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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 싹틀 때부터 독성 단백질은 퍼져 있다

송고시간2021-11-0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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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성 치매의 주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은 연구하기 매우 어려운 질병이다.

실제로 알츠하이머병이 진행하는 방식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전혀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핵심은 알츠하이머병의 싹이 틀 때 이미 독성 단백질 알갱이가 뇌의 여러 영역에 퍼져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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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한 영역에서 연쇄반응으로 확산한다'는 학계 통념 깨져

독성 단백질 '복제' 차단으로 치료 표적 바꿔야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논문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녹색)를 공격하는 소교세포(적색)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녹색)를 공격하는 소교세포(적색)

[미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노인성 치매의 주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은 연구하기 매우 어려운 질병이다.

발병하기까지 수십 년간 잠복해 진행하는 데다 확실한 진단은 사후 뇌 조직 검사를 해야 가능하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병 연구가 생쥐 같은 동물 모델에 주로 의존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물 실험에선 독성 단백질이 뇌의 여러 다른 영역에 퍼졌을 때 알츠하이머병이 빠르게 진행하는 걸로 나왔다.

학계에선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과정을 묘사하는 데 '폭포수(cascade)'나 '연쇄반응' 같은 표현을 많이 쓴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병이 암과 비슷한 방법으로 진행한다고 믿는다.

미세한 독성 단백질 알갱이가 뇌의 한 영역에서 먼저 형성된 뒤 연쇄반응을 일으켜 뇌 전체로 퍼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알츠하이머병이 진행하는 방식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전혀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핵심은 알츠하이머병의 싹이 틀 때 이미 독성 단백질 알갱이가 뇌의 여러 영역에 퍼져 있다는 것이다.

이 발견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대한 생각을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는 걸 시사한다.

뇌 영역 사이의 독성 단백질 확산을 막는 기존 접근법으론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케임브리지대 산하 '영국 치매 연구소', 미국 하버드대 등의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소교세포의 분업 메커니즘
소교세포의 분업 메커니즘

소교세포의 핵(청색)이 튜브형 돌기(적색)로 연결돼 있다.
이런 네트워크는 독성 단백질을 분해하는 분업에 유리하다.
[독일 본 대학 미하엘 헤네카 교수 /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PET(양전자 방사 단층 촬영법) 스캔과 사후 뇌 조직 검사, 수학적 모델 분석 등을 통해 타우 단백질 알갱이가 뇌에 어떻게 퍼지는지 추적했다.

뇌 PET 대상엔 경증 인지 장애부터 중증 단계까지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다양하게 집어넣었다.

케임브리지대가 10년 넘게 걸려 개발한 화학반응 속도론(chemical kinetics) 기술이 독성 단백질 알갱이의 형성과 확산 모델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5개의 데이터 세트를 한데 묶어 동일한 수학적 모델로 돌려 보니, 여러 뇌 영역에서 각각 독성 단백질 알갱이가 복제되는 게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속도를 제어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했다.

타우(tau) 단백질은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beta) 단백질과 함께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 물질로 꼽힌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선 타우와 아밀로이드 베타가 각각 뒤엉킨 매듭(tangles)과 플라크(plaques) 형태로 미세 알갱이를 형성한다.

이런 독성 알갱이가 퍼지면 뇌 신경세포가 사멸하면서 뇌의 체적이 줄어들어 기억력 손상, 성격 변화 등으로 이어진다.

논문의 공동 수석저자인 케임브리지대 화학과의 투오마스 놀스(Tuomas Knowles)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의 발달 과정에서 더 큰 효과를 보려면 (독성 단백질) 알갱이의 확산이 아니라 복제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게 발견의 핵심"이라면서 "아울러 불완전한 동물 모델 대신 인간의 데이터를 갖고 연구하는 가치가 이번에 분명히 드러났다"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추적 연구에 인간의 데이터가 사용된 건 처음이라고 한다.

알츠하이머병과 소교세포
알츠하이머병과 소교세포

소교세포 증식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도해.
[영국 사우샘프턴대 Diego Gomez-Nicola / 재판매 및 DB 금지]

타우 단백질의 복제는 매우 느리게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타우 단백질 알갱이가 뇌에서 복제되는 덴 최대 5년이 걸렸다.

다른 공동 수석저자이자 영국 치매 연구소 교수인 데이비스 클레너먼 경(Sir David Klenerman)은 "뇌의 뉴런(신경세포)은 이런 독성 단백질의 형성을 차단하는 데 놀랄 만큼 뛰어나지만,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려면 더 잘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진행 과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환자의 뇌에서 타우 알갱이가 관찰되는 조발성 전측두엽 치매(FTD), 외상성 뇌 손상, 진행성 핵상 마비 등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기로 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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