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나눔동행] 100마리 고양이 아빠 김경택 씨…어느덧 10년

송고시간2021-11-07 09:05

beta

부산 금정구 금강공원에 가면 가정용 수레에 검정 봉지를 한가득 싣고 다니며, 애타게 고양이를 부르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고양이에 대한 그의 사랑은 10년 전 시작됐다.

요약 정보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줄인 '세 줄 요약' 기술을 사용합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야 합니다. 제공 = 연합뉴스&줌인터넷®

부산 금강공원서 10년째 고양이 먹이 주는 '캣대디'

"산속에서 살아남는 고양이 보며 행복과 용기 얻어"

부산 금강공원에서 고양이 돌보는 김경택씨
부산 금강공원에서 고양이 돌보는 김경택씨

[촬영 박성제]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새끼야∼ 어서 이리 와. 밥 먹자∼."

부산 금정구 금강공원에 가면 가정용 수레에 검정 봉지를 한가득 싣고 다니며, 애타게 고양이를 부르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10년째 이곳에서 100여 마리의 고양이를 돌보는 '캣대디' 김경택(80)씨.

그가 고양이들을 부르자 숨어있던 고양이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그는 "일주일에 2번씩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며 "정해진 장소에서 부르면 목소리를 기억한 고양이들이 먹이를 찾아 나온다"고 말했다.

먹이 먹는 금강공원 고양이들
먹이 먹는 금강공원 고양이들

[촬영 박성제]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날이면 그는 닭가슴살 8㎏, 작은 조기 50여 마리, 족발 5㎏, 사료, 캔 등을 준비한다.

오전 내내 닭가슴살과 생선을 익히고 족발에서 살을 발라낸 뒤, 오후 1시부터 5시간씩 금정공원 구석구석을 돌며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준다.

그는 "먹이를 주고 바로 자리를 뜨면 까마귀가 고양이에게 달려든다"며 "끝까지 다 먹는 걸 지켜본 뒤에야 이동하다 보니 한번 먹이를 줄 때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먹이 준비하는 김경택씨
먹이 준비하는 김경택씨

[촬영 박성제]

고양이에 대한 그의 사랑은 10년 전 시작됐다.

2012년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김씨가 운영하던 회사가 부도가 났을 때, 그는 생을 마감할 생각에 금강공원에 올랐다고 한다.

낭떠러지 위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던 그때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는 "사람이 오니 배고픈 고양이가 먹이를 달라고 슬피 울었다"며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썩은 나무뿌리를 먹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바로 산을 내려가 공원 앞 식당에서 생선 1만원 어치를 사 고양이에게 줬다"며 "그때부터 불쌍한 고양이를 돌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금강공원 고양이들
금강공원 고양이들

[촬영 박성제]

그렇게 시작한 봉사가 어느덧 10년 차를 맞이했다.

"산속에서도 살아남는 고양이를 보며 행복과 용기를 얻는다"는 그는 "몸이 아파 입원을 했을 때도 고양이가 눈에 밟혀 급하게 퇴원했는데, 이후 마음이 안정돼서인지 건강도 회복했다"고 말했다.

김경택 씨가 준비한 먹이
김경택 씨가 준비한 먹이

[촬영 박성제]

김씨는 점점 금강공원에 머무는 고양이가 사라지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10년 전 돌보던 고양이는 200마리도 넘었지만, 이제는 100여 마리만 남았다.

사냥개를 키우는 이들이 고양이를 목표물로 삼아 사냥을 시키는가 하면 장사꾼이 무단으로 고양이를 잡아가 팔기 때문이다.

김씨는 "어느 날 돌보는 고양이가 보이지 않을 때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금강공원 고양이들
금강공원 고양이들

[촬영 박성제]

그래도 최근 들어서는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김씨를 격려하는 이들도 늘었다.

10년 전만 해도 고양이에게 밥을 준다는 이유로 시비를 걸어와 하루에 5∼6번씩 다툼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는 "캔이나 사료를 주며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이 늘어날 때마다 뿌듯한 마음"이라며 미소 지었다.

최근 노년에 접어든 그에게는 한가지 소원이 생겼다.

그를 이어 금강공원에 사는 고양이들을 대신 돌봐줄 사람을 구하는 것이다.

김씨는 "건강이 나빠질 경우를 대비해 남은 고양이를 보살필 사람을 고용하고 싶다"며 "회사가 안정화된 이후 돈을 더 열심히 벌려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며 웃음을 내비쳤다.

이어 "힘없고 불쌍한 고양이를 괴롭히지 말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