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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10여 년간 어버이날 어르신 밥상 차린 동네효자 김홍희씨

송고시간2021-09-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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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 학동의 김홍희(48) 더한우사랑 대표는 10년 가까이 어버이날마다 어르신들에게 점심을 대접한 '동네 효자'다.

군 복무 당시 다리를 다치고 어렵게 20대를 보낸 김씨는 대학 편입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시작한 마트 아르바이트를 통해 홀로 계신 어르신들에게 관심을 두게 됐다.

홀로 사는 노인들이 많은 동네여서 김씨가 집까지 배달을 가면 유독 반겨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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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점 옥상에 간이밥상 펼치고 시작…매년 400여명에게 점심 대접

"어버이날 외롭지 않게 밥 한 끼 대접…코로나19 끝나고 재개 기대"

10여 년간 어버이날 점심 대접 봉사한 김홍희씨
10여 년간 어버이날 점심 대접 봉사한 김홍희씨

[촬영 장아름]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처음에는 정육점 옥상에 천막을 치고 음식 대접을 했거든요. 어버이날마다 비가 올까 봐 조마조마했죠."

광주 동구 학동의 김홍희(48) 더한우사랑 대표는 10년 가까이 어버이날마다 어르신들에게 점심을 대접한 '동네 효자'다.

지금은 제법 큰 규모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처음 봉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정육점을 하면서 넉넉하지 못한 형편 속에 밥을 차렸다.

군 복무 당시 다리를 다치고 어렵게 20대를 보낸 김씨는 대학 편입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시작한 마트 아르바이트를 통해 홀로 계신 어르신들에게 관심을 두게 됐다.

홀로 사는 노인들이 많은 동네여서 김씨가 집까지 배달을 가면 유독 반겨주셨다.

노인들을 위해 집 안까지 짐을 들여놓다 보면 어려운 현실이 한 발짝 더 잘 보였고 애잔한 마음도 깊어졌다.

언젠가 내 가게를 차리면 이분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지만 군대 시절 부상을 치료하지 못한 채 육체노동을 계속하면서 건강이 악화해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려 꿈을 실현하게 됐다.

2013년 5월 8일 옥상에 마련한 어버이날 점심 대접 행사
2013년 5월 8일 옥상에 마련한 어버이날 점심 대접 행사

[김홍희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씨가 학동에 처음 자리 잡은 것은 2006년이었다.

정육점 일을 하면서 동네 어르신들과도 가까워졌고 자연스럽게 아르바이트 시절이 떠올랐다.

학동에서 한 번 더 자리를 옮겨 정육점이 딸린 작은 마트를 운영하게 됐고 2011년 5월 8일 이곳에서 첫 점심 대접 행사를 마련했다.

따로 공간을 빌리기는 부담스러워 처음에는 가게 옥상에 그늘막을 치고 바닥에 은박지 단열재를 깔고 간이 식당을 마련했다.

라면상자 위에 목재상에서 사 온 합판을 깔아 밥상을 준비하는 데만 사흘이 걸렸지만 힘든 줄 몰랐다.

김씨의 아내는 물론 아내의 친구, 함께 일하는 마트 동료들, 동료 자녀의 학교 학부모들까지 손을 보탰다.

첫해에는 오리탕을 끓이고 수육을 삶아 나물, 과일 등과 함께 상을 차렸다.

처음 해보는 배식 봉사인데다가 예상보다 많은 250여명이 방문해 첫해에는 늦게 도착한 일부 어르신들에게 "초대해서 왔더니 국물만 주느냐"는 타박을 듣기도 했다.

그렇지만 젊은 사람이 마을 어른들을 생각해줘서 고맙다며 손을 잡아주신 어르신들과 힘을 보태는 동료·이웃들로부터 힘을 얻어 해마다 어버이날 배식 봉사를 할 수 있었다.

형편에 따라 어떤 해에는 돼지고기를 대접하고 어떤 해에는 한우를 굽기도 했는데 어르신들은 그 어떤 밥상보다 정성이 들어갔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형편이 어렵거나 넉넉한 분, 홀로 사는 분이나 가족과 함께 사는 분 모두 외롭지 않은 어버이날을 보내길 바라는 김씨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2017년 5월 8일 어버이날 점심 대접 행사
2017년 5월 8일 어버이날 점심 대접 행사

[김홍희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15년 겨울 식당을 열고 나서는 비 걱정 없이 봉사할 수 있게 됐다.

2016년부터는 매년 400여명에게 어버이날 점심 대접을 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는 학운동 새마을부녀회도 손을 보탰다.

김씨는 "옥상이라 항상 비가 올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한 번도 비가 오지 않았다"며 "식당으로 옮기고 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서 가장 좋았다"고 웃었다.

그는 "정육점을 운영하고 직접 밑반찬을 만드니 재룟값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에 크게 걱정하지 않고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행사가 커져서 매년 500만원 안팎의 음식 재료를 준비하고 그날 점심 영업도 당연히 중단해야 했다"며 "묵묵히 따라준 아내와 직원들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회고했다.

어느 해에는 봉사하는 아들의 대견한 모습을 직접 보려고 김씨의 부모님이 고향에서 찾아왔다가 너무 바빠 조용히 발걸음을 돌린 적도 있었다.

김씨는 "정작 내 부모님을 못 챙긴다는 생각에 고민도 들었다. 그때는 60대였지만 이제는 70대 후반이라 우리 부모님도 연로하신데"라며 "그래도 부모님이 집에 가셔서는 아들이 좋은 일 한다고 자랑하셨단 얘기를 듣고 계속 봉사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10여 년 간 어버이날 점심 대접 봉사한 김홍희씨
10여 년 간 어버이날 점심 대접 봉사한 김홍희씨

[촬영 장아름]

김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와 올해 어버이날에는 어르신들을 모시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며 "계속해오던 일이니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면 재개하려 한다.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모두 얼굴 활짝 펴고 다닐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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