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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In] 자기 색깔 내는 기시다 日총리…'상왕' 아베 위상 흔들리나

송고시간2021-11-17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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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반대에도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 카드를 밀어붙이면서 집권 자민당 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자신의 후임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와 기시다 현 총리를 만드는 데에도 결정적 역할을 해 퇴임 후에도 '킹 메이커'로서 영향력을 유지했다.

아베가 친중파(親中派)로 분류되는 하야시의 외무상 기용을 반대했는데도 기시다 총리가 임명을 강행하면서 향후 일본의 외교정책을 둘러싸고 전·현직 총리 간 주도권 다툼이 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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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집안 앙숙 하야시 외무상 발탁…독자노선 포석

"아베, 하야시 친중 노선 견제하려 대만 방문 추진"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반대에도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 카드를 밀어붙이면서 집권 자민당 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기시다 총리(오른쪽)와 하야시 외무상 [도쿄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시다 총리(오른쪽)와 하야시 외무상 [도쿄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베 전 총리는 지난해 9월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細田派)를 실질적으로 이끌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자신의 후임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와 기시다 현 총리를 만드는 데에도 결정적 역할을 해 퇴임 후에도 '킹 메이커'로서 영향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아베가 친중파(親中派)로 분류되는 하야시의 외무상 기용을 반대했는데도 기시다 총리가 임명을 강행하면서 향후 일본의 외교정책을 둘러싸고 전·현직 총리 간 주도권 다툼이 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아베 반대에도 친중파 논란 하야시 발탁…외교정책 바뀌나

지난달 31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를 승리로 이끈 기시다 총리는 이달 10일 주요 각료 중 외무상만 하야시로 교체한 2차 내각을 출범시켰다.

하야시는 기시다가 총리를 맡으면서 물러난 자민당 내 파벌 고치카이(宏池會·일명 기시다파)의 좌장이다.

이번 총선 전까지 기시다파는 소속 국회의원(중의원+참의원) 숫자에서 자민당 내 5위 파벌이었지만, 이번 총선으로 3위로 올라섰다.

또 하야시의 외무상 기용으로 기시다 내각의 구성은 기시다파 4명(총리 본인 제외), 호소다파 4명, 다케시다파 3명, 아소파 2명, 이나이파 2명, 무파벌 2명,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 1명의 비율이 됐다. 기시다파 각료 수가 최대 파벌이자 킹 메이커인 아베가 속한 호소다파와 같아진 것이다.

도쿄대 법학부 출신인 하야시는 미쓰이(三井) 물산에서 회사원 생활을 하다 1995년 참의원 선거에서 처음 당선해 5선 경력을 쌓았다. 지역구는 야마구치(山口)현이었다. 그의 부친과 조부, 고조부가 모두 중의원 의원을 지낸 정치가 집안 출신이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하야시가 도쿄대 졸업 후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워싱턴에서 스티븐 닐 민주당 하원의원과 윌리엄 로스 공화당 상원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고 전했다.

하야시의 외무상 발탁이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집권당 내 실세인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재가 반대 의사를 표했는데도 기시다 총리가 임명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아베(맨 왼쪽)와 아소 부총재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베(맨 왼쪽)와 아소 부총재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요미우리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지난 5일 저녁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부총재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의 자민당 간사장 임명으로 공석이 된 외무상 자리에 하야시를 기용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아베와 아소는 하야시가 2017년 12월부터 일중(日中)우호의원연맹 회장을 맡은 점을 문제 삼으며 "대중 관계에서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정치적 맹우인 두 사람은 기시다 총리와 통화 후 연락을 취해 하야시의 외무상 기용을 찬성할 수 없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그런데도 기시다 총리가 하야시 카드를 밀어붙이자 아베 전 총리는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 퇴임 후 막후 실력자로 영향력을 행사하던 아베가 최근 호소다파 회장으로 취임하며 전면에 등장한 것도 기시다가 '자기 뜻'을 거스르고 독자 노선을 걸으려는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는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기시다와 하야시가 친중 노선으로 기울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와 하야시가 속한 고치카이는 전통적으로 평화와 동북아 선린을 추구해온 파벌이어서 아베가 필생의 과업으로 생각하는 평화헌법 개정이나 재해석을 통한 전쟁할 수 있는 일본, 자위대의 정식 군대화 등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하야시의 외무상 취임으로 그동안 아베와 스가 정권에서 견지해온 강경한 반중(反中)·반한(反韓) 외교정책이 다소나마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아베가 내년 초 전 총리 자격으로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의 만남을 추진 중인 것도 하야시의 친중 노선에 대한 견제 차원으로 보인다고 대만 언론은 보도했다.

