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마이웨이'에 대권구도 급변…野, 단일화 등 첩첩산중
송고시간2021-08-16 11:56
국힘 합류 승산 없다 본 듯…합의 파기 부담 감수 독자출마 전망
중도 지지층 확산 속 제3지대서 캐스팅보트 역할 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 2021.8.16 toadboy@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이동환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다시 한번 '마이웨이'를 선택하며 대권 구도가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안 대표는 1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과의 합당 논의가 결렬됐다고 공식 선언했다.
국민의힘이 원하는 합당 형태로는 정권교체에 필요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다는 게 판을 깬 표면적 이유지만, 자신의 대권 행보에 미칠 손익을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안 대표의 결정으로 대선판이 일단 3자 구도로 재편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전히 중도층에서 확장력을 갖춘 안 대표가 지지세를 결집해 가면 여야, 특히 정권교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야권에는 대형 악재가 될 수도 있다.
◇ 국힘서 '원오브뎀' 지위 우려…당헌 개정 후 3지대 후보 출마 수순
안 대표로서는 국민의힘에 합류해 경선에 참여해서는 당장 승산이 없는 상황을 염려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선두 자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야권 내에서도 4, 5위를 오가는 지지율로는 쉽사리 국민의힘 경선 버스에 올라타기가 쉽지 않았던 셈이다.
사실상 국민의힘 내 지지 기반이 전무하다는 점도 현실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회견에서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독자 출마의 길을 강하게 시사했다.
안 대표는 "이번 대선은 코로나19 극복을 비롯한 기후위기, 과학기술 혁명 등 대전환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로 전진하는 중요한 계기가 돼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부패, 독선과 내로남불을 단호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로선 대선 후보가 되려면 선거 1년 전 당 대표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규정한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한다. 안 대표가 이번에 대선에 출마하면 2012년, 2017년에 이어 세번째 도전이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할 때 승패와 무관하게 합당하겠다고 한 약속을 파기한 데 따른 비난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과의 합당 관련 기자회견에서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두 정당의 통합을 위한 노력이 여기서 멈추게 됐음을 매우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씀드린다"고 밝히며 '합당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 2021.8.16 toadboy@yna.co.kr
◇ 중도층 영향력 여전…김동연 등과 손잡고 캐스팅보트 될 가능성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의 대선 후보 지지도는 2%에서 5% 사이를 오가는 수준이다.
당장은 큰 비중이 없어 보인다고 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최종 후보를 선출하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전히 부동층이 적지 않은 가운데 중도 성향의 표심이 제3의 대안으로 안 대표에게 향할 경우 두 자릿수 지지율까지 찍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안 대표는 2017년 대선에서 21.4%의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안 대표의 지지층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유권자라는 점에서 그의 '마이웨이'는 여야간 일대일 대선구도가 절실한 국민의힘에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특히 안 대표가 제3지대에서 대선을 준비 중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손을 잡는 등의 형태로 세력을 키우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안 대표는 회견에서 "지금 계획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국가 미래를 생각하고 더 좋은 대한민국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만나 의논할 자세가 돼 있다"고 해 이 같은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이 때문에 안 대표는 시간을 끌며 캐스팅보트로서의 영향력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의 존재감을 극대화해 대선을 목전에 두고 국민의힘과 후보 단일화 협상에 나설 확률이 높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김 전 부총리와 함께 전략적으로 여권의 손을 잡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1997년 대선 당시 DJP 연합 때처럼 내각 지분의 일부를 보장받고 '오월동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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