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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시선] "한국 외교, 장기적 실리 챙겨야"…老외교관의 통찰력

송고시간2021-10-31 07:07

국제사회서 인권·민주주의 가치 추구해야 장기적으로 국익 극대화

서울 전쟁기념관에 게양된 태극기
서울 전쟁기념관에 게양된 태극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예전에 한 노(老) 외교관이 대한민국 외교의 업그레이드 필요성을 역설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국익이라는 외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단기적인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단기적 국익은 안보와 경제성장으로 이룰 수 있다.

다만 그 나라가 추구하는 가치를 전 세계로 확산시켜 자국에 유리한 국제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장기적 실리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이미 10여 년 전의 지적이지만, 수십 년간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예리한 통찰은 지금도 유효한 것 같다.

이 외교관의 견해에 비춰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초 취임사에서 민주주의라는 기치를 내걸고 민주주의 국가들의 단결을 강조한 배경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공산당이 권력을 잡은 중국을 최대의 경쟁자로 간주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확산시키는 것이 자국에 유리한 국제 환경을 조성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사회에서 집요하게 중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중국 블록이 형성된 양상이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유엔 회원국 43개국이 중국 정부의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성명을 낸 것도 최근의 사례다.

그러나 한국은 올해도 위구르족 인권탄압에 대한 공동 성명에 동참하지 않았다. 2019년부터 3년 연속 불참이다.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을 비판하는 미국 워싱턴DC의 시위대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을 비판하는 미국 워싱턴DC의 시위대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물론 한국이 공동 성명에 쉽게 동참할 수 없는 현실적 이유도 존재한다.

중국의 공세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를 고려한다면 중국에 각을 세우는 국가들과 함께 하는 것은 국익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 일각에서는 국제사회의 반중 진영에 대해 '냉전적 사고방식'이라며 거부감을 보이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만 앞서 소개한 한 외교관의 지적처럼 외교 정책을 수립할 때는 장기적 국익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 외교에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가 반영돼야 국익이 극대화되고, 국가 이미지도 함께 제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익이라는 측면 이외에도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다. 군사독재라는 암울한 시기를 겪었던 한국이 위구르족 인권탄압 문제에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더욱 안타까운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회담 전 인사하는 정의용 장관과 왕이 부장
회담 전 인사하는 정의용 장관과 왕이 부장

(샤먼=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4월 3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인사하고 있다. 2021. 10.31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한가지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점은 10여 년 전부터 가치 추구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 외교관이 외교부로 복귀해 재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의용 외교장관은 17대 국회의원 시절이었던 2005년 2월 14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인권이라는 가치를 외교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당시 정 장관이 문제로 삼은 것은 중국이 아닌 북한의 인권 문제였지만, 인권은 보편적 가치인 만큼 위구르나 홍콩 문제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나라는 자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16년 전 정 장관이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국회 속기록에 남긴 말이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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