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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니' 가톨릭국가 산마리노, 156년 역사 낙태금지법 폐기

송고시간2021-09-27 07:46

국민투표서 77% 낙태 합법화 찬성…임신 12주 이내 허용

26일(현지시간) 낙태 합법화 국민투표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여성 [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낙태 합법화 국민투표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여성 [AP=연합뉴스]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 둘러싸인 인구 3만3천 명의 '초미니' 가톨릭 국가 산마리노가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를 합법화했다.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실시된 산마리노의 국민투표에서 77.28%가 낙태 금지 법안 폐지에 찬성했다. 투표율은 41%였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156년간 지속된 낙태 금지법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유럽에서 드물게 낙태를 금지하는 4대 소국(몰타·안도라·바티칸시국·산마리노)에서 빠지게 된 셈이다.

앞으로 산마리노에서는 임신 12주 이내에 한해 낙태가 허용된다. 다만, 그 이후에는 산모의 목숨이 위험에 처하거나 태아가 심각한 기형임이 확인될 때만 낙태가 가능할 전망이다.

국민의 97%가 가톨릭 신자로 분류되는 산마리노는 1865년 낙태 금지법 발효를 기점으로 낙태를 전면 불허해왔다. 이 법에 근거해 낙태하는 여성은 최고 징역 3년 형에, 낙태 시술에 관여하는 의사는 최고 징역 6년 형에 각각 처해졌다.

산마리노 거리에 붙은 낙태 합법화 찬반 포스터. [AP=연합뉴스]

산마리노 거리에 붙은 낙태 합법화 찬반 포스터. [AP=연합뉴스]

이 때문에 낙태를 희망하는 산마리노 여성들은 통상 이웃한 이탈리아로 넘어가 자비(약 1천500 유로·208만 원)로 시술을 받아왔다. 바티칸시국을 낀, 세계 가톨릭의 중심축인 이탈리아는 1978년 일찌감치 낙태를 합법화했다.

통계에 따르면 2005∼2019년 사이 연간 산마리노 국적 여성 20여 명이 이탈리아에서 낙태 시술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산마리노에서도 과거 낙태 합법화 시도가 있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03년 낙태 합법화 법안이 발의됐으나 반대 16표, 찬성 2표로 부결됐다.

이번 국민투표는 현지 여성 권리보호단체인 '여성 연합'이 낙태 합법화에 찬성하는 시민 3천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의회에 제출하면서 성사됐다. 국민투표 제안 가능 인원 1천 명을 세 배 이상 넘어서며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낙태에 비교적 관용적인 서유럽은 임신부가 요구하거나 혹은 임신부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경우 낙태를 허용하는 추세다.

2018년에는 가장 보수적인 가톨릭 국가로 꼽히던 아일랜드도 임신 12주 이내의 낙태를 수용하면서 낙태 합법화 국가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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