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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배임' 뺀 유동규 기소, '윗선 수사' 의지는 있나

송고시간2021-10-2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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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1일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의 '키맨' 중 한 명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달 29일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22일 만의 첫 기소다.

'윗선'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그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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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검찰이 21일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의 '키맨' 중 한 명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달 29일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22일 만의 첫 기소다. 공소장엔 2013년 대장동 개발업체에서 3억5천2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와 2014∼2015년 화천대유에서 700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부정처사 후 수뢰 약속)가 담겼다. 사업편의 제공과 특혜의 대가였다. 그러나 구속영장에 적시된 1천100억원대의 '배임' 혐의는 빠졌다. 대장동 사업협약서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아 성남도개공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친 범죄의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에 들어 있던 혐의를 기소 단계에서 제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윗선'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그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 씨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5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역시 구속영장에 있었으나 공소장에선 빠졌다. 여러모로 부실 수사를 실토하는 것 같아 보기에 안쓰럽다.

대장동 사건의 양대 축은 배임과 뇌물 의혹이다. 민간 토건업자에게 천문학적 수익을 안겨준 기이한 사업구조를 설계한 최종 책임자의 정체와 정ㆍ관계에 뿌려진 막대한 검은돈의 흐름 파악에 수사의 성패가 달렸다. 유 씨 공소장에서 배임을 뺀 것에 대해 검찰은 "공범 관계나 구체적 행위 분담 등을 명확히 한 후 추후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강 수사를 통한 추가 기소 가능성은 열어둔 셈이다. 일각에선 김만배 씨 영장심사 때 배임이 수용되지 않은 데 따른 트라우마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배임 혐의의 사실관계와 논리 구성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검찰도 인정했다는 것이다. 반면 여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적지 않다. 배임죄 적용시 인허가권을 가진 성남시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당시 시장이었던 이 지사에게로 불길이 번지지 못하도록 방화벽을 쳤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검찰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수사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한데 그동안 검찰은 '윗선'을 규명하기 위한 압수수색을 계속 늦췄다. 지난 15일 뒤늦게 성남시청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시장실·비서실은 제외했다. 여론 악화에 등 떠밀리듯 실시한 압수수색에서도 본진은 건드리지 않고 변죽만 울린 채 돌아섰던 것이다. 검찰이 결국 시장실을 뒤진 것은 5차 압수수색에 나선 21일이었다. 하지만 수사 착수 20여일이 지난 시점에, 그것도 4차에 걸친 사전경고 끝에 이뤄진 압수수색에서 과연 유의미한 자료를 챙길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검찰 안팎에선 정치권 눈치만 살피며 보여주기식 쇼를 한 것에 불과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윗선'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는 정치 진영과 무관하게 의심을 받는다. 성남시 압수수색에서 시장실을 제외한 데 대해 정의당 여영국 대표는 지난 18일 "검찰이 여당 대선후보를 지키려는 것 아니냐"며 거칠게 비판했다. 유 씨 공소장에 배임 혐의를 누락한 것과 관련,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2일 "이재명 일병 구하기를 위해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중에선 이미 검찰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든 신뢰를 받기가 어렵다는 취지의 말이 나돌고 있다. 검찰로서는 위기이자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대형 사건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검사들로 수사팀을 보강하거나, 성남시 고문변호사 경력으로 이해충돌 가능성이 제기된 김오수 총장이 수사 보고를 회피하는 등의 신뢰회복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수사에선 내용 못지않게 절차적 정당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 씨에 대한 배임 혐의 추가 기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천억원대의 개발이익 환수가 불가능해진다. '윗선'의 존재도 미궁으로 빠지면서 수사는 용두사미로 끝나고 만다. 이 경우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고, 특검이 불가피해진다는 것을 검찰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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