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김웅 소환조사 공수처, '고발사주' 제대로 파헤치길
송고시간2021-11-03 12:50

(과천=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 창구로 지목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3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4월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과 공모해 두 차례에 걸쳐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직선거법 위반)를 받는다. 2021.11.3 [공동취재] see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피의자 중 한 명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을 3일 소환해 조사했다. 현직 국회의원이 공수처에 소환되기는 처음이다. 하루 전날 공수처는 지난해 4월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불러 조사했다. 김 의원은 손 검사와 함께 이 사건의 전모를 밝혀줄 '핵심 열쇠'로 꼽힌다. 작년 4·15 총선을 앞두고 두 사람은 두 차례에 걸쳐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은 당시 고발장 등을 이 사건 제보자 조성은 씨에게 보낸 전후로 조씨와 나눈 통화내용까지 공개돼 의혹이 증폭됐다. 따라서 공수처는 이날 조씨와 통화내용을 토대로 김 의원을 집중신문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건의 핵심 피의자들을 연이어 소환조사하는데도 공수처가 미덥지 못하다는 이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점은 공수처가 뼈아프게 곱씹어야 한다.
공수처에 대한 불신은 공수처가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혁의 도마 위에 오른 검찰의 대안으로 탄생한 기관임에도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거나 잇단 부실 수사로 체면을 구긴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공수처는 출범 초기라 할 수 있는 지난 3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피의자였던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관용차를 제공하는 등의 편의 제공으로 '황제 조사' 논란을 촉발했다. 최근에는 그동안 단 한 차례도 소환조사를 못 한 손준성 검사에 대해 체포영장과 사전구속영장을 잇달아 청구했다가 모두 기각되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특히 손 검사의 구속영장은 체포영장 기각 후 3일 만에 그에게 알리지도 않은 상태로 전격 청구한 것이어서 부실 수사 논란과 별도로 '인권 침해'라는 비판까지 거세게 일었다. 검찰의 반인권적 행태를 결코 답습하지 않겠다던 조직의 출범 당시 다짐을 무색하게 만든 행보였다.
이날 소환된 김웅 의원도 손 검사 못지않게 사건의 실체를 밝혀줄 '키맨'으로 꼽힌다. 김 의원은 작년 4월 3일 조성은 씨와 통화에서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 고발장을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남부(지검이) 아니면 조금 위험하대요"라고 말했다. 같은 날 두 번째 통화에서는 김 의원이 고발장을 남부지검이 아닌 대검에 제출하도록 요청하면서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또 "만약 (고발장을 내러) 간다고 하면 그쪽에다가 이야기해 놓겠다" "이 정도 보내고 나면 검찰이 알아서 수사해준다"고 하는 등 검찰과 사전 교감을 의심케 하는 대목도 통화 녹취록에 등장한다. 이런 통화내용이 사실에 기반한 것이라면 일부 검사가 검찰권 사유화로 선거에 개입하려 했던 셈이 되므로 사안이 매우 엄중해진다. 따라서 공수처는 고발장 작성 및 전달을 누가 주도했는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묵인 등이 있었는지를 반드시 규명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까지 얽혀있는 고발 사주 의혹은 만일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기문란'에 해당한다. 공수처가 철저한 정치적 중립의 자세로 엄정하고 신속하게 사건의 실체를 파헤쳐 국민에게 공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올해 1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품격있고 절제된 수사를 공수처의 원칙으로 삼아 실체적 진실 발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초대 공수처장의 이런 다짐이 고발 사주 의혹 사건 수사에서 제대로 실천되지 못할 경우 공수처는 '윤석열 수사처'란 항간의 의심과 비아냥을 불식하지 못한 채 존립 기반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 의원과 손 검사 등 핵심 피의자들도 공직자로서 궁색한 해명 등으로 시간 끌기에만 나선다면 '법꾸라지'라는 국민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
https://youtu.be/cu6oEhKrM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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