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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 없는 건 다 네탓" 엉뚱한 분풀이 왜 계속될까[뉴스피처]

송고시간2021-08-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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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이 전 세계를 공포에 빠뜨렸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인셀'(incel)이라 불리는 여성혐오 집단의 존재가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는데요.

여성과의 관계에서 좌절을 겪은 인셀들이 현실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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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영국 남부 데번주 플리머스에서 총격이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나왔다."

최근 영국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이 전 세계를 공포에 빠뜨렸습니다.

용의자로 지목된 제이크 데이비슨(22)은 자신의 어머니와 세 살 여아 등 5명의 목숨을 빼앗고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요.

당초 테러 및 극우단체와의 연관성이 점쳐졌지만 현지 경찰은 사적 동기에 의한 단독 소행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인셀'(incel)이라 불리는 여성혐오 집단의 존재가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는데요.

영국 BBC는 인셀이 '비자발적 순결주의자'(involuntary celibate)의 약자로, 이들은 자신들을 '여성과 성관계를 갖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남성'으로 정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 상황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며 종종 폭력적 행동을 한다고 덧붙였죠.

범행 전 행적으로 미뤄 데이비슨 또한 인셀 회원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건 발생 2주 전 인셀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모친에 대한 혐오 등을 피력했고,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이성을 만나기 어렵다"며 인셀을 언급했기 때문인데요.

그가 여자친구를 사귀지 못해 화가 났으며 미혼모를 상대로 증오를 쏟아내기도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여성과의 관계에서 좌절을 겪은 인셀들이 현실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요.

더타임스에 따르면 사건 직후 인셀들이 데이비슨 유튜브 채널에 몰려와 댓글을 달았는데, 일부는 데이비슨을 '성인(聖人)'으로 추어올렸고 '최고의 신사'라 부르는 이도 있었습니다.

'최고의 신사'는 인셀 사이에서 미국 대학생 엘리엇 로저(22)를 지칭하는 용어로, 2014년 무고한 시민 6명을 희생시킨 그의 총질 역시 여성들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 데 대한 분풀이였는데요.

로저는 숫총각인 자신의 처지에 관한 분노와 여성을 향한 뿌리 깊은 미움을 표출했는데 "'매우 훌륭한 신사'인 나와 왜 자고 싶어하지 않느냐"며 범행 예정일을 '응징의 날'로 칭하기도 했죠.

이러한 내용이 퍼지면서 인셀 사이트는 로저를 영웅 대접하기 시작했고, 그의 사진을 프린팅한 기념 티셔츠가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2018년 로저 추종자를 자처한 캐나다 대학생 알렉 미나시안이 트럭을 몰고 군중 속으로 돌진, 10명을 숨지게 하면서 또 한 번 충격을 줬죠.

미나시안도 로저와 마찬가지로 연애를 한 번도 못 해본 '모태 솔로'라는 사실에 원한을 품게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인셀을 '테러 위협 집단'으로 구분한 캐나다 경찰처럼 영국 역시 이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보고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지만 인셀 수가 예상보다 많고 증가세라는 점도 걱정스러운 대목인데요.

킹스칼리지런던 국제급진주의연구소(ICSR) 플로렌스 킨 연구원은 영국 내 최대 커뮤니티의 경우 활동 중인 회원이 1만3천 명, 게시글은 20만 개 정도라고 밝혔죠.

'여자를 미워하는 남자들' 작가 로라 베이츠 역시 영국에만 인셀이 1만 명가량 존재하며 세계적으로는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는데요.

채팅방, 게임 등을 통해 점점 그 세를 불려가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셀 문화를 온라인에서 태생하고 무기화된 신종 극단주의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가디언은 이슬람교도·극우집단에 의한 위협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반면 극단주의에 복합적으로 물든 개인이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인셀이 그중 하나라고 짚었죠.

데이비슨처럼 사회적으로 고립된 경우 이 같은 기류에 더 취약하고, 팬데믹도 이를 증폭시킨 원인 중 하나라는 설명인데요.

인셀처럼 이념적 명분을 내세워 대중을 위협하는 것이 '테러리즘'인 만큼 이번 참사를 테러로 분류하지 않은 결정은 훗날 오판으로 남을 수 있다는 비판입니다.

작가 겸 저널리스트인 시안 노리스는 인셀을 탈레반에 비유하며 "여성이 선천적으로 남성보다 열등하기 때문에 권리를 가질 자격이 없다는 이념을 공유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미 영국에서 비극의 전조가 있었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보태는데요.

2014년 당시 17세 청소년이 성관계를 못 해봤다는 이유로 여성 3명을 흉기로 살해하려 했고, 올 초 인터넷에서 폭탄 제조법을 구매한 혐의로 체포된 케임브리지대 졸업생도 "로저같이 되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죠.

데이비슨의 이번 범행이 모방 범죄를 낳을 가능성도 제기되는데요.

런던에 본부를 둔 디지털혐오대응센터(CCDH)는 그가 올린 영상이 '극단적 인셀'의 거점이 되고 또 다른 인셀의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죠.

팀 윌슨 세인트앤드루스대 테러·정치폭력연구센터 소장도 "온라인상 10대 소년을 중심으로 그들의 사상에 영향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지선 기자 김지원 작가 김민주 인턴기자

"여친 없는 건 다 네탓" 엉뚱한 분풀이 왜 계속될까[뉴스피처] - 2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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