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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먼저 끊는 건 죄"…전화 상담사의 비애

송고시간2021-08-0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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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점가에서 직업을 소재로 한 다양한 에세이들이 출간되고 있다.

누드모델, 일등항해사, 도배공, 배달 라이더, 편의점주, 경비노동자, 기상예보관, 라디오 피디 등 직업 에세이가 봇물 터지듯 출판 시장에 나오고 있다.

여러 사람을 단시간 내에 빠르게 응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이기에 상담사들의 감정은 쉽게 소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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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믿을 수 없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게 억지스러운' 출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최근 서점가에서 직업을 소재로 한 다양한 에세이들이 출간되고 있다. 누드모델, 일등항해사, 도배공, 배달 라이더, 편의점주, 경비노동자, 기상예보관, 라디오 피디 등 직업 에세이가 봇물 터지듯 출판 시장에 나오고 있다.

최근 출간된 에세이 '믿을 수 없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게 억지스러운'(코난북스)은 또 한편의 직업을 다룬 에세이다. '콜센터상담원'이란 저자의 필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책은 콜센터상담사의 일상을 담았다.

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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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북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대학 졸업 후 10년 넘게 콜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한 저자가 전하는 콜센터의 풍경은 황량하고, 그들이 이용하는 장비는 열악하다. 다닥다닥 붙어 앉고, 잘 들리지도 않는 헤드셋을 착용한 채 하루 8시간 동안 쉴새 없이 고객을 응대한다. 여러 사람을 단시간 내에 빠르게 응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이기에 상담사들의 감정은 쉽게 소진된다. 입사한 지 한 달이면 절반이 퇴사하는 이유다.

특히 고객들의 무례를 참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줌마", "이봐요" 같은 말은 일상다반사고, "이 평민들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한다. 잘 안 들려 조금만 수화기를 가까이 대고 말해 달라고 요청하면 "뭘 더 얼마나 가까이 가라는 말인가?"라는 호통이 되돌아온다.

그래도 전화를 먼저 끊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XXX 없다"는 평가를 하는 고객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거친 고객들은 이를 빌미로 상급자까지 다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장시간 시달린 상사의 반응은 불 보듯 뻔하다. 저자는 "전화를 먼저 끊는 건 죄"라고 단언한다.

전화를 먼저 끊을 수 없는 건 콜센터의 특이한 구조 때문이다. 콜센터는 대부분 하청을 받아 일하는 도급업체다. 주로 홈쇼핑이나 유통회사인 원청업체는 응답률, 고객만족도 등으로 도급업체를 평가한다. 마찬가지로 콜센터도 상담사마다 점수를 매기고 급여를 책정한다. 고객만족도 등을 생각하면 무례한 고객들도 참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그렇게 꾹꾹 참고 고객을 응대하더라도 감정 노동의 대가는 형편없는 편이다. 상담사의 기본급은 최저임금 수준이기에 인센티브를 잘 챙겨 받아야 그나마 돈이 되지만, 긴긴 통화를 하며 원하는 바를 내놓으라는 고객 때문에 응답 건수가 적어지면 수입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저자는 콜센터의 불합리한 구조를 마냥 비난하지도, 또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예찬하지도 않는다. 그저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밥벌이의 한 종류일 따름이라고 전화상담사를 규정한다.

저자는 "얼마나 심한 진상이 있는지 까발리는 것이 아니라 '전화기 너머의 사람들'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며 "올해는, 이번 달은, 전보다는, 나아진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고 말한다.

237쪽. 1만4천원.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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