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도시의 죽음과 탄생…'도시는 왜 사라졌는가' 출간

송고시간2021-09-08 10:19

beta

캄보디아의 유적지 앙코르 지역은 한때 타이, 베트남, 라오스 등 인도차이나반도를 제패했던 크메르제국의 수도였다.

제국의 전성기였던 10~11세기, 도시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인구수가 한때 100만 명에 육박했다.

앙코르와트, 앙코르 탑, 저수 시설인 동·서 바라이 등 거대한 건축물이 잇달아 세워졌다.

요약 정보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줄인 '세 줄 요약' 기술을 사용합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야 합니다. 제공 = 연합뉴스&줌인터넷®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캄보디아의 유적지 앙코르 지역은 한때 타이, 베트남, 라오스 등 인도차이나반도를 제패했던 크메르제국의 수도였다. 제국의 전성기였던 10~11세기, 도시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인구수가 한때 100만 명에 육박했다. 앙코르와트, 앙코르 탑, 저수 시설인 동·서 바라이 등 거대한 건축물이 잇달아 세워졌다. 소수민족이나 전쟁 포로들로 이뤄졌던 노예들이 대공사의 대부분을 담당할 정도로 제국의 입지는 탄탄했다. 13세기 말 이곳에 온 원나라의 사절 주달관은 정교한 도시 성벽, 숨이 멎을 듯한 조각상, 번쩍거리는 궁궐, 인공 섬이 있는 거대한 저수지에 매료됐고, 이런 내용을 여행기 '진랍풍토기'에 담았다.

그러나 왕위 계승을 둘러싼 잦은 전쟁과 기후 변화로 제국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특히 국력이 쇠한 가운데 14세기 말에서 15세기 초에 들이닥친 가뭄과 홍수는 제국의 패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조잡하게 건설된 앙코르의 수리 시설은 파괴됐고, 앙코르인들은 물 부족으로 커다란 시련을 겪었다. 게다가 중앙 정부의 통제력이 약화하고, 귀족들이 득세하면서 빈부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크메르 왕실이 주거지를 앙코르에서 해안 도시 프놈펜으로 옮길 수밖에 없는 국면이었다. 수백 년간 제국의 수도였던 앙코르는 천도 후 19세기 말 프랑스인 앙리 무오가 '앙코르와트'를 재발견하기 전까지 역사의 뒤안길로 점점 잊혀갔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SF소설가, 콘텐츠 기획자인 애널리 뉴위츠가 쓴 '도시는 왜 사라졌는가'(책과함께)는 명멸하는 도시의 역사를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9천년 전 지금의 터키 중부 아나톨리아 지역에서 번성했던 '차탈회윅', 화산폭발로 멸망한 로마의 '폼페이', 크메르제국의 수도 앙코르, 대항해시대 이전 북아메리카 최대 도시였던 '카호키아'까지 4개 도시의 번성과 몰락 과정을 치밀하게 조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신석기시대 대표적인 도시인 차탈회윅은 인구가 최대 2만명에 이르는 대도시였다. 도시는 흙과 이엉(짚·풀잎 등으로 엮어 만든 지붕 재료)으로 건설됐는데,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길게 뻗쳐 있었다. 집 내부로 들어가려면 사다리를 타고 옥상 출입구를 통해야 했다.

그러나 지중해 동안 지역에 가뭄이 닥치고, 재산에 대한 개념이 형성되며 계층 문제가 불거지면서 수백 년간 이뤄졌던 도시는 서서히 와해했다. 거주민들은 도시를 떠나 새롭고 작은 마을을 만들거나 유목 생활로 돌아갔다.

"차탈회윅의 폐기는 도시의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에 부합한다. 기후 변화로 농사가 힘들어지면서 곪아가고 있던 이 도시의 사회적·문화적 상처는 이웃 사이의 거리를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다. 버려진 집들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일거리를 안겨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버리고 떠나는 개인의 행동들이 결국 집단의 행동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수백 년이 걸리는 것이었다."

차탈회윅이나 앙코르가 오랜 시간에 걸쳐 쇠락의 길을 걸은 것과는 달리 로마 제국의 휴양지 폼페이는 화산 폭발로 하루아침에 멸망했다. 폼페이는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이 분출 뒤 화산재 속에 깊숙이 묻혔다. 역사가들은 도시의 파멸을 기록했지만, 18세기 이후에야 체계적으로 발굴되기 시작했다.

저자는 로마 황제들이 폼페이를 재건할 수 있는 충분한 재정적 여력이 있었음에도 화산재 밑에 그대로 놔둔 건 제국이 확장함에 따라 스페인, 포르투갈, 북아프리카 해안 등 폼페이의 대체재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마디로 총력 복구를 벌일 만큼 폼페이가 중요하지 않게 됐다는 얘기다.

저자는 이처럼 과거 대도시의 명멸을 조명하며 현대의 대도시도 그와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도시의 멸망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현대의 대도시는 결코 영원히 유지될 수 없다. 역사적 증거는 지난 8천 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도시를 선택하고 버려왔음을 보여준다…. (중략) 도시가 정치적으로 환경적으로 휘청거릴 때 노동자들이 누구보다도 더 압박을 받았다. 그들은 남아서 뒤처리를 하든지 다른 어느 곳에 가서 새 출발을 하든지 선택을 해야 한다. 책은 인류 과거의 비극에 대한 이야기고, 그것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상실로부터 회복하는 일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재황 옮김. 356쪽. 1만6천원.

책 이미지
책 이미지

[책과함께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buff27@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