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 없어 쓸쓸히 광복절 맞는 여성독립운동가 전시관
송고시간2021-08-14 07:03
작년 8월 청주서 전국 최초 개관…홍보부족 등으로 외면받아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전국 유일의 '충북 여성 독립운동가 전시관'이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남성의 그늘에 가려진 여성 독립운동가를 재조명하고 기념한다는 당초의 개관 목적을 살리지 못한 채 쓸쓸히 잊혀가고 있다.
14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는 6억원(국비 1억5천만원, 지방비 4억5천만원)을 들여 전국 최초로 여성 독립운동가 전시관을 조성, 지난해 8월 3일 청주 미래여성플라자에서 문을 열었다.
104㎡ 규모의 전시관에는 박재복(1918∼1998년)·신순호(1922∼2009년)·어윤희(1880∼1961년)·오건해(1894∼1963년) 등 충북 출신 여성독립운동가 10명의 흉상을 전시했다.
흉상은 윤봉길 의사, 화랑 김유신, 보재 이상설 선생 동상 등을 만든 정창훈 작가가 제작했다.
전시관 조성사업은 성공적으로 이뤄졌으나 관람객을 끌어들일 인프라와 홍보 부족으로 이곳을 찾는 발길이 뜸하다.
올해 3월부터 전시관 안내 업무를 맡은 A씨는 "하루에 많아야 1∼2명이 방문한다"며 "방문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전시관 인근에는 전시관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없다.
근처를 가도 어느 건물, 몇 층에 전시관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안내판조차 없다.
홍보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시민은 물론 인근 상인들조차 이곳에 전시관이 있는지 모르고 있다.
인근 카페의 직원인 김모(25)씨도 "1년 넘게 이곳에 일했지만, 여성 독립운동가 전시관이 있는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평일에만 개관하고, 주말과 휴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 운영방식도 시민들로부터 외면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자녀 둘을 키우는 워킹맘 박모(38)씨는 "아이들에게 지역의 훌륭한 여성독립운동가를 알려주고 싶어도 직장을 다니다 보니 평일에 방문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서관이나 공공 관광지처럼 평일에 휴관하고, 주말이나 휴일에 문을 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관 관계자는 "올 7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사전예약 시스템을 도입해 주말에 예약이 있으면 문을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16일 대체공휴일은 휴관이지만 토요일인 광복절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할 예정"이라며 "가상현실(VR) 전시관을 시도하는 등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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