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재판 독립' 위반" 소수의견, 법원 무죄 우회 비판
송고시간2021-10-28 17:03
"직무집행 행위"…법원 1·2심은 '직권 없어 직권남용 안돼' 무죄
"재판 독립·공정성에 위협…관료화된 조직 취약성 드러나"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파면 여부 판단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공판에 입장하고 있다. 2021.10.28 saba@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헌법재판소가 이미 임기가 끝난 법관을 파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을 각하했으나 일부 재판관은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며 소수의견을 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이날 재판관 다수인 5명의 의견에 따라 임 전 부장판사 탄핵을 각하했으나 유남석·이석태·김기영 3명의 재판관은 인용 의견을 냈다.
인용이란 소추를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임 전 부장판사를 파면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재판관들은 '피청구인(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위반에 해당함'을 확인하자는 입장이다.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4.16연대,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사법농단 관련 결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에 관여한 혐의로 헌정사상 처음 진행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사건을 '각하'했다 2021.10.28 saba@yna.co.kr
소수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먼저 다수 의견과 달리 현직 법관이 아니더라도 탄핵 심판을 진행할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이 사건은 사법부 내 재판 독립 침해 문제가 탄핵소추에 이른 최초의 법관 탄핵"이라며 "헌재가 재판 독립 의의나 법관의 헌법적 책임 등을 규명하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 침해 문제를 사전에 경고해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재판관은 또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가 '직무집행에 있어서 한 행위'이며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헌법 103조가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보장하는데, 임 전 부장판사가 법관들의 사무 분담과 평정, 인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형사수석부장판사로서 재판에 개입한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임 전 부장판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의 재판장에게 '(박 전 대통령에 관한) 기사가 허위라는 점이 드러나면 법정에서 밝히라'고 요구한 것이 재판 개입이라고 인정했다.
또 임 전 부장판사가 재판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더라도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임을 분명히 하고 법리적으로 부득이 무죄를 선고한다는 취지를 밝혀야 한다'고 한 것, 판결 구술본을 수정한 것도 재판 개입으로 인정했다.
이 재판관들은 또 "피청구인의 재판개입 행위는 형사수석 지위에서 사법행정 체계를 이용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재판 독립과 공정성에 심각한 위협일 뿐 아니라 여러 재판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져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법행정 담당자들은 법관들이 어떤 영향도 받지 않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할 수 있도록 외부의 영향력을 차단할 책무가 있다"며 "그런 노력은커녕 오히려 법원행정처 고위직 법관의 의사가 재판에 반영되도록 협조하면서 재판에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료화된 수직적 구조의 사법행정 조직이 조언이나 의견 제시, 충고 등 형태로 재판에 개입하는 순간 재판의 독립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관들의 이번 소수의견은 임 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법원의 판결 취지와 상반돼 파장이 예상된다.
임 전 부장판사는 재판 개입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는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고, 따라서 '직권 없이는 직권남용도 없다'는 법리적 이유로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반면 소수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피청구인은 형사수석으로서 형사부 사건 배당 주관자이자 중요 사건 보고의 사실상 중간결재자"라며 "피청구인의 행위는 사법행정 업무를 수행하던 기회에 직무와 관련해서 한 것으로 '직무집행에 있어서' 한 행위"라고 덧붙였다.
임 전 부장판사의 형사 사건은 검찰이 상고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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