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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넘어가면 다음은 오키나와"…무력 시위 나선 미일동맹

송고시간2021-11-03 05:10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 맞서다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

미 항모 집결·일 최대 군사훈련…긴장 고조되는 동북아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미국 항공모함 여러 척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결하고 일본 육상자위대는 30년 만에 최대 규모 군사훈련을 시행하는 등 동북아 지역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영 항공모함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합동훈련을 하는 모습[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영 항공모함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합동훈련을 하는 모습[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군과 일본군의 이런 움직임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침공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뤄져 주목된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하고, 일본과 호주 역시 참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면서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쏠린다.

◇ 미 주력 항모전단 인도·태평양 집결…"우발적 충돌 가능성"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군사적 개입을 할지 여부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 원칙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CNN방송에 출연해 중국의 대만 침공시 미국이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확언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CNN 타운홀 미팅서 발언하는 바이든 [AP=연합뉴스 자료사진]
CNN 타운홀 미팅서 발언하는 바이든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바이든이 말실수를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지만 바이든 발언 엿새 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침략할 경우 미국이 대만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밝혀 미군 개입설에 힘을 실었다.

미국뿐 아니라 호주와 일본도 대만에 대한 군사 개입 방침을 명확히 하고 있다.

피터 더턴 호주 국방장관은 지난달 24일(이하 현지시간) 호주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동맹인 미국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대중 강경파로 알려진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부총리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동맹국 보호와 집단자위권 차원에서 중국을 공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관심을 끄는 것이 미국 항모전단의 움직임이다.

미 해군연구소(USNI)에 따르면 현재 인도·태평양 지역에는 미 해군 항공모함 4척이 정박 중이거나 일본 해상자위대와 합동훈련을 벌이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호는 일본 요코스카항에, 강습상륙함 아메리카호는 사세보항에 각각 정박 중이고, 칼 빈슨호는 남중국해에서 일본 경항모 가가와 처음으로 합동훈련을 했다. 에식스 상륙준비단(ARG)은 페르시아만에 정박 중이다.

미 해군은 지난달 25일 "칼 빈슨 항모타격단이 지난 여름 남중국해에 배치된 이후 처음으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이즈모급 헬리콥터 구축함 JS 가가와 합동훈련을 벌였다"고 밝혔다.

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번 합동훈련은 전투기와 헬기의 비행작전과 함께 해상타격 연습, 해상급유, 항모와 비행단 간의 협동전술훈련 등이 망라됐다고 미 해군이 설명했다.

남중국해에서 훈련 중인 로널드 레이건호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남중국해에서 훈련 중인 로널드 레이건호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에 앞서 일본 이즈모 경항모에서는 역사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2차 세계대전 후 처음으로 일본 항공모함에서 F35B 라이트닝Ⅱ 전투기가 이착륙하는 훈련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즈모는 원래 헬기 탑재형 호위함이었지만 최근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전투기 이착륙용 경항모로 갑판 등을 개조했다.

진주만 공습의 트라우마가 있는 미국은 그동안 일본이 항공모함을 보유하는 것을 꺼렸지만 갈수록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커지자 이즈모와 가가의 경항모 개조를 사실상 묵인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제프리 호눙 연구원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커지는 힘과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움직임이 이즈모와 가가의 경항모 개조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공개적으로 군사개입 방침을 밝힌 이상 중국이 섣불리 대만을 침공하긴 쉽지 않겠지만 양측의 무력시위 수위가 높아지면 우발적인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군사평론가인 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은 "미국의 항모전단이 동북아에 집결한 것은 적에게 위압감을 느끼게 해 도발을 억지하는 효과가 있다"며 "미국과 중국의 전력 차가 크기 때문에 중국이 함부로 도발하긴 어렵겠지만 양측이 무력시위 수위를 높이다 보면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日 육상자위대, 냉전시절 이후 최대 규모 군사훈련

일본 육상자위대가 약 30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전역에서 벌이고 있는 대규모 군사훈련도 최근 정세와 맞물려 관심을 끈다.

병력 10만 명과 전투기 120대, 차량 2만여 대가 동원됐을 뿐 아니라 기간도 9월 중순 시작돼 11월 하순까지 두 달 넘게 이어진다.

요코다 노리코 육상자위대 대변인은 "이번 훈련은 작전 수행 능률과 저지력, 대응력 등을 향상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고 말했다.

CNN은 최근 인도·태평양 지역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육상자위대 관계자가 일본 주변의 안보 환경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동해상에 시험 발사했고, 중국은 대만의 항공 방위식별구역에 전투기 149대를 보내는 등 압박을 높이는 상황이다.

또 지난달 18∼22일에는 중국과 러시아 해군 함정 10척이 일본 열도를 거의 한 바퀴 도는 무력 시위를 펼쳐 일본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다.

남중국해에서 합동훈련 중인 미일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 트위터 캡처]
남중국해에서 합동훈련 중인 미일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 트위터 캡처]

이런 상황 속에서 진행 중인 육상자위대의 군사훈련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훈련장의 지형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등 일본의 남쪽 해안지역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일부 병력은 남부 오키나와 본섬에서 남북으로 이어지는 아마미오·미야코· 요나구니 섬에도 배치됐다.

요나구니 섬은 대만에서 불과 100여㎞ 떨어진 거리에 있다.

비록 육상자위대는 이번 훈련이 특정 적대 국가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유사시 중국의 침공으로부터 대만이나 센카쿠 열도 등을 방어하려는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본이 대만 방어에 적극적인 것은 대만이 중국에 점령될 경우 제1열도선이 뚫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일본 규슈와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을 잇는 제1열도선이 뚫리면 이 주변 해상 운송로 지배권이 중국에 넘어가게 된다. 이는 일본에는 악몽같은 시나리오다.

일본은 석유와 천연가스 같은 자원의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데, 전체 물량의 70∼80%가량이 대만과 필리핀 사이 해협을 통해 들어온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무력 통일해 일대 제해권을 장악하게 된다면 일본으로선 아소 전 부총리의 말처럼 "국가 존망 위기 사태"에 처하게 되는 셈이다.

또 대만이 중국에 넘어가면 중국과 치열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 열도의 방어도 장담하기 어렵게 된다.

대만과 센카쿠 열도의 거리는 180여㎞에 불과하다.

전략지정학자인 브라흐마 첼라니 인도정책연구센터 교수는 "일본은 대만이 중국의 손에 넘어가면 오키나와도 위험해진다고 보고 있다"며 "한국, 필리핀, 태국 등도 중국의 세력 하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passi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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