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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포장된 프랑스 개선문…예술? 낭비? 갑론을박

송고시간2021-09-17 07:57

은청색 폴리프로필렌으로 감싼 故 크리스토 유작 18일 대중 공개

막바지 포장 작업 중인 프랑스 파리 개선문
막바지 포장 작업 중인 프랑스 파리 개선문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지난해 5월 세상을 떠난 예술가 크리스토 자바체프의 유작 '포장된 개선문'(L'arc de Triomphe, empaquete) 마무리 작업이 16일(현지시간) 오후 늦게까지 진행 중인 모습. 2021.9.16 runran@yna.co.kr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수도 파리 중심부를 꿰차고 있는 높이 50m의 개선문이 2만5천㎡에 달하는 천으로 뒤덮여 있다.

마치 거대한 코끼리 뒷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이것은 대형 건축물을 포장하는 예술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크리스토 자바체프의 유작이다.

재활용이 가능한 폴리프로필렌으로 사방이 감싸져 은청색으로 빛날 개선문은 18일(현지시간)부터 10월 3일까지 대중을 만난다.

1985년 파리 퐁네프 다리, 1995년 독일 베를린 국회의사당 등을 포장했던 크리스토는 지난해 5월 31일 미국 뉴욕에서 84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개선문을 포장하겠다는 원대한 꿈은 크리스토와 2009년 먼저 세상을 떠난 그의 아내 잔 클로드가 1961년부터 함께 꿈꿔왔던 것이다.

'개선문은 포장 중'
'개선문은 포장 중'

(파리 AF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개선문에서 크리스토 자바체프의 유작 '포장된 개선문'(L'arc de Triomphe, empaquete)을 마무리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1천400만 유로(약 193억원)가 들어가는 개선문 포장 작업은 크리스토의 조카 블라디미르 자바체프가 이끌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6일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개선문을 돌아보고 나서 블라디미르에게 "말도 안 되는 꿈을 당신이 이뤄냈다"며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문화부 장관 로즐린 바슐로나르캥은 포장된 개선문(L'arc de Triomphe, empaquete)은 "파리시민, 프랑스인,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보내는 훌륭한 선물"이라고 칭송했다.

하지만 모두가 개선문의 변신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환경 파괴에 일조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고, 개선문 본연의 모습을 즐기지 못하는 게 아쉽다는 사람도 있다.

이탈리아 건축가 카를로 라티는 지난 11일 일간 르몽드에 기고한 글에서 크리스토에게 경의를 표하려면 포장을 뜯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토와 친구로 지낸 라티는 개선문을 포장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천을 낭비하는 실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라티는 "예술은 사회적, 환경적 목표를 갖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투쟁할 때 우리의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프랑스 파리 개선문 포장 작업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프랑스 파리 개선문 포장 작업

(파리 AF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개선문에서 크리스토 자바체프의 유작 '포장된 개선문'(L'arc de Triomphe, empaquete)을 마무리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샹젤리제 거리에서 만난 스위스 관광객 장(33)은 본래의 개선문을 못 보는 것은 둘째치고 개선문 위에서 파리를 둘러보는 기회를 빼앗겨 아쉽다고 말했다.

지금은 만인의 사랑을 받는 에펠탑이 처음에는 흉물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듯이 개선문에 가미하려는 변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파리 시민들도 있었다.

프랑스에서 공공예술 작품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전문가들은 논쟁을 촉발하는 것 역시 현대예술의 가치라고 보고 있다.

미국 팝아트 거장 제프 쿤스가 2015년 파리 연쇄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며 만든 높이 12m짜리 '튤립 꽃다발'은 항문을 떠올리게 한다는 냉소를 받았다.

미국 예술가 폴 매카시가 2014년 현대미술 국제박람회를 기념해 파리 방돔 광장에 세운 '나무'도 외설적이라며 훼손을 당해 철수하는 수난을 겪었다.

2015년 베르사유 궁전에 영국 예술가 아니쉬 카푸어가 "여성의 권력에 오른 여왕의 자궁"을 상징하는 '더티 코너'를 설치했다가 페인트로 공격을 받았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미술 사회학자 나탈리 하이니히는 르몽드와 인터뷰에서 현대 예술은 좋든 나쁘든 관객의 반응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의 문화담당 보좌관인 카린 롤랑은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앞 피라미드 등을 언급하며 "예술은 항상 논쟁을 불러일으켜 왔고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작업 중인 크리스토 자바체프의 유작 '포장된 개선문'
작업 중인 크리스토 자바체프의 유작 '포장된 개선문'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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