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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안 듣는 슈퍼버그, 금 나노클러스터로 잡는다

송고시간2021-11-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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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성 세균의 항생제 내성 문제는 세계 공중 보건계의 중대한 위협으로 부상한 지 오래다.

이런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할 것으로 기대되는 획기적인 해법이 나왔다.

금 나노클러스터(gold nanocluster)로 박테리아의 항생제 내성을 교란해, 기존 항생제가 다시 효과를 내게 만드는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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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테리아 세포막 파괴해 기존 항생제 침투성 높이는 효과

금 나노클러스터ㆍ표준 항생제 병행 투여, 유력한 해법 '부상'

영국 리즈대 등 연구진, 영국 왕립화학협회 저널에 논문

다제내성균 MRSA
다제내성균 MRSA

다제내성균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를 2만 배 확대한 전자현미경 이미지.
[미 CDC(질병통제예방센터)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병원성 세균의 항생제 내성 문제는 세계 공중 보건계의 중대한 위협으로 부상한 지 오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세계 모든 지역에서 항생제 내성 문제가 위험할 정도로 높은 수위까지 치닫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투자 확대를 촉구했다.

이런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할 것으로 기대되는 획기적인 해법이 나왔다.

금 나노클러스터(gold nanocluster)로 박테리아의 항생제 내성을 교란해, 기존 항생제가 다시 효과를 내게 만드는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한 개가 25개의 금 원자로 구성된 이 나노클러스터(Au25)는 박테리아 세포의 외막을 파괴해 항생제의 침투성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이 연구는 영국 리즈대와 중국의 선전(深천<土+川>) 남방 과기대, 상하이 푸단대 등의 과학자들이 함께 수행했다.

그 결과는 8일(현지 시각) 영국 왕립화학협회 저널 '케미컬 사이언스(Chemical Science)'에 논문으로 실렸다.

현실적으로 박테리아에 항생제 내성이 생기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박테리아는 자신을 죽이려고 개발된 항생제를 피하는 쪽으로 계속 진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항생제 내성균 문제는 더 방관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해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를 보면, 미국에서만 한해 최소 280만 명이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되고 이 가운데 3만5천여 명이 목숨을 잃는다.

금 나노클러스터 구조
금 나노클러스터 구조

'쌍성 이온' 리간드(청색)와 양전하 리간드(적색)가 티올 분자(노란색)를 거쳐 금 나노클러스터(갈색ㆍAu25)와 결합해 있다.
[영국 리즈대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사실 금 나노입자가 항균성을 보인다는 건 이미 몇 년 전 학계에 보고됐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정상 세포를 해치지 않고 금 나노입자를 세균 감염 부위까지 전달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연구팀은 금 나노클러스터를 '분자 막(molecular envelope)'으로 포장해 항균 효능은 유지하면서 독성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런 방식으로 포장된 금 나노클러스터는 여러 종류의 세균을 죽이는 데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다.

그중엔 병원 감염을 일으키는 다제내성균과 표준 항생제 치료에 저항하는 내성균도 일부 포함됐다.

나노클러스터를 필요한 부위로 운반하는 덴 자연의 정전력(electrostatic force)을 이용했다.

세균이 인간 등 포유류 세포보다 더 강한 음전하를 띤다는 점에 착안해, 양전하를 띤 리간드로 나노클러스터를 둘러쌌다.

리간드(ligand)는 수용체와 결합하는 약제, 항체, 호르몬 등의 분자를 말한다.

이 해법은 옛날 사람들이 먼 곳에 편지를 보낼 때 썼던 '전서구(carrier pigeon)' 같은 효과를 냈다.

음과 양이 결합하는 힘을 받아 목표 지점에 정확히 도달한 금 나노클러스터는, 항생제 내성균에 전혀 효과가 없거나 점점 효과를 잃던 표준 항생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작용을 했다.

연구팀은 또 나노클러스터를 둘러싼 '분자 막'의 독성을 줄이기 위해 다른 성질을 가진 리간드로 한 번 더 휘감았다.

음양의 전하를 모두 가져 '쌍성 이온 그룹'으로 불리는 이 두 번째 리간드는 포유류의 세포막 지질에도 들어 있다.

이런 방식의 리간드 이중 포장은 금 나노클러스터와 포유류 세포 사이의 이질성을 줄였고, 나노클러스트가 더 쉽게 신장을 거쳐 몸 밖으로 배출되게 했다.

놀랍게도 기존 항생제와 금 나노클러스터를 함께 투여하면, 병원 내 감염의 주범인 '슈퍼버그'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에도 항균 효과가 강해졌다.

이번에 시험한 3종의 항생제 중 하나는 병행 투여량을 128분의 1로 줄여도, 다제내성균인 MRSA의 성장이 억제됐다.

슈퍼버그에 감염된 생쥐의 장 조직
슈퍼버그에 감염된 생쥐의 장 조직

약칭 C.diff 균은 병원 내 감염에 단골로 등장하는 다제내성균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 환자 등에게 치명적인 장염을 일으킨다.
[호주 모내시대 BDI 제공 / 재판매 및 DG 금지]

이번 연구를 주도한 리즈대의 저우 더젠(Dejian Zhou) 나노화학 교수는 "두 개의 리간드 비율을 섬세하게 조절해, 금 나노클러스터가 자신의 항균 효과를 유지하면서 세균 내성으로 상실된 항생제 효능을 다시 강화하게 하는 길을 찾았다"라고 설명했다.

저우 교수는 금 나노클러스터와 기존 항생제의 병행 투여가 항생제 내성균 문제를 해결하는 유력한 해법이 될 거로 믿는다.

여러 종류의 효과적인 항생제를 빠르고 저렴하게 개발하는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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