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검찰, '고발 사주' 수사로 협력모델 찾을까
송고시간2021-09-26 10:30
공수처법 해석 이견…"제도개선 모색해야 할 시점"
(과천=연합뉴스) 이대희 최재서 이승연 기자 = 수사 관할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이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서 협조 모드로 돌아서 주목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투트랙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공수와 검찰은 공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5일 수사 착수 사실을 밝히며 "공수처와 중복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협의, 협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욱 공수처장도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에 출석해 양 기관의 공조를 강조하며 "가장 중요한 것이 실체적 진실 규명이기 때문에 (공조에) 유의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실제로 두 수사기관은 지난 열흘 동안 별다른 잡음 없이 각자 맡은 바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살아있다. 고발 사주 의혹 수사가 점차 확대돼 양 기관이 접점에 다다르면 충돌 지점이 나타날 수도 있다. 같은 사건을 수사하지만 기소 권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입건하면서 공수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개 혐의를 적용했고, 검찰은 여기에 선거방해 혐의를 추가했다.
원칙적으로 공수처는 직권남용·공무상 비밀누설·선거방해 혐의에 대한 우선적 기소 권한이 있고,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기소 권한을 가진다.
문제는 공수처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관련 범죄'로 보고, 공수처법상 공수처가 기소권을 주장하며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공수처법 세부 해석을 놓고 다른 시각을 가진 검찰이 반발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3월 공수처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검찰에 넘긴 뒤 '수사 후 재이첩'을 요구하자, 검찰이 이를 거절하고 자체 기소 결정을 내린 이른바 '조건부 이첩' 갈등이 정반대 상황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두 기관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권한 갈등을 봉합하고 향후 제도적 측면에서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발 사주 의혹 수사는 늦어질수록 대선 개입 오해를 살 수 있어 양 기관이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사안이다. 특히 외부에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는 권한 다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사건 이첩 등과 관련해 공수처 기준이 다르고 검찰 기준이 다르다"라며 "제도적 측면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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