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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치매노인 원예치료 자원봉사' 전명주씨 "움직이는 날까지"

송고시간2021-08-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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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남 사천에서 원예치료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전명주(42·여) 원예치료사는 봉사하는 마음을 묻자 이런 일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녀가 봉사활동을 결심한 건 2019년 가을 무릎관절염, 허리디스크 등으로 거동할 수 없는 엄마와 같은 사람들을 도와야겠다는 마음에서다.

원예치료는 경증치매 노인이나 우울증 환자 등 대상자에게 전문치료 원예사가 원예 활동을 통해 정신적·신체적 향상을 도와주는 일종의 치료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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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봉사의 날 정해 활동…적지 않은 재료비 탓에 사비까지 들여

'경증치매노인 원예치료 자원봉사' 전명주 씨
'경증치매노인 원예치료 자원봉사' 전명주 씨

(사천=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사비로 경증치매노인 원예치료 자원봉사를 하는 경남 사천시 전명주(42) 씨가 원예치료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1.8.29 shchi@yna.co.kr

(사천=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꽃으로 향기 주머니 만들기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갑자기 경증치매를 앓는 한 할머니(69)가 '엄마'를 부르며 우시는 거예요. 평소 말을 잘 안 하시는 할머니여서 더 놀랐고 급히 달려가서 '왜 그러시냐'고 물었죠."

"할머니는 '이 향기는 내가 어릴 때 우리 엄마가 좋아해 향기를 맡는 순간 나도 모르게 엄마를 불렀다'고 대답하시는 거예요. 치매를 앓아 어둠 속으로 까맣게 사라진 옛 기억이 프로그램 효과로 되살아나셨고 순간 제 마음은 나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보람으로 가득 찼습니다."

29일 경남 사천에서 원예치료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전명주(42·여) 원예치료사는 봉사하는 마음을 묻자 이런 일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녀가 봉사활동을 결심한 건 2019년 가을 무릎관절염, 허리디스크 등으로 거동할 수 없는 엄마와 같은 사람들을 도와야겠다는 마음에서다.

그녀의 어머니는 고향인 경기도 고양시에 살아 직접 원예치료를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원예치료를 나선 것은 웨딩 장식이나 부케 등을 만드는 플로리스트로 활동하고 한국원예치료복지협회의 복지원예사 2급 자격증을 소유한 자신만의 장점을 살리려는 것이었다.

하트 꽃다발만들기 원예치료 프로그램
하트 꽃다발만들기 원예치료 프로그램

[전명주 원예치료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원예치료는 경증치매 노인이나 우울증 환자 등 대상자에게 전문치료 원예사가 원예 활동을 통해 정신적·신체적 향상을 도와주는 일종의 치료 방법이다.

평소 원예치료 마을 교사를 맡아 마을 학교를 운영하는 등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매주 목요일을 봉사의 날로 정해 1∼2시간씩 활동하기로 했고 지금까지 어겨본 적이 없다.

첫 봉사 장소는 집 근처 노인시설이었으나 이젠 사천시청 등 행정·교육기관에서 소개하는 노인주간보호센터 등지에서 경증치매 노인 등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한다.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면 꽃과 소품 등 여러 가지 재료가 필요하다.

봉사활동 장소를 소개하는 행정 기관에서 재료비 일부를 지원하기도 하지만 턱없이 부족해 모자라는 부분은 사비로 충당한다.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드는 적지 않은 재료비 탓에 활동 장소 소개를 꺼리는 기관도 있어 그녀를 안타깝게 만든다.

수십 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꽃다발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할 시간에는 수십만 원의 꽃값과 소품비 등이 필요한데 지원금이 적어 나머지 금액은 그녀의 몫이 되기도 했다.

지난 3년간 재료비로 들어간 금액을 묻자 그녀는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으며 1천만원은 넘는 것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원예치료 자원봉사의 대상자 대부분이 경증치매 노인이지만 가끔 우울증 환자, 학생 등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해 지금까지 그녀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은 500명이 넘는다.

생화 꽃꽂이 원예치료 프로그램
생화 꽃꽂이 원예치료 프로그램

[전명주 원예치료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 남들보다 몇 배나 느리지만 편마비가 오지 않은 한 손으로 끝까지 작품을 완성해내는 모습,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저의 손길을 따라 꽃을 꽂고 향기를 맡으며 엷은 미소를 지으시는 모습 등 원예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상당수 대상자가 자신의 몸과 마음이 변하는 걸 느끼며 '고맙다, 프로그램에 계속 참여하겠다'며 감사를 표했다고 그녀는 전했다.

그녀는 지난해 창원에서 열린 경남자원봉사대회인 '2020 이그나이트 경남대회'에 출전해 사비로 이어가는 자원봉사활동과 대상자의 변화 과정, 봉사의 바다에 뛰어든 마음 등을 발표했다.

이 발표는 참석자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고 그녀는 우수상을 받았다.

그녀는 "원예치료 봉사를 하면서 다른 사람을 돌본 게 아니라 제가 주인공인 저의 삶을 그분들 덕분에 찾은 것 같다"며 "제가 움직일 수 있는 동안에는 언제까지나 원예치료자원봉사를 계속하겠다"고 봉사하는 기쁨을 표현했다.

shch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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