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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은 물가 감당 못해"…세계 곳곳서 끼니 거르는 가정 는다

송고시간2021-11-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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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은 밥상 물가와 에너지 가격이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둔 전 세계 서민 가계를 강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천연가스 가격이 5배나 폭등한 영국에서는 빈곤층뿐 아니라 평범한 직장인들도 푸드 뱅크(가난한 사람들이 무료로 음식을 얻는 곳)를 찾고 있고, 아시아와 중남미에서는 밥상 물가를 감당 못 해 끼니를 거르는 서민 가정이 늘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 폭등으로 여느 해보다 추운 겨울을 맞고 있는 영국의 서민과 빈곤층은 '난방이냐, 끼니냐'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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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중남미 저소득층에 식료품·에너지 가격 급등 직격탄

英서민층도 무료급식소 전전…"난방이냐 끼니냐 선택기로"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치솟은 밥상 물가와 에너지 가격이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둔 전 세계 서민 가계를 강타하고 있다.

음식 만드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 여성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음식 만드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 여성 [AP=연합뉴스 자료사진]

2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정부 지원금 등으로 연명하던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은 '위드 코로나' 돌입과 함께 물가 앙등이라는 암울한 현실에 직면했다.

올해 들어 천연가스 가격이 5배나 폭등한 영국에서는 빈곤층뿐 아니라 평범한 직장인들도 푸드 뱅크(가난한 사람들이 무료로 음식을 얻는 곳)를 찾고 있고, 아시아와 중남미에서는 밥상 물가를 감당 못 해 끼니를 거르는 서민 가정이 늘고 있다.

◇ 무료급식소 찾는 영국 직장인들…"난방이냐, 끼니냐"

천연가스 가격 폭등으로 여느 해보다 추운 겨울을 맞고 있는 영국의 서민과 빈곤층은 '난방이냐, 끼니냐'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이달 5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부유층이 많이 거주하는 웨스트 런던 지역의 푸드 뱅크 '아빠의 집'(Dad's House)에는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과거에는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빈곤층이 주로 찾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교사나 그래픽 디자이너, 저널리스트 같은 평범한 직장인들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푸드뱅크 앞에 줄 서있는 호주 멜버른 시민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푸드뱅크 앞에 줄 서있는 호주 멜버른 시민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빠의 집' 창업자인 빌리 맥그라너헌은 CNN비즈니스에 "9월 중순 이후 놀라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푸드 뱅크를 찾지 않던 젊은 층이나 1인 가구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수개월 동안 푸드 뱅크를 찾는 사람들이 급증할 것"이라며 "전기료와 가스료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에서는 주요 난방 연료인 천연가스 도매가가 올해 1월이후 지금까지 무려 423%나 올랐다.

천연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수백만 명에 달하는 영국인 가정의 생활비에 큰 압박이 되고 있다.

4개월 전 처음 푸드 뱅크를 찾았다는 마리라는 이름의 63세 여성은 남편이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어 반드시 집에 난방을 해야 한다며 다음 분기 난방비가 벌써 걱정된다고 CNN비즈니스에 밝혔다.

영국 정부는 팬데믹 기간에 580만 명이 넘는 실업자나 저소득층에게 주던 주당 20파운드(약 3만2천 원)의 정부 보조금 지급을 지난달 초부터 중단했다.

맥그라너헌은 저소득층에게 주당 20파운드의 수당이 사라지는 것은 큰 타격이라며 "그들은 추운 10월 밤에 오븐에 데운 따뜻한 음식 없이 차가운 샐러드만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제한된 생활비로) 난방이냐 끼니냐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동쪽으로 7마일(약 11㎞) 정도 떨어진 곳에서 또다른 푸드 뱅크를 운영하는 로버트 허닝거 씨는 "9월 말 이후 이곳을 찾는 방문자 수가 주당 250명가량으로 급증했다"며 "젊은 전문직 종사자와 교사, 세미프로 테니스 선수도 방문자 대열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 극한상황 내몰린 중남미·아시아 빈곤층…"굶주린 채 잠잘 때도"

빈부격차가 심하고 개발도상국이 많은 중남미와 아시아 지역에서는 급등한 물가를 감당하지 못해 끼니를 거르는 빈곤층 가정이 속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천정부지로 치솟은 식료품 가격은 특히나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중남미와 아시아 저소득층 가정을 극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무료로 음식 받아가는 브라질 상파울루 시민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무료로 음식 받아가는 브라질 상파울루 시민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브라질 상파울루에 사는 41세 싱글맘 셀리아 마토스는 WSJ에 "올해 초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식구들을 먹여 살릴 수 있었지만 최근 고기와 다른 식료품 가격이 30%나 올랐다"며 "굶주린 채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마토스는 "요리를 하기 위해 가스를 사면 음식을 살 돈이 없고, 음식을 사면 비누를 살 돈이 없다"며 "가끔 울고 싶어진다"고 덧붙였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최근 발표한 10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3.2포인트로 1년 전보다 31.3% 오르며 2011년 7월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WSJ는 특히 중남미 지역에서 식료품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고 전했다. 유엔은 수천만명의 중남미 주민들이 영양실조 상태이거나 끼니를 거르고 있다고 추산했다.

브라질과 칠레 중앙은행은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최근 기준금리를 대폭 올렸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신흥시장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윌리엄 잭슨은 "브라질과 남미의 다른 국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는 상대적으로 남미보다는 인플레가 심각하지 않지만 최근 이 지역을 덮친 악천후와 공급망 차질의 영향으로 주요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

최근 내린 폭우로 홍수 피해를 본 인도와 중국에서는 양파와 꽃양배추 같은 채소 가격이 급등했고,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에서도 채소와 야자유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뉴델리에 사는 41세 싱글맘 샨티 호로는 WSJ에 "(아무런 반찬 없이) 밥만 먹거나 때로는 설탕 뿌린 빵만 먹으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며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주 대륙의 가뭄과 유럽의 폭우 등 악천후와 함께 코로나 제한 완화 이후 발생한 공급망 차질이 겹치면서 식료품 가격이 치솟아 세계 각국 소비자들이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passi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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