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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에서 만난 동시대 이야기…김초엽 '행성어 서점'

송고시간2021-11-0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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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문단을 사로잡은 젊은 작가 김초엽의 신작 '행성어 서점'(마음산책) 속 미지의 세상이 생경하지 않은 건 이 때문일까.

감각적인 상상력이 펼쳐지는 초현실·우주적 세계인데도 현실 정서에 발을 디뎌 괴리감이 없다.

여행자들의 이방인 체험 정도가 돼버린 이 서점을 수상한 여자가 찾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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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에서 만난 동시대 이야기…김초엽 '행성어 서점' - 1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2019년 가을, 90여 년 역사의 미국 뉴욕 맨해튼 독립서점 스트랜드를 찾았을 때다. '18마일 책'(보유 서적을 줄지으면 약 29㎞란 의미)이란 슬로건답게 빼곡한 책들이 방대한 양이었다. 예술 분야 등 전문 서적과 고서적, 절판본은 물론 영어도 아닌, 낯선 언어로 된 책도 있었다. '읽는 족족 자동 번역된다면….' 해석되지 않는 책을 만날 때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생각이다.

근래 문단을 사로잡은 젊은 작가 김초엽의 신작 '행성어 서점'(마음산책) 속 미지의 세상이 생경하지 않은 건 이 때문일까. 감각적인 상상력이 펼쳐지는 초현실·우주적 세계인데도 현실 정서에 발을 디뎌 괴리감이 없다.

인류의 뇌에 통역 모듈을 심어 수만 개 은하 언어를 알 수 있는 세상. 다만, 행성어 서점 책들은 통역 모듈을 방해하는 글자로 인쇄돼 행성어를 직접 배우지 않는 이상 읽을 수 없다. 여행자들의 이방인 체험 정도가 돼버린 이 서점을 수상한 여자가 찾기 시작한다. 그녀는 뇌에 통역 모듈이 설치되지 않는 시술 부적응자이지만, 행성어를 독학해 읽을 수 있었다.

지난달 출간한 '방금 떠나온 세계'로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김초엽이 부지런히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표제작 '행성어 서점'을 포함해 14편의 단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한국 공상과학(SF) 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호평이 무색하지 않게 가상 세계 안에 장애와 혐오, 이종(異種) 간 갈등과 공존, 환경 파괴 등 동시대적 문제의식을 이식했다.

특히 '다름'과 '다양성'에 대한 작가의 관용적 태도는 서로 다른 시공간의 이야기를 관통하며 일관성을 이룬다.

통역 모듈 시술 부적응자('행성어 서점'), 무엇이든 몸에 닿으면 끔찍한 고통을 느끼는 '접촉증후군' 환자('선인장 끌어안기'), 지구 출신이 아닌, 남들과 다른 미각의 초미각자('지구의 다른 거주자들')….

모두 소위 '정상'이라 불리는 이들과 달리 뭔가가 과잉 또는 결핍된 별종, 이방인, 즉 소수자들이다.

그 안엔 '별종'과 교감하는 새로운 만남이 등장하고 사랑, 연민 등 다양한 정서가 응축된다.

김초엽 작가는 "수년 동안 노트에 잠들어 있었지만, 어떻게 소설로 옮겨야 할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던 아이디어들이 이상하게도 짧은 소설이란 제약을 걸어주면 스르륵 문장이 되어 풀려나온다"며 "어깨에 힘을 빼고 출발해야 도달할 수 있는 산뜻한 이야기의 마을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소설들은 그 마을에서 수집해온 이야기들이라고.

초현실주의 그림으로 주목받는 신예 일러스트레이터 최인호가 작가의 상상력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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