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쪼개기 후원' 구현모 대표 등 KT 임원 14명 기소(종합2보)
송고시간2021-11-04 16:43
구 대표 등 10명은 약식기소…임원 4명·KT 법인 불구속기소
황창규 전 KT 회장은 무혐의…검찰 "보고 및 지시·승인 증거 없어"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성도현 기자 = 법인 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되파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구현모(57) KT 대표이사 등 관계자들이 약식기소 되거나 정식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유경필 부장검사)와 형사14부(김지완 부장검사)는 4일 구 대표이사 등 임원 10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횡령 혐의로 약식기소하고, 전 대관 담당 부서장 맹모씨 등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KT 법인도 양벌규정에 따라 불구속기소 됐다.
다만 황창규(68) 전 KT 회장에 대해서는 이들과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무혐의 처분했다. 이밖에 가담 정도에 따라 임원 1명은 기소유예 처분하고, 4명은 입건하지 않았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 결과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비자금 조성 및 불법 정치자금 기부 행위가 당시 KT 대표였던 황 전 회장에게 보고됐다거나 황 전 회장이 지시·승인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국회의원에게 뇌물을 줬다거나 수사 대응을 위해 회삿돈을 빼돌려 변호사 수임료로 썼다는 등 '쪼개기 후원' 관련 다른 고발 사건을 비롯해 고문 위촉 및 광고비 지급 관련 배임 고발 사건 등 5건은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구 대표이사 등 10명에 대해서는 2016년 9월부터 대관 담당 임원에게 명의만 빌려주는 방식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고 벌금형에 약식기소했다.
구 대표이사의 경우에는 2016년 9월 6일 국회의원 13명의 후원회에 1천400만원의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불구속기소 된 맹씨 등 4명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조성한 비자금 가운데 4억3천790만원을 19·20대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360회에 걸쳐 불법 후원금으로 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법인 자금으로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 방식으로 11억5천만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파악했다.
수사 결과 KT는 2016년 9월 대외업무 담당 부서를 넘어 전사적인 차원에서 대대적인 정치자금 기부 행위를 했는데 고위 임원들 대부분이 포함됐다.
검찰은 KT가 국회의원들에게 1인당 후원 한도를 넘는 돈을 제공하기 위해 100만~300만원씩 금액을 분할해 '쪼개기 후원'을 한 것으로 본다.
정치자금법상 1인당 한 해에 국회의원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500만원이다.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한편 이번 약식기소는 구 대표의 향후 거취에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승인된 CEO 경영계약에 따르면 대표이사가 임기 중 직무와 관련한 불법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1심에서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을 경우 이사회가 사임을 권고할 수 있는데, 약식기소로 금고 이상 형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앞으로 준법 경영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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