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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림문학상] "언어는 개인의 정체성·실존과 직결"

송고시간2021-09-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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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 작가 지영(37)은 24일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당선작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본질적 메시지가 무엇인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영은 이처럼 다른 사람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평생 살면서 만날 일 없는 타인의 역사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는 소설에서 모국어가 다른 언어로 대체된 '수키병 환자'들이 결국 먼지로 사라지는 설정에 관해선 이렇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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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지영 "기록하고 기억하기에 사라지는 이들이 사라지지 않을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다큐멘터리 감독인 '시오'가 마지막에 수키를 찾아 코코 라오에 가는데 과연 수키를 만날 수 있을까요? 저는 만남의 유무가 중요하다고 보지 않아요. 다만 만날 수 없고, 들을 수 없어도, 그곳까지 갔다는 게 더 중요하죠. 실패할 걸 알면서도 '한 걸음 더 다가가기'에요. 말을 잃고 몸을 잃은 사람들, 그리고 마주 앉아 그들을 듣고 들여다보고 또 기록하고, 그리하여 기억하는 자가 있기에 사라지는 이들이 사라지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 작가 지영(37)은 24일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당선작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본질적 메시지가 무엇인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현재 태국에 머물며 나레수안대 동양어문학부 한국어 강사로 일하는 지영은 수업을 계속해야 하는 데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귀국하기가 어려워 부득이 서면으로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자 지영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자 지영

(서울=연합뉴스) [재배포 및 DB 금지]

지영은 이처럼 다른 사람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평생 살면서 만날 일 없는 타인의 역사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소외된 채 조용히 살아가는 필부들의 삶에 렌즈를 들이대 조명하고 싶은 작가적 본능의 발로인 셈이다.

그는 "저기에서 누군가 다투고 누군가 죽었다고 할 때, 동일하게 표현되는 사건이지만 서로 다르게 채워진 각자의 사연이 있을 텐데, 그렇다면 대체 그들은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인가, 이것이 내 시선이 머무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설에서 모국어가 다른 언어로 대체된 '수키병 환자'들이 결국 먼지로 사라지는 설정에 관해선 이렇게 설명했다.

"언어가 바뀌어도 적응하고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언어가 개인의 정체성과 실존의 문제와 직결됐다고 봐요. 신체 먼지화 모티브는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였고요. 수키 증후군 환자들이 먼지로 사라지는 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무관심과 외면이 빚은 결과라고 생각했어요. 나의 동네, 나의 나라 너머에서 일어나는 분쟁과 죽음, 고난과 희생에 고개 돌리는 것, 그냥 무심히 지나치고 무엇보다 잊어버리는 것, 흔적도 없이 흩날려 사라지는 먼지는 망각의 증거라고 여기며 썼습니다."

지영은 이어 '수키 신드롬 팬데믹'을 다룬 이 소설이 현재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이 장편은 5년 전 써놓았던 중편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모어가 바뀌는 이상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보고됐다'는 설정으로 시작해 신체 먼지화 모티브를 추가한 중편이었는데,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태국에서 방역 규제로 집에 석 달 동안 갇혀 있던 기간부터 이를 장편으로 확장했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팬데믹 초반에 관련 기사를 보면 해외 체류자들은 한국에 들어오지 말라는 댓글이 정말 많았다. 이동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고국에서 버림받은 것만 같았다. 또 여기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버려질 존재는 이방인인 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두렵기도 했다"면서 "그제야 '수키'의 마음을 알 것 같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대미문의 전염병과 마주한 사람들의 반응, 정부나 세계 기구 차원의 대응, 또 수키 증후군 환자들의 짧은 이야기 등 모두 팬데믹의 시대를 살아냈기에 쓸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소설 속 인물들 다수는 집단주의의 폭력성에 의해 희생된다. 이에 대해 지영은 " 의도적으로 강조하며 쓰진 않았고 평소 생각이 자연스레 들어가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그는 집단주의와 교조주의의 폭력적 성향에 대해선 "무섭다"고 말했다.

지영은 장편 대부분을 인터뷰와 기사만으로 채운 실험적 형식을 택한 이유에 대해 "콜라주를 떠올리며 썼다. 인터뷰, 기사, 낙서, 메일, 수키와 관련된 것들이 모여 만들어진 콜라주"라고 답했다.

"콜라주를 보면 오려 붙여진 것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면서 거대한 하나를 만들어내죠. 다른 환자들의 이야기는 수키 증후군을 말하기 위해 모여든 것이지만 모두 각자 삶과 사연이 있으니 그것도 지켜주고 싶었어요. 또 작은 사진이 모여 하나의 큰 사진을 만들어 내는 포토 모자이크 같은 느낌이 났으면 했어요."

지영의 소설에서는 한국인인데도 디아스포라와 노마드의 정서가 느껴졌다. 이에 대해 그는 "한국에 가지 못한 지 830일쯤 됐다. 그래서 그런지 노마드, 디아스포라 모두 내 이야기 같긴 하다"면서 "사실 한국에 있을 때도 비슷했다. 집단 안에서도 스스로 이질적이라고 느낄 때가 많았다. 개인적으로 방황하며 헤매는 과정에서 구축되는 것들에 희열을 느끼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금 중 일부는 밴드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어하는 조카에게 '드럼 세트'를 사주는 데 쓸 계획이다. "꿈을 꾸는 '조카 1호' 김선율 군에게 응원을 보내려고 해요."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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