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zine] 국내에서 즐기는 이국적 풍경 ① 대관령 목장

'한국의 알프스' 평창에서 보는 푸른 초원과 양떼 행렬

(평창=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끝도 없이 펼쳐진 드넓은 초원 위에서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파아란 하늘에는 양털 구름이 몽글몽글 손에 잡힐 듯하다.

이곳은 스위스 알프스가 아니라 강원도 평창 대관령이다. '한국의 알프스'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은 풍경이다.

해 질 녘 삼양목장의 풍경 [사진/전수영 기자]
해 질 녘 삼양목장의 풍경 [사진/전수영 기자]

◇ 저 푸른 초원 위로…대관령 목장여행

'한국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곳이 여럿 있지만, 그중 으뜸은 강원도 평창이 아닐까 싶다.

고원이 청량한 초록빛으로 뒤덮이는 봄부터 은빛 설원으로 변하는 겨울까지, 사계절 언제 가도 이국적인 풍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해발 700m 이상 고원이 전체 면적의 60%를 차지하는 평창에서도 특히 대관령 일대의 목장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찾는 스테디셀러 여행지다.

대관령 안에도 크고 작은 목장들이 많지만, 이국적인 풍경을 제대로 즐기려면 이른바 '3대 목장'을 찾는 것이 좋다. 삼양목장, 하늘목장, 양떼목장이 그 주인공이다.

3대 목장 가운데 맏형 격인 삼양목장은 역사도 가장 오래되고 규모도 가장 크다. 그만큼 다양한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목장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젖소들 [사진/전수영 기자]
목장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젖소들 [사진/전수영 기자]

해발 850m부터 1천470m까지 대관령 고원에 들어선 삼양목장의 총면적은 약 2천만㎡(600만평). 여의도 면적의 7.5배에 이르는 동양 최대의 목장이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1972년, 원시림으로 둘러싸여 있던 대관령 일대 초지를 개간하면서 삼양목장의 역사가 시작됐다.

1960년대 최초로 라면을 만들었던 삼양식품의 고 전중윤 명예회장은 직접 소를 키워 국민들에게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로 대관령 일대를 개척해 목장을 조성했다.

젖소와 양이 방목되는 광활한 목초지는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기 초지다. 이곳에서 유기농 풀을 먹고 자란 동물들의 분뇨로 유기농 비료를 직접 생산해 다시 땅에 뿌리는 경축순환농법으로 소와 양을 키우고 건초를 재배한다.

목장에서 방목되는 젖소들에게서 짜낸 원유는 삼양식품이 만드는 유기농 우유와 유제품의 원료가 된다.

제대로 된 축산업을 일구겠다는 꿈으로 출발한 목장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는 휴식처 역할도 하고 있다.

2007년부터 목장을 일반인에게 개방하기 시작해 하루 1천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 콧노래 흥얼거리며 목장길 따라

해발 1천140m에 있는 동해전망대에서는 강릉 시내와 동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해발 1천140m에 있는 동해전망대에서는 강릉 시내와 동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목장 산책은 동해전망대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목장 입구에서 셔틀버스를 타면 약 20분 만에 해발 1천140m에 있는 동해전망대에 도달한다.

전망대에 오르니 경포호와 강릉 시내 너머로 드넓은 동해가 아스라이 보인다. 시야가 막힌 구석 없이 뻥 뚫려 있다. 덕분에 해돋이 명소로도 꼽힌다.

매년 1월 1일 새해맞이를 위해 오전 5시부터 목장을 개방한다.

사방으로 시야가 탁 트인 동해전망대는 일출 명소로도 꼽힌다. 강릉 시내와 경포호 너머 너른 바다 위로 아침 해가 솟아오르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사방으로 시야가 탁 트인 동해전망대는 일출 명소로도 꼽힌다. 강릉 시내와 경포호 너머 너른 바다 위로 아침 해가 솟아오르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전망대에서 내려와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초록빛이다. 청량한 빛깔을 뽐내는 초원이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물결치며 끝없이 펼쳐진다.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산등성이를 따라 줄지어 서 있는 새하얀 풍력발전기는 목장 풍경을 더욱 이국적으로 만든다.

