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동국사 "보물 지정된 복장유물 '발원문' 분실"
송고시간2021-11-15 15:28
2019년 전후 사라진 듯…문화재청·군산시, 진상 파악
(군산=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보물인 전북 군산 동국사의 복장(腹藏) 유물 중 하나인 발원문(發願文)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당국이 진상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 발원문은 동국사 불상의 조성 시기(1650년)·조성 주체·불상 조성에 든 시주 물목(物目)과 수많은 시주자 등을 낱낱이 기록해 당시 복장 의식이나 사원 경제사, 그리고 조선후기 불상 연구에 기준이 되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분실된 발원문은 세로 33㎝, 가로 113.5㎝의 한지 1장으로 이들 기록이 묵서로 적혀있다.
문화재청은 2011년 소조석가여래삼존상(塑造釋迦如來三尊像)과 그 속에 있던 이 발원문 등 300여 점(18건)의 복장유물을 보물 1718호로 지정했다.
복장유물이란 불상을 만들 때 가슴 안쪽에 넣는 유물로 금·은·칠보(七寶)와 같은 보화(寶貨)나 서책(書冊) 등을 말한다.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의 재안주지는 1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난 4월 동국사에 부임한 후 인수인계 차원에서 수장고에 있는 보물들을 확인하기 위해 5월 종단에 보물이 제대로 있는지 확인을 요청했고, 지난달 2일 불교중앙박물관 학예사 등이 와서 유물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분실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동국사는 시청 문화재 관련 부서와 함께 수장고에서 한 달 남짓 발원문이 있는지를 재차 확인했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재안주지는 "발원문이 2019년 책자에 나온 것을 보면, 분실 시점은 그해 전후로 추정된다"면서 "본사인 선운사를 통해 종단에 분실 사실을 알렸다"고 부연했다.
앞서 군산시는 2019년 12월 펴낸 '동국사 소조석가여래상존상 및 복장유물 보존상태 진단 및 기록화' 사업의 결과물인 책자를 통해 이 발원문을 사진으로 소개한 바 있다.
재안주지는 "수장고 열쇠는 주지가 관리하고 있으며, 열쇠와 번호키 등을 이용해 3단계를 거쳐 수장고에 드나들 수 있지만, 그 절차가 복잡하다"면서도 "그동안 수장고 출입 기록이 제대로 안 돼 있어 누가 들락거렸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보물이 보관된 동국사 수장고에는 주지 교체에 따른 인수인계 과정과 외부 전시 등을 할 때만 출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시 관계자는 "발원문이 보물인 만큼 문화재청에 이미 보고했으며, 조만간 문화재청이 조사에 나설 것"이라며 "문화재청이 전문적으로 조사를 하다 보면 종종 찾을 수도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문화계는 "발원문이 분실된 것으로 결론 나면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를 지키지 못한 동국사와 행정당국의 관리부실에 대한 책임 소재 등 파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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