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주인공 오기를 인간적 측면에서 접근하면 인종이나 국적과 상관없이 나와 다른 점과 닮은 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홀의 주인공 대학교수 오기는 교통사고를 당해 아내를 잃고 스스로 눈을 깜빡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형편이 된다. 그를 돌봐줄 사람은 아내를 인생의 전부로 여겼던 장모뿐이다.

편 작가는 "한 외국 독자가 장모와 사위,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는 전세계 공통이라고 농담을 건넸었는데 가족 같으면서도 남 같기도 한 껄끄러운 감정은 어느 문화권에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2일 베를린에서 독자들과 만나 "홀은 오기라는 인물의 실패담이자 성장담"이라며 "자기가 인생에서 가졌다고 생각한 게 얼마나 허망했던 것인지, 아내에게 했던 말이 얼마나 가식적이었던 것인지, 자신의 삶이 얼마나 빈 구멍 같은 것인지 알아가게 되는 과정"이라고 해설했다.

베를린서 편혜영 작가 낭독회
베를린서 편혜영 작가 낭독회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소설가 편혜영이 베를린 주독 한국문화원에서 낭독회를 열고, 독일 독자들과 만났다. 2021.11.12

그는 "이야기의 구조가 다 나와 있어도 쓰면서 오기가 어떤 순간에 자신의 가식을 알게 될까. 자신을 위해 처음 눈물을 흘릴까 생각하며 재밌을 수 있었다"면서 "어떤 이야기는 쓰는 동안 작가로서 새롭게 발견하고 알게 되는데 나에겐 홀이라는 소설이 그랬다"고 말했다.

편 작가는 결혼생활의 실패가 오기만의 책임이냐는 질문에는 "소설에서 발화되는 것은 오기의 목소리뿐이고, 관계에서 균열을 만드는 것은 모두 아내의 책임으로 돌리는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내와 장모는 소설에서 이름도 없는데 표면적으로 어떤 여성도 제 목소리를 못 냈기 때문에 억압된 여성의 목소리가 오히려 담길 수 있는 소설 아닌가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독일 함부르크와 괴팅겐을 거쳐 베를린에서까지 세 차례 홀 낭독회를 열고, 독자들과 질의응답을 했다.

베를린서 편혜영 작가 낭독회
베를린서 편혜영 작가 낭독회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소설가 편혜영이 베를린 주독 한국문화원에서 낭독회를 열고, 독일 독자들과 만났다. 2021.11.12

2000년 등단해 소설집 6권과 장편소설 5권을 출간한 그는 다음 작품과 관련해서는 "내년에 장편 초고를 완성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간단히 말하면 실종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는 "홀이라는 소설처럼 서스펜스가 강하기보다는 스토리가 있는 소설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쓰기 전에는 분명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날 낭독회에 참가한 율리아 뵈믈러씨는 "한국 드라마 등을 보면 한국 사회가 얼마나 야심 가득 차 성공을 지향하는 사회인지 느껴지는데 문학은 그 사회의 이면을 부각해 실제 사람들의 관계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었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