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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공장 노동자의 꿈은 어떻게 좌절됐는가

송고시간2021-10-1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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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출신으로 청운의 꿈을 품고 광둥(廣東)성 선전시로 간 그는 운 좋게도 대만 글로벌그룹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 취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장 안은 기계 소음만 가득한 채 침묵이 강요되는 장시간 노동"이 일반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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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생산체계 르포 '아이폰을 위해 죽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여러분의 새로운 꿈을 향해 서두르세요, 멋진 삶을 추구하세요. 폭스콘에서 지식을 넓히고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꿈은 여기서부터 미래로 이어집니다."

열일곱 살 텐위(田玉)가 폭스콘에 취업해서 받은 핸드북에 씌어있는 글귀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텐위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시골 출신으로 청운의 꿈을 품고 광둥(廣東)성 선전시로 간 그는 운 좋게도 대만 글로벌그룹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 취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꿈이 산산이 부서지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텐위는 새벽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일했다. "공장 안은 기계 소음만 가득한 채 침묵이 강요되는 장시간 노동"이 일반적이었다. 한 달에 하루 이틀 쉬는 게 고작이었다. 공장 규율은 엄했고, 친구를 만날 환경도 아니었다. 게다가 내부 시스템 문제로 월급마저 나오지 않았다. 열일곱 살이 정신적으로 버티기 어려운 상황까지 내몰린 것이다.

"너무 절망한 나머지 정신이 멍해졌어요."

텐위는 이른 아침 기숙사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12일간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그는 하반신이 마비됐음을 깨달았다.

폭스콘 공장단지 기숙사에서 추락해 하반신이 마비된 텐위
폭스콘 공장단지 기숙사에서 추락해 하반신이 마비된 텐위

[나름북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홍콩이공대 사회학과 제니 챈 교수, 마크 셀던 미국 코넬대 및 컬럼비아대 선임연구원, 푼 응아이 홍콩대 사회학과 교수가 함께 쓴 '아이폰을 위해 죽다'(원제: Dying for an iPhone)는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폭스콘 공장의 노동 실태를 다룬 르포다. 폭스콘에서 노동자 자살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한 것을 계기로 저자들이 폭스콘 공장에 잠입했고, 수년간 노동자들을 인터뷰해 공장 안 실상을 파헤쳤다.

저자들에 따르면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한 후 세계 휴대전화 판도를 바꿨다. 노키아, 모토로라 등 선두권에 있던 휴대전화 업체들은 애플에 왕좌를 내줬다. 아이폰 판매량은 2009년 2천73만1천대에서 2010년 3천998만9천대로 전년보다 98%나 급증했다.

아이폰 생산은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서 주로 이뤄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애플이 디자인하고, 중국에서 폭스콘이 조립하는 형태였다. 폭스콘 경영진들은 구매사가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는 공급 사슬에서 애플의 생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계약이 파기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이에 따라 폭스콘 경영진은 노동자들을 압박했다. 휴일은 월 1~2일, 시간 외 수당을 더한 월급은 1천400위안(26만 원) 수준에 불과했다. 대부분 시골에서 올라온 청년 노동자들이 견디기 어려운 작업환경과 임금 수준이었다. 2010년 한 해에만 폭스콘 노동자 18명이 자살을 시도했고, 이 중 14명이 사망했다.

청년 노동자들의 자살이 이어졌지만, 폭스콘은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대신 자살 방지를 위해 창살과 자살 방지 그물을 설치했다. 전 직원에게는 회사의 면책조항이 포함된 '자살 금지 서약서'에 서명하게 했다.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 회장은 2010년 5월 악령을 물리치겠다며 선전 공장에 승려를 데려오기까지 했다.

애플은 공급 업체에 행동 강령을 만들어 표준 노동시간을 준수하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노동조건을 감찰하지 않았고, 중국 정부도 폭력적인 작업장 환경을 외면했다. 오히려 청두에서는 정부가 폭스콘 채용을 공식 업무로 정하기도 했다.

2010년 아이폰의 가치분배
2010년 아이폰의 가치분배

[나름북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런 상황에서 폭스콘은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을 늘려갔다. "지난 10년간 폭스콘 내부의 주된 변화는 노동자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 직원을 학생 인턴과 하청 노동자로 대체하는 것이었다."

애플의 영광은 중국 노동자들의 희생을 기초로 했지만, 과실은 대부분 애플이 가져갔다. 애플은 아이폰4 모델의 소매가 549달러 중 58.5%를 챙겼다. 반면 중국 노동자들은 이 가운데 1.8%만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폰을 만들지만, 폭스콘 노동자들은 애플 제품을 하나도 살 수 없는 임금 수준인 것이다.

저자들은 "폭스콘은 전 세계의 정부와 우호적인 거래(담합)를 체결함으로써 글로벌 생산체계에서 자신의 가치 사슬을 높이려고 분투해왔다"며 "심지어 대규모 글로벌 투자를 통해 중국에서도 빠른 성공을 재현하려는 폭스콘의 시도가 노동자와 지역 주민, 환경운동가, 진보적 정치인 및 시민의 도전과 저항에 부딪혔을 때도 폭스콘의 시장 확장은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장갑을 벗은 후 폭스콘 노동자의 손 사진
장갑을 벗은 후 폭스콘 노동자의 손 사진

[나름북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책을 읽다 보면 매끈한 아이폰 속에 담긴 노동자들의 희생이 느껴진다. 책에는 노동자들이 쓴 시도 여러 편 담겼다.

"외로이 도시를 거닐다가 / 몇 번이나 울먹이는 서글픔 / 그저 이 깨어진 희망들이 / 성공한 후의 추억이 되기를"

나름북스. 정규식 등 옮김. 410쪽. 1만8천 원.

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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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북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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