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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11년째 신장질환 장애인 재활 돕는 백락운씨

송고시간2021-11-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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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병을 앓는 시각장애 어머니를 치료하고자 찾았던 병원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에서 11년째 모퉁이복지재단을 맡고 있는 백락운(58) 이사장은 사회복지사업이라는 낯선 길에 나서게 된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백 이사장은 6일 "대한민국에 하나밖에 없는 시설이라고 해서 갔는데 시설이 너무 열악했다"며 "건물 지붕은 곧 무너질 것 같았고 계속된 적자로 의원을 폐쇄한다는 이야기도 돌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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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 투석차 찾은 병원이 인생 바꿔…사회복지사업 눈떠

무료투석 위한 소송도…"적자지만 책임감 갖고 재단 꾸릴 것"

인터뷰하는 백락운 모퉁이복지재단 이사장
인터뷰하는 백락운 모퉁이복지재단 이사장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지난 4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 모퉁이복지재단에서 백락운(58) 이사장이 인터뷰하고 있다. 2021.11.5
chamse@yna.co.kr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신장병을 앓는 시각장애 어머니를 치료하고자 찾았던 병원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에서 11년째 모퉁이복지재단을 맡고 있는 백락운(58) 이사장은 사회복지사업이라는 낯선 길에 나서게 된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작은 제조업체를 꾸려오던 백 이사장은 2010년 지인의 소개로 모퉁이복지재단 산하 인천재활의원을 알게 됐다. 이 병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신장 투석 장애인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곳이다. 투석기만 54대로 사회복지시설 중 최대 규모다.

백 이사장의 어머니는 혈액 투석이 필요한 중증장애 2급과 시각장애 등 중복장애가 있어 일반 병원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어렵게 찾아낸 이 병원은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었다.

백 이사장은 6일 "대한민국에 하나밖에 없는 시설이라고 해서 갔는데 시설이 너무 열악했다"며 "건물 지붕은 곧 무너질 것 같았고 계속된 적자로 의원을 폐쇄한다는 이야기도 돌았다"고 설명했다.

그의 어머니는 일주일만 투석하지 못해도 쇼크사할 가능성이 컸다. 어머니의 치료를 위해서라도 병원의 정상적인 운영이 시급했다.

백 이사장은 "주로 어떤 분들이 오시나 하고 병원을 돌아보니 일흔 이상의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며 "힘든 투석 치료를 받곤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분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인터뷰하는 백락운 모퉁이복지재단 이사장
인터뷰하는 백락운 모퉁이복지재단 이사장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지난 4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 모퉁이복지재단에서 백락운(58) 이사장이 인터뷰하고 있다. 2021.11.5
chamse@yna.co.kr

고심 끝에 백 이사장은 사업으로 모은 전 재산 9억원을 재단 기본재산으로 기부하고 난생 처음 사회복지사업에 뛰어들었다. 어머니를 생각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재단을 운영하면서 차츰 의료 사각지대에도 눈을 돌리게 됐다.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 환자들의 본인 부담금을 받지 않는 무료 투석을 계속하고자 법정 다툼까지 벌였지만, 의료법 위반이라는 행정당국의 통보에 2012년 결국 중단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백 이사장은 "무료 투석을 계속하기 위한 소송 끝에 대법원까지 갔지만 결국 사회복지법보다 의료법이 상위에 있었다"며 "비영리 법인이지만 영리 목적으로 의료비 감면 혜택을 줄 수 없도록 한 의료법이 적용됐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한 올해 초부터는 6개월 넘게 병원 내 일반 내과 진료를 아예 중단하기도 했다. 투석 치료를 받는 장애인 환자들의 경우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위험이 일반인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는 "여기서 투석하는 장애인들은 다른 곳에서 치료받기 어려운 환자들인데다 당뇨·고혈압 합병증을 앓는 사람이 대다수"라며 "집과 병원만 오가는 분이 많은데 외부인 출입이 잦은 내과를 열어두면 감염 위험이 커 운영을 중단했다"고 했다.

매년 100명 넘는 장애인 투석 환자가 병원에 다녀가는 동안 가슴이 뭉클해지는 기억도 늘었다.

병원비를 내지 못할 만큼 가난했던 한 환자는 임종 전 가족들에게 "고생하는 병원 직원들에게 떡이라도 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유족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뜻에 따라 만든 콩떡을 의료진에게 돌렸다고 한다.

인천재활의원 내 인공신장실
인천재활의원 내 인공신장실

[모퉁이복지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이 재단 의원에서는 의사 2명, 간호사 20명, 관리부 기사 등 모두 48명이 근무하고 있다.

인천시로부터 간호 인력 16명의 인건비는 지원받고 있지만, 이들의 급여는 일반 병원 인력이 통상적으로 받는 급여의 75%가량에 불과하다. 10년 동안 근무한 관리부 기사의 월 급여도 220만∼230만원 수준이다.

이에 백 이사장은 신장병 장애 환자들의 치료를 책임질 이 재단을 오래 운영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경영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의료진들은 봉사할 생각이 없으면 일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공익성을 띤 비영리 의료기관이라도 조금만 신경 쓰면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보고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만 해도 건물 침수로 3천만원 넘는 적자를 사비로 메꿔야 한다"며 "사회복지 일을 하다 보면 '적자라도 나라에서 돈 주니까' 이런 생각들이 만연한 것을 가끔 느끼는데 이사장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재단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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