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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진정성 있어야 가능" 20년간 어르신 목욕봉사 이일우씨

송고시간2021-11-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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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을 활성화하고 그 저변을 넓히려면, 저마다 주변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봉사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나부터 즐기는 봉사가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봉사 문화가 확산하는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다니는 그는 사내 봉사단체 '반딧불이' 소속으로 이 봉사를 20년 가까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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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공장 '반딧불이' 소속, 거동 불편 노인 씻겨드려

"아무나 못 하는 봉사도 있어…함께한 아들 대견"…자원봉사 명예의 전당에

어르신 목욕 봉사하는 이일우 씨
어르신 목욕 봉사하는 이일우 씨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봉사를 거창하거나 어렵게 생각할 건 아니지만, 모든 봉사를 쉽거나 가볍게 여겨서도 안 되죠. 아무나 할 수 없는 봉사도 분명 있어요. 책임감과 사명감이 필요한 활동도 있어야 봉사 영역도 넓어지고,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밝아진다고 생각합니다."

봉사활동을 활성화하고 그 저변을 넓히려면, 저마다 주변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봉사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헌신이나 희생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장하게 임할 필요도 없다.

나부터 즐기는 봉사가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봉사 문화가 확산하는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모든 봉사를 그렇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이일우(59) 씨는 조언했다.

20여 년 봉사 경력에 현재 5개 봉사단체에 소속된 이씨는 긴 시간 다양한 봉사를 경험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애착을 느끼는 봉사는 울산시립요양원에서 하는 어르신 목욕 봉사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다니는 그는 사내 봉사단체 '반딧불이' 소속으로 이 봉사를 20년 가까이 하고 있다.

10명가량 회원이 2주에 한 번씩 요양원을 찾아 15명 정도 어르신을 개운하게 씻겨드리는 활동이다.

보통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의자에 앉혀 씻기는데, 앉지도 못할 만큼 몸이 불편한 어르신은 침대에 눕힌 채 2∼3명이 달라붙는다.

김장 봉사하는 이일우 씨
김장 봉사하는 이일우 씨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로 안부를 묻고 말벗이 돼주는 목욕 시간은 어르신들에게 몸은 물론 마음도 정화하는 시간이 될 터다.

그런데 마음을 깨끗이 한다는 측면에서는 이 시간이 봉사회원들에게도 같은 효과를 준다.

진정성이 필요하며, 그만큼 큰 보람과 깨우침을 느끼는 활동이 이 목욕 봉사라는 게 이씨의 생각이다.

회원들 모두 이씨와 다르지 않았던 것인지, 반딧불이는 회사 지원을 받지 않은 채 순수하게 회원들 회비로 운영되고 있다.

"남을 씻긴다는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노환과 질환이 있는 어르신들은 목욕 중에 실례(용변)를 하시는 일도 있어요. 봉사 시간 채우거나 형식적으로 봉사하러 왔다가 기겁을 하고 돌아가시는 분들도 봤어요. 그런 모습들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아무나 할 수 없고 아무나 해서도 안 되는 봉사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방해꾼에 막혀 목욕 봉사는 요즘 중단된 상태다.

모두 고령에다 다양한 질환이 있는 어르신들이라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회원들을 기다리고 있을 어르신들 생각을 하면 안타깝고 얼른 만나 뵙고 싶은 생각만 든다고 한다.

쓰레기 수거 활동 하는 이일우 씨
쓰레기 수거 활동 하는 이일우 씨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터뷰 시간 대부분을 목욕 봉사 소개에 할애했지만, 이씨는 이 밖에도 다양한 봉사를 펼쳤다.

그중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은 것이 울산공수특전동지회 소속으로 전개한 해양 정화 활동이다.

울산지역의 주요 어항이나 해수욕장, 도심을 흐르는 태화강 등지에서 물에 가라앉거나 떠밀려온 쓰레기를 수거하는 활동이다.

코로나 시국 이전에 회원들과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휴일에는 100여 명의 인원이 동시에 모여 쓰레기를 치웠다.

그 밖에도 수난구조 봉사, 축제장 교통지도, 학생 선도를 위한 야간 순찰 등도 이씨가 담당하는 활동들이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이씨는 울산시자원봉사센터가 선정하는 '울산 자원봉사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베테랑 봉사자인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는 아들과 함께한 어르신 목욕 봉사를 떠올렸다.

어려워할 줄 알았던 봉사를 어려만 보이던 아들이 꺼리지 않고 해냈을 때, 스스로 봉사하면서 가졌던 보람과는 다른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아들이 중학생일 때부터 다양한 봉사활동에 데려갔지만, 목욕 봉사는 군대 제대한 뒤에 처음 데려갔어요. 데려가면서도 '다음에 다시 오려고 할까' 하는 생각에 반신반의했죠. 그런데 다음부터도 계속 가려고 하더라고요. 아들이 대견하고 뿌듯했어요. 최근에 아들이 원하는 직장에 입사했습니다. 농담으로 '봉사 잘해서 좋은 회사 간 거다'라고 했지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닐 거라고 봅니다. 하하하."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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