한편 하야시는 친중파 논란에 대한 자민당 내 강경파의 비판이 거세지자 이달 11일 외무상 취임 후 연 첫 기자회견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일중우호연맹 회장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하야시 외무상은 일본의 위성방송인 BS후지에 출연해 자민당 내에서 자신이 중국과 가까운 것을 우려하는 기류가 있는 것에 대해 "지중파(知中派)라고 해도 좋지만, 아첨파는 아니다"라며 "상대를 잘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나카노 고이치(中野晃一) 일본 조치대 정치학 교수는 FP에 "하야시는 기시다보다 더 강한 신념을 가진 자유주의자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는 매우 친미적 인사"라며 "그가 미국의 정책에 반하는 대(對) 중국 정책을 취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포스트 기시다' 노리는 하야시, 아베와 '외나무다리' 충돌 불가피

우여곡절 끝에 외무상이 된 하야시는 자민당이 야당이던 2012년 9월 총재직에 도전했던 전력이 있다.

아베가 승리한 당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하야시는 비록 꼴찌로 낙선하긴 했지만 그의 야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야시는 부친과 조부, 고조부가 모두 중의원 의원을 지낸 정치가 집안 출신이다. 그의 부친은 야마구치에서 중의원으로 11선을 한 하야시 요시로(林義郞·1927∼2017년) 전 후생노동상이다.

주목할 점은 아베 전 총리 집안 역시 야마구치현이 정치적 기반이라는 사실이다.

아베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1924∼1991·중의원 11선)는 과거 중선거구제 시절 야마구치 1구에서 하야시의 부친 하야시 요시로와 경쟁관계였다. 그러다 일본 선거 제도가 소선거구제로 바뀌면서 하야시 요시로가 아베 신타로에게 지역구를 넘기고 비례대표 의원이 됐다.

아베와 하야시도 지역구를 놓고 미묘한 관계에 있다.

아베의 지역구는 야마구치 4구, 아베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은 야마구치 2구다. 하야시는 이번에 야마구치 3구에서 당선됐는데 현재 4개인 야마구치의 선거구는 인구가 줄면서 다음 중의원 총선에서 3개로 감소할 전망이다.

아베의 지역구인 4구와 하야시의 지역구인 3구가 통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두 사람은 차기 선거에서 지역구 공천을 놓고 불편한 관계에 처할 수밖에 없다.

하야시 외무상(맨 왼쪽)과 기시다 총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야시 외무상(맨 왼쪽)과 기시다 총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야시는 이번 중의원 선거 출마 과정에서도 만만치 않은 장애물을 뚫어야 했다.

원래 야마구치 3구는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78) 전 관방장관이 10선을 하던 지역구였는데, 총리 야망이 있는 하야시가 워낙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오자 가와무라는 출마를 포기하고 은퇴했다.

5선의 참의원이던 하야시는 지난 8월 임기가 1년 가까이 남은 의원직을 내놓은 뒤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가와무라를 밀어내고 야마구치 3구 공천을 받아 당선했다.

일본에서 총리가 되려면 현실적으로 중의원이 돼야 하는데, 이를 위한 첫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하야시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내각에서 방위상을, 아소 다로 내각에서는 내각부특명대신인 경제재정정책담당상을 지냈다. 2차 아베 신조 내각에서는 농림수산상, 문부과학상을 역임했다.

일본 정가에서는 주요 각료를 섭렵한 하야시의 차기 총리 도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본 언론은 기시다 총리가 "속마음을 알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내각에 있으면 좋겠다"고 주위에 말해왔다며 그가 하야시를 자신의 후계자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포스트 기시다' 후보로 자민당의 모테기 간사장(다케시타(竹下)파)이나 아베가 미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정무조사회장(무파벌) 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기시다파 소속의 유력 후보를 내세우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가 하야시 외무상을 앞세워 독자 노선을 걸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다급해진 것은 아베 전 총리다.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막후 실력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아베는 지난 11일 자민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 회장에 취임했다. 호소다파의 좌장이던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회장이 10일 중의원 의장에 취임하면서 파벌을 떠나게 되자 아베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건강 문제를 이유로 총리에서 물러난 뒤 1년 2개월 동안 막후 정치만 하던 아베는 호소다파 회장 취임을 계기로 향후 정국 운영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국의 주도권을 둘러싼 기시다 총리와 아베 전 총리 간 정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닛칸겐다이(日刊現代)는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하야시 외무상'은 아베를 도발하고 있다. 그간 기시다는 '다카이치 간사장·하기우다 관방장관'이라는 아베의 요구를 무시했다"는 자민당 소식통 발언을 소개하면서 "앞으로 '킹 메이커'를 자처하는 아베 전 총리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passi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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