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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선택은…기후변화 대응이냐, 물가안정이냐

송고시간2021-1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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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정책 목표로 삼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인플레이션 대응 방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경제권에서 심화하는 인플레를 잡으려면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원유 증산이 필요하지만 탄소중립을 기치로 내건 바이든이 선뜻 이 카드를 선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달 초 버지니아주 주지사 선거에서 참패해 정치적 타격을 입은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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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심각해지는 인플레 공포에 위기감…대응책 마련 고심

OPEC+에 증산 압박 실패…"탄소 중립 정책에 모순"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정책 목표로 삼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인플레이션 대응 방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경제권에서 심화하는 인플레를 잡으려면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원유 증산이 필요하지만 탄소중립을 기치로 내건 바이든이 선뜻 이 카드를 선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내 화석연료 사용은 줄이면서 산유국 카르텔인 'OPEC+'(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 협의체)에 원유 추가 증산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태도가 모순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 커지는 인플레 공포…美 소비자물가 31년 만에 최대폭 상승

이달 초 버지니아주 주지사 선거에서 참패해 정치적 타격을 입은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달 1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동월보다 6.2% 상승했다고 밝혔다.

1990년 12월 이후 거의 31년 만의 최대폭 급등이다. 애초 시장이 예상했던 5.9%를 크게 웃돌았다.

올해 들어 소비 회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인건비 상승으로 기업들이 소비자 가격을 올린 결과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지난 4월 4.2%였던 작년 동월 대비 미국 CPI 상승률은 5월부터 5%대로 진입한 뒤 9월(5.4%)까지 5개월 연속 5%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지난달에는 결국 6%를 넘어섰다.

미 노동부는 "가격 상승은 신차와 중고차, 휘발유, 가구, 임대료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나타났다"며 "특히 외식비와 식료품 가격 상승 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식료품점 [게티이미지=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식료품점 [게티이미지=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욕타임스(NYT)는 10월 CPI가 '물가 상승 속도가 점차 느려질 것'이라는 워싱턴의 희망을 깨뜨렸다고 진단하면서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가격이 올랐다고 보도했다.

휘발유가 작년 동월보다 49.6%, 연료유가 같은 기간 59% 각각 폭등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을 주도했고, 중고차(26.4%)와 식음료(5.3%)도 가격이 큰 폭으로 뛴 것으로 집계됐다. 신차(9.8%)와 주거비(3.5%) 상승 폭도 만만치 않았다.

미 노동부의 10월 CPI 발표는 특히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바이든 행정부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호언장담과 또다시 어긋났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민주당 텃밭인 버지니아주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에 패배해 정치적 타격을 입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CPI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이례적으로 직접 대응에 나선 것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물가상승 추세를 뒤집는 것이 자신의 "최우선 사안"이라며 인플레 장기화 우려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바이든은 에너지 가격을 물가 급등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하면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관련 대책과 조치를 주문했으나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물가 급등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저축을 크게 늘린 미국인들의 상품 수요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원자재, 물류, 인력 등 전방위적인 공급망 차질이 맞물린 결과여서 꼬인 실타래를 풀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라 로스너-워버튼 매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인플레이션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미국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 상승이 이뤄지는 6개월 정도의 기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캐시 보스찬치치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수석 미국 금융 이코노미스트는 "더 큰 그림은 인플레이션이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점"이라며 "상황이 좋아지기 전에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원유 생산 늘리자니 기후 대응이…제한된 선택지에 고민하는 바이든

바이든 행정부는 광범위한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라고 보고 있다.

이달 초 바이든 행정부 외교정책 실세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급히 사우디 리야드까지 날아갔던 것도 산유국 카르텔인 OPEC+의 원유 추가 증산이 유가 안정에 필수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든의 이런 노력은 사우디의 추가 증산 거부로 실패로 돌아갔다.

미국의 오랜 동맹이던 사우디가 바이든의 증산 요청을 거부한 것은 바이든이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거론하면서 냉랭하게 대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OPEC+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원유 증산 요청은 다른 측면에서도 비판받고 있다.

취임 초기부터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정책 목표로 내세우며 자국 내 원유 생산을 억누른 바이든이 OPEC+에는 증산을 요청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WSJ는 바이든이 지구온난화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겠다면서도 OPEC+에는 원유 생산을 늘리라고 압력을 가하는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 뉴욕의 휘발유 가격 표지판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뉴욕의 휘발유 가격 표지판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인플레 충격으로 다급해진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내 화석연료 생산을 줄이겠다고 한 내부 원칙을 깨려 한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정부가 최근 미국 내 일부 석유 생산업체와 접촉해 얼마나 빨리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지 문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전략 비축유 방출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 상원의원 11명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거나 원유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까지 고려하라고 건의했다.

수많은 미국인의 일상에 직접적 타격을 주고 있는 물가 폭등은 바이든 정부의 정치적 기반까지 위태롭게 하고 있다.

정치 신인인 공화당의 글렌 영킨 후보가 민주당 텃밭인 버지니아주에서 민주당 후보를 꺾은 것도 물류 대란과 물가 상승 등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 난맥상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으로서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인플레 대응에 실패할 경우 내년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허투루 흘려듣기 어려운 상황이다.

WSJ는 치솟는 원유 가격이 정치적으로 위태로운 시기에 바이든에게 딜레마를 안겨줬다며, 백악관이 원유 공급을 늘리기 위한 제한된 선택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T에 "백악관이 희망한다고 해도 성공이 보장된 확실한 수단은 없다"며 "백악관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희망은 팬데믹이 서서히 물러가면서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passi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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