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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박물관 간 '로빈후드 화살', 국내서는 볼 수 없었을까

송고시간2021-08-0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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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폐막하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양궁 혼성전에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 안산과 김제덕은 이른바 '로빈후드 화살'이라는 진기한 풍경을 연출했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금메달리스트가 남긴 희귀한 자료인 로빈후드 화살을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을까.

도쿄올림픽에서 활약한 선수들의 자료는 잘 보존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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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자료 주도해 모으는 기관 사실상 없어…문화재 등록은 50년이 장벽

안산·김제덕의 로빈후드 화살
안산·김제덕의 로빈후드 화살

[대한양궁협회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8일 폐막하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양궁 혼성전에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 안산과 김제덕은 이른바 '로빈후드 화살'이라는 진기한 풍경을 연출했다.

로빈후드 화살은 이미 과녁에 꽂힌 화살을 다른 화살이 뚫는 것을 뜻한다. 지난달 24일 혼성전 준결승에서 안산이 쏜 화살이 김제덕의 화살을 파고들었다.

세계양궁연맹은 로빈후드 화살의 기증을 요청했고, 두 사람은 흔쾌히 승낙했다. 이 화살은 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박물관에 전시된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금메달리스트가 남긴 희귀한 자료인 로빈후드 화살을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을까. 도쿄올림픽에서 활약한 선수들의 자료는 잘 보존될 수 있을까.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수집한 평창 올림픽·패럴림픽 인형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수집한 평창 올림픽·패럴림픽 인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문화재' 중심인 박물관, 현대 물품보다 옛것에 관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주로 고고학 유물과 미술사 자료를 다룬다. 우리나라 역사를 보여주는 핵심 유물이 모여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수년 전 소장품 수집 범위를 확대해 현대 물질문화 산물이나 현대 예술품도 끌어안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은 과거의 산물, 즉 전통적 개념의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보인다.

국립박물관 가운데 그나마 현대 자료를 모으는 곳은 국립민속박물관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현장 조사를 다니면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거나 미래에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자료를 적극적으로 수집한다. 그중에는 소소한 일상 용품도 있고, 2002년 월드컵 응원단이 사용한 대형 태극기처럼 희소성 있는 물건도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한국 근현대사에 초점을 맞춘 시설이다. 누리집에서 '이달의 소장자료'를 보면 1979년 동력자원부가 만든 '에너지 절약 지혜' 책자, 1984년 서울지하철공사에서 선보인 우대 승차권 등 흥미로운 자료가 많다. 2018년 평창올림픽 때는 직원을 파견해 입장권과 응원 도구 등을 수집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박물관도 현대 물품보다는 지정·등록문화재를 더 우대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누리집 소장품 페이지에서 국립민속박물관은 국보와 보물 같은 국가지정문화재를 따로 소개하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등록문화재를 앞에 내세웠다.

현대에 일어나는 중요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주도적으로 꾸준히 모으는 기관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서울 시내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한 학예사는 "당대에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를 증언하는 물품은 국가기관이나 공립박물관이 열심히 수집해야 한다"며 "박물관은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서 국민이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일이 있으면 눈여겨보고 있다가 증거물을 찾아 모아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예로 든다면 각종 방역 포스터, 백신 주사기도 박물관으로서는 좋은 자료가 된다"며 "흔하다고 여겨지는 자료도 흩어지고 나면 나중에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립 중인 국립체육박물관이 문을 열면 로빈후드 화살 같은 체육 자료를 관심 있게 보고 모으기는 할 것"이라며 "모든 분야별로 국립박물관을 세울 수는 없기 때문에 현대 자료를 주도적으로 수집하는 기관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기정의 우승 유물
손기정의 우승 유물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50년 지나지 않은 자료는 거의 없는 등록문화재

박물관들이 문화재를 선호한다면, 소중한 현대 자료를 문화재로 등록해 수집을 유도할 수도 있다.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를 '인위적이거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적·민족적 또는 세계적 유산으로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또는 경관적 가치가 큰 것'으로 정의한다.

우리나라 문화재 체계는 크게 지정문화재, 등록문화재, 지정·등록되지 않은 문화재로 나뉜다. 지정문화재는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가치가 크다고 인정해 지정하는 문화재를 뜻한다. 국가지정문화재는 통상 제작·형성된 지 100년이 넘은 유물이 대상이다.

등록문화재는 100년이 지나지 않은 근현대 문화유산 중 의미 있는 자료를 발굴하기 위해 2001년 시작한 제도다. 하지만 등록문화재에도 50년이라는 기준점이 있다. 다만 50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긴급한 보호조치가 필요한 유물은 문화재로 등록할 수 있다.

하지만 1975년산 포니 자동차, 1979년에 제작돼 2005년까지 활동한 소방 헬기 까치 2호 등을 제외한 등록문화재 대부분은 50년 전에 만들어졌다.

스포츠 관련 등록문화재로는 1910∼1914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엄복동 자전거,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이 우승하며 받은 금메달·상장·월계관, 1948년 런던올림픽과 1952년 헬싱키올림픽 다이빙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한국계 미국인 '새미리'(Sammy Lee)의 수영복 등이 있다.

앞서 문화재청은 2012년과 2017년에 50년을 넘지 않은 물품을 문화재로 등록하거나 사전 단계인 예비문화재로 등록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관련 규정은 바뀌지 않았다.

특히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 신은 스케이트를 문화재로 등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 격렬한 찬반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등록문화재가 된다고 해서 소유권이 국가로 넘어가지는 않으며, 재산권을 행사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 예컨대 문화재로 등록된 건물 중에는 카페로 용도가 변경된 곳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것이 자료를 보존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인가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화재위원회 근대분과 위원인 이광표 서원대 교수는 "중요한 현대 자료는 당장 문화재로 등록하지 않더라도 문화재청과 박물관이 협력해 체계적으로 목록을 만들고 사진을 찍어둘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나중에라도 소장 주체를 파악하고, 문화재로 등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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