이 일대에 세워진 풍력발전기는 모두 53기. 고원의 거센 바람 덕분에 강릉시 전체 가구의 60%가량인 5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동해전망대 맞은 편으로 푸른 초지가 펼쳐져 있다. 삼양목장의 총면적은 약 2천만㎡(600만 평)로 여의도의 7.5배에 달한다. [사진/전수영 기자]
동해전망대 맞은 편으로 푸른 초지가 펼쳐져 있다. 삼양목장의 총면적은 약 2천만㎡(600만 평)로 여의도의 7.5배에 달한다. [사진/전수영 기자]

전망대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내려올 수도 있지만, 시간이 넉넉하다면 목책로를 따라 걸어 내려오면서 좀 더 느긋하게 풍경을 즐겨 보자.

빠르고 편리한 자동차보다는 느리고 수고롭지만, 차창 밖으로는 볼 수 없는 목장의 속내를 들춰볼 수 있다.

목책로에는 초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람을 마주하는 언덕길, 냇물을 가로지르는 숲길, 야생화가 가득한 꽃밭 등 다채로운 풍경이 곳곳에 숨어 있다.

4.5㎞의 목책로는 '바람의 언덕', '숲속의 여유', '사랑의 기억', '초원의 산책', '마음의 휴식' 등 5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여유롭게 산책하며 입구까지 내려오는 데에는 2시간 이상 걸린다.

목책로에는 소와 양이 방목되는 목초지뿐 아니라 야생화가 가득한 꽃밭, 냇물이 흐르는 숲길 등 다양한 풍경이 곳곳에 숨어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목책로에는 소와 양이 방목되는 목초지뿐 아니라 야생화가 가득한 꽃밭, 냇물이 흐르는 숲길 등 다양한 풍경이 곳곳에 숨어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걷기에 자신이 없더라도 처음부터 겁낼 필요는 없다. 걷다가 힘에 부치면 중간중간 만나게 되는 정류장에서 셔틀버스를 타면 된다.

1구간에 있는 바람의 언덕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전투 장면을 찍은 곳이다. 언덕을 따라 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인증샷을 남기기에도 좋다.

바람의 언덕을 지나면 어느새 새소리가 들리는 숲속으로 들어섰다가 다시 광활한 초원이 펼쳐진다.

젖소 네 마리가 초원 위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풍경을 감상하며 목책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니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온다.

영화 '연애소설'에 등장한 연애소설 나무 [사진/전수영 기자]
영화 '연애소설'에 등장한 연애소설 나무 [사진/전수영 기자]

젖소 방목지를 지나면 왼편으로 초지 한가운데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영화 '연애소설'에 등장한 '연애소설 나무'다.

나무 주변 초지에서는 양들이 풀을 뜯고 있다.

나무 앞에서 셀카를 찍는 연인의 모습에도, 양들에게 풀을 먹이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도 여유가 넘친다.

날쌘 목양견이 양들을 한데 모아 이리저리 몰고 가는 양몰이 공연은 삼양목장에서 제일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사진/전수영 기자]
날쌘 목양견이 양들을 한데 모아 이리저리 몰고 가는 양몰이 공연은 삼양목장에서 제일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사진/전수영 기자]

삼양목장에서는 아름다운 풍광뿐 아니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양몰이 공연이다. 평창의 3대 목장 중에서도 삼양목장에서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날쌘 목양견이 양들을 한데 모아 이리저리 몰고 가며 노련하게 진두지휘하는 광경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신나게 즐길 수 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직접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양들에게 먹이를 주거나 양 떼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삼양목장의 양몰이 공연 모습 [사진/전수영 기자]
삼양목장의 양몰이 공연 모습 [사진/전수영 기자]

양몰이 공연장에서 조금 더 내려오면 타조를 구경하고 어린 양에게 우유를 줄 수 있는 동물체험장이 있다.

이곳도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동물체험장 안쪽에 있는 온실 카페 '순설'의 아름다운 풍경 때문이다.

유리로 된 온실 앞 야외 정원에 버베나꽃이 한가득 피어 있다. 바람에 일렁이는 보랏빛 물결 사이로 나비 떼가 하늘하늘 춤을 춘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의 라벤더밭을 떠올리는 풍경이다.

