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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으로 생기는 면역력, 생각보다 강력하다

송고시간2021-10-1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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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자 가운데 상당수가 '돌파 감염'을 피하지 못하는 현실도, 현재의 백신이 장기 면역 기억을 충분히 유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록펠러대 연구진은 최근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을 때 만들어지는 기억 B세포가 장기 면역력 형성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회복하면 폐와 주변 조직에 장기 면역 기억이 저장된다는 연구 결과가 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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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와 림프절에 장기 '면역 기억' 저장, 고령자도 유사 반응

항체·B세포 생성 '배중심', 최소 6개월 지속 확인

미국 컬럼비아 의대 연구진, 저널 '사이언스 이뮤놀로지'에 논문

세포 면역에 핵심 역할을 하는 T세포
세포 면역에 핵심 역할을 하는 T세포

[미국 NIAID(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장기 면역은, 기억 B세포(memory B cells)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의 항원결정기(epitope)를 얼마나 잘 기억하는지에 달렸다.

수개월만 지나면 약해지기 시작하는 혈액 순환 항체와 달리 기억 B세포는 훨씬 더 오래 살면서 신종 코로나가 다시 침입했을 때 즉각 중화항체를 만들어낸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가운데 상당수가 '돌파 감염'을 피하지 못하는 현실도, 현재의 백신이 장기 면역 기억을 충분히 유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록펠러대 연구진은 최근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을 때 만들어지는 기억 B세포가 장기 면역력 형성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또 신종 코로나 감염 시 생기는 기억 B세포가 mRNA 백신을 맞았을 때보다 중화 작용을 더 잘하는 항체를 생성한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회복하면 폐와 주변 조직에 장기 면역 기억이 저장된다는 연구 결과가 또 나왔다.

한번 코로나에 감염됐던 면역 기억이 폐와 그 주변 림프절의 T세포, B세포에 저장된다는 것이다.

미국 컬럼비아 의대의 도나 파버 미생물학 면역학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저널 '사이언스 이뮤놀로지(Science Immunology)' 논문 게재를 앞두고 지난 7일(현지 시각) 온라인판에 먼저 실렸다.

이 연구엔 라호야 면역학 연구소의 셰인 크로티 교수와 알레산드로 세테 교수도 참여했다.

신종 코로나의 전송 전자현미경 이미지
신종 코로나의 전송 전자현미경 이미지

[미국 NIAID(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재판매 및 DB 금지]

파버 교수팀은 신종 코로나 감염 회복자의 폐 연관 림프절에 6개월 뒤까지 배중심(胚中心·germinal centers)이 존재한다는 걸 확인했다.

주목할 부분은, 고령 감염 회복자에게도 배중심이 이렇게 장기간 유지된다는 것이다.

배중심은 병원체에 감염됐을 때 T세포 의존 항원에 반응해 림프절, 비장 등에 일시적으로 형성되는 미세구조를 말한다.

항체를 만드는 형질세포와 기억 B세포가 배중심 내에서 생성돼야 재감염에 대한 방어 기전이 작동한다.

연구팀은 또 신종 코로나를 식별하는 배중심 B세포와 낭포성 헬퍼 T세포가 폐 연관 림프절에 함께 있다는 것도 밝혀냈다. 이 유형의 T세포는 B세포의 분화를 촉진한다.

신종 코로나 감염자에게, 심지어 고령 감염자까지 장기간 배중심이 유지된다는 게 입증되기는 처음이다.

배중심의 B세포가 이렇게 장기간 존재하면 많은 순환 항체가 오래 유지되고 면역 반응도 계속 성숙해진다.

사실 신종 코로나의 출현은 면역학자에게 역설적인 기회를 제공했다.

고령자가 새로운 병원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4명의 조직 샘플을 비감염자와 비교 분석했다.

11세부터 74세까지 연령차가 있는 이들은 지난해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기 전에 다른 원인으로 사망한 사람들인데 생전에 자신의 장기와 조직을 기증했다.

파버 교수팀은 혈액이 아닌 조직 면역이 형성되는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지난 10여 년간 이런 샘플을 개발해 왔다.

분석 결과, 40세를 넘으면 새로운 병원체와의 만남을 기억하는 T세포가 많이 생성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버 교수는 "나이가 들면 대부분 (이미 형성돼 있는) 기억 세포에 의존해 면역 방어가 이뤄진다"라면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것과 같이 완전히 새로운 병원체(신종 코로나)를 만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 감염 세포의 돌기
신종 코로나 감염 세포의 돌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숙주세포에선 '사상위족'이라는 돌기가 나온다.
이 돌기는 바이러스의 인접 세포 감염 등에 이용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미 NIAID(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Elizabeth Fischer /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이번 연구에선 새로운 병원체에 대한 강한 면역 기억이 고령자에게도 형성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고령자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효과적인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파버 교수는 "나이가 들면 면역계도 쇠퇴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어떤 사람은 70대에도 장기간 강하게 지속하는 면역 기억 반응이 나타난다"라면서 "젊었을 때의 면역계가 나이가 들어도 부분적으로 유지된다는 걸 보여준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잘 활용하면, 신종 코로나의 자연 감염으로 생성되는 면역 기억 유형을 촉진하는 방법으로 코로나19 백신의 디자인과 접종 절차 등을 개선할 수 있을 거로 기대된다.

파버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백신이 폐와 관련 림프절 내의 면역 기억 세포를 표적으로 삼아야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력을 강화할 수 있다"라면서 "이는 감염력이 없는 바이러스를 비강에 분사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달성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전의 인플루엔자 감염 생쥐 실험에서 호흡기 감염을 최적으로 방어하려면 폐의 기억 T세포가 필요하다는 걸 확인했다"라면서 "이번 연구는 인간도 똑같을 수 있다는 걸 강하게 시사한다"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적절한 기증자 조직을 구하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을 때도 자연 감염과 유사한 면역 기억이 유도되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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