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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나누면 행복합니다"…투병에도 꺾이지 않는 기부

송고시간2021-10-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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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폐지와 재활용품을 주워 판 돈을 10년 넘게 고스란히 기부해 온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 쌍송3리 이장 박화자(61) 씨는 대장암 4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지만, 오늘도 폐지를 주우러 1t 화물차의 시동을 걸었다.

누구도 견디기 쉽지 않다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기부를 이어가는 그는 "베풀면 행복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나눔 실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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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마도면 박화자 이장, 12년째 폐지 주워 이웃사랑 실천

"돈 없어 공부 못 하는 학생 없기를…목숨 다할 때까지 기부"

(화성=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저의 생명이 조금이라도 연장된다면 지금 하는 기부를 더 하라는 하나님의 뜻일 테니 목숨 다할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박화자씨가 나눔 실천으로 받은 표창장
박화자씨가 나눔 실천으로 받은 표창장

[연합뉴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폐지와 재활용품을 주워 판 돈을 10년 넘게 고스란히 기부해 온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 쌍송3리 이장 박화자(61) 씨는 대장암 4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지만, 오늘도 폐지를 주우러 1t 화물차의 시동을 걸었다.

누구도 견디기 쉽지 않다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기부를 이어가는 그는 "베풀면 행복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나눔 실천 이유를 밝혔다.

박씨가 기부를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였다.

마을 이장을 맡은 지 10년쯤 되던 2009년 새로 부임한 면장의 제안으로 명절에 불우 이웃을 도울 방법을 찾던 중 고물상을 하는 친구를 통해 폐지를 주워오면 돈을 주겠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그때부터 그는 오래된 마티즈 승용차를 이용해 마도산업단지 주변을 돌아다니며 폐지를 모았다.

폐지와 재활용품을 친구의 고물상에 갖다주고 받은 돈은 꼬박꼬박 모아 면사무소에 기부했는데 그게 벌써 12년이나 됐다.

재활용품 정리하는 박화자씨
재활용품 정리하는 박화자씨

[연합뉴스]

"면사무소 복지 담당 직원에게 기부할 때마다 '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전해달라'고 해왔어요. 제가 어렸을 때 넉넉하지 못해 공부를 많이 못 했는데 학생들이 생활 형편 때문에 나처럼 공부하지 못하는 건 못 보겠더라고요."

경남 남해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까지 재혼해 집을 떠나자 세 살 때부터 두 언니와 함께 조부모 손에서 자랐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초등학교밖에 못 나온 그는 평생 학업에 대한 미련이 있었다고 한다.

"얼마 전 장학금을 지원해 준 대학생이 행정고시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내 일처럼 기뻤어요. 그 똑똑한 아이가 돈이 없어 공부를 제대로 못 했다면 얼마나 가슴 아파하며 살게 됐을까 생각할 때 기부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새벽 4시면 일어나 두 시간가량 폐지를 줍고, 오전 6시부터 집안일과 농사일을 한 뒤 저녁 7시쯤부터 다시 두 시간가량 폐지를 줍는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남을 돕는 일은 박 이장 인생에 벤 오래된 일상이 되어 버렸다.

박 이장이 이렇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었던 데에는 남편의 전폭적인 지원도 한몫했다.

화물차 운전을 하는 남편은 2010년 박씨가 경차를 몰고 폐지를 주우러 다니는 걸 보고, 적금을 타서 1t 트럭을 사줬다.

화물차 운전을 해 번 돈으로 생활하기조차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박씨의 선행을 언제나 응원해 준 든든한 후원자이자 동반자다.

폐지 줍는 나눔 천사 박화자 이장
폐지 줍는 나눔 천사 박화자 이장

[연합뉴스]

이렇게 선한 인생을 살아온 박 이장 부부에게 한 달여 전인 지난달 17일 큰 시련이 찾아왔다.

병원에서 박 이장이 대장암 4기에 암세포가 다른 부위로 전이까지 이뤄져 수술도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 부부는 의사로부터 검사 결과를 듣는 순간 한동안 그저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고 한다.

암 선고를 받고 나서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라며 세상을 원망할 법도 하지만 박 이장은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폐지를 주웠다고 한다.

박씨는 "다행히 통증이 없어요. 그냥 항암치료 받으면서 기운이 없는 정도. 그것에 오히려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원래 65세까지만 폐지를 주워 기부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대장암 4기에 전이까지, 하나님이 지금 가져가셔도 될 제 목숨을 이렇게 연장해 주시는 걸 보니 기부를 더 하고 오라는 뜻 같아서 목숨이 다할 때까지 폐지는 계속 주우려고 합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여러분도 지금 가진 재산을 아까워하지 말고 적은 돈이라도 나누세요. 공부할 시기에 공부하지 못하는 학생들, 치료받아야 하는 데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없도록요. 나누면 반드시 행복합니다. 그 행복을 여러분들도 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goa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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