온실 카페 '순설' 앞 정원에 만개한 버베나꽃 [사진/전수영 기자]
온실 카페 '순설' 앞 정원에 만개한 버베나꽃 [사진/전수영 기자]

정상에서 한참 걸어 내려오다 지친 방문객이 셔틀버스를 타고 그냥 지나쳐서인지 다른 곳에 비해 인적이 드물었지만, 놓치기 아쉬울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버베나꽃을 가까이 다가가 보니 줄기 한 대에 여러 송이의 작은 꽃들이 매달려 있다.

버베나는 7월부터 10월까지 온실 카페 앞 정원을 수놓는다고 한다.

온실처럼 꾸며진 카페 안에서는 삼양목장에서 생산된 유기농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보랏빛 꽃들 사이로 춤을 추는 나비들 [사진/전수영 기자]
보랏빛 꽃들 사이로 춤을 추는 나비들 [사진/전수영 기자]

◇ 하늘목장·대관령양떼목장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2㎞ 떨어진 곳에 있는 하늘목장은 2014년 일반에 개방된 목장이다.

개방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목장이 조성된 것은 1974년이니 삼양목장에 비해 역사는 그리 뒤지지 않는다.

하늘목장의 트랙터 마차는 이곳 풍경을 더욱 이국적으로 만드는 명물이다. [하늘목장 제공]
하늘목장의 트랙터 마차는 이곳 풍경을 더욱 이국적으로 만드는 명물이다. [하늘목장 제공]

하늘목장은 대관령 최고봉인 선자령과 맞닿아 있다. 목장 정상에서 약 40분만 걸으면 선자령에 닿는다.

목장 입구부터 선자령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비롯해 다양한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트레킹 하기에 좋다.

하늘목장의 트랙터 마차는 이곳 풍경을 더욱 이국적으로 만드는 명물이다.

트랙터가 끄는 32인승 마차가 목장 입구에서 하늘마루 전망대까지 방문객을 실어나른다.

목장 내에서는 체험 승마와 승마 트레킹도 즐길 수 있다.

겨울에도 양과 말을 방목해 동물들이 눈밭에서 뛰노는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움막이 눈길을 끄는 대관령양떼목장의 초지 [대관령양떼목장 제공]
움막이 눈길을 끄는 대관령양떼목장의 초지 [대관령양떼목장 제공]

대관령양떼목장은 삼양목장이나 하늘목장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해발 850∼900m의 구릉에 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목가적인 풍경을 즐기기에 좋다.

특히 초지 한가운데 있는 움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영락없는 알프스 풍경이다. 경사가 완만한 산책로는 모두 1.2㎞ 거리로 한 바퀴 둘러보는 데 약 40분이 걸린다.

◇ 평창에서 만나는 프랑스식 정원

강원도 평창 진부면, 오대산 월정사로 향하는 길에는 이국적인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또 하나 있다. 켄싱턴호텔 평창에 딸린 '켄싱턴 가든'이다.

2013년 10월 오픈한 '켄싱턴 가든'은 프랑스식 정원 특유의 조형미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호텔 내에 위치한 정원이지만 그 규모가 6만7천㎡(2만여평)으로 상당히 크다.

프랑스 중서부 지방 빌랑드리성의 르네상스식 정원을 본떠 만든 켄싱턴 가든 [사진/전수영 기자]
프랑스 중서부 지방 빌랑드리성의 르네상스식 정원을 본떠 만든 켄싱턴 가든 [사진/전수영 기자]

정원 한쪽 끝, 정자처럼 생긴 전망대는 정원 내 최고의 포토존이다. 아름다운 '자수 정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자수 정원'은 프랑스 중서부 루아르강 유역에 있는 빌랑드리성의 르네상스 양식 정원을 본떠 조성했다고 한다.

꼼꼼하게 재단된 수목이 만들어 낸 기하학적 패턴이 땅 위에 그려진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프랑스 고성의 정원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풍경이다.

자수 정원 주변에는 드넓은 잔디밭과 오리 떼가 노니는 연못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

산책하기 좋은 느티나무길과 은행나무길도 있다.

호텔 안에 위치한 정원이지만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무료로 정원에 들어가 아름다운 풍경을 누릴 수 있다.

수목이 만들어 낸 패턴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켄싱턴호텔 제공]
수목이 만들어 낸 패턴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켄싱턴호텔 제공]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10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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