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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처] "돈만 주면 내드려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여권 파는 섬나라

송고시간2021/07/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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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zeRjqP4xv50

(서울=연합뉴스) "시민권 팝니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 섬나라의 시민권이 인기리에 '팔려나가는' 현상을 조명했습니다.

지난해에만 약 2천200명이 시민권을 취득한 이 섬나라 이름은 바누아투입니다.

남태평양에 위치한 인구 31만4천여 명의 작은 나라가 이토록 많은 사람을 끌어모으는 것은 시민권 취득이 쉽고 빠르기 때문입니다.

바누아투 시민권은 이 나라에 발도 한 번 들여놓을 필요 없이 13만 달러(한화 약 1억5천만 원)를 내고 한 달가량의 처리 기간을 기다리면 받을 수 있다는데요.

이렇게 얻은 바누아투 여권으로는 비자 발급 없이도 영국과 유럽연합(EU) 등 130여 개국으로 입국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바누아투는 소득세, 법인세, 재산세 등을 부과하지 않아 조세회피처로도 유명한데요

이 때문에 '쉬워도 너무 쉬운' 시민권 발급 절차가 국제 사회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른바 '황금 여권'으로 불리는 바누아투 여권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바누아투 시민권을 얻은 사람 중엔 미국 제재 대상에 오른 시리아 사업가, 호주의 악명높은 오토바이 갱단 일원 등이 있습니다.

또 36억 달러(약 4조1천400억 원)가량의 가상화폐 횡령 혐의를 받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형제, 북한 정치인 등이 바누아투의 '황금 여권'을 손에 쥐었습니다.

특히 북한 정치인 부부는 중국 여권을 이용해 바누아투 시민권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난해 이 '황금 여권' 취득 절차를 통해 바누아투 시민권을 '구매'한 2천200명 중 절반가량인 약 1천200명이 중국 국적이었습니다.

중국 다음으로 바누아투 시민권을 많이 획득한 이들은 나이지리아와 러시아인이었고, 레바논·이란·리비아 등 중동국가에서도 이 여권을 얻기 위해 몰려든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미국과 호주, 그리고 일부 유럽 국가에서도 바누아투 시민권을 획득한 사람들이 나왔는데요.

미국 CNBC에 따르면 미국에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자들 일부가 해외 시민권 취득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국세청(IRS)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취급합니다.

이는 곧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가상화폐에도 과세를 한다는 뜻이죠.

예를 들어 미국 국적 납세자가 비트코인 1개를 1만 달러에 구매한 후 5만 달러에 판매한다면, 4만 달러가 과세 소득이 되는 셈입니다.

이중국적자도 이 같은 과세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세금 부담을 피하려 아예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 시민권을 따려는 사람이 많다는데요.

CNBC는 한 전문 대행업체를 소개하며 이 회사가 주로 바누아투와 세인트루시아, 포르투갈 등지로 시민권을 옮길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바누아투 시민권이 범죄자, 조세회피자, 그리고 정치적으로 복잡한 사안에 연루된 사람들에게 각광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험인물이 바누아투로 잠입해 신분을 세탁하거나 현지 세금 제도를 악용해 돈세탁을 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 우려가 커지고 있죠.

'여권 장사를 한다'는 국제사회 비난에도 바누아투가 이처럼 쉬운 투자 시민권 제도를 유지하는 이유는 '돈'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바누아투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천780달러(약 320만 원) 수준이며 각종 자연재해 때문에 진 나랏빚으로 세계 최빈국에 속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권 장사'는 바누아투 정부의 중요한 수입원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바누아투 정부 수입 중 약 42%가 투자 시민권 유치에서 비롯된 것이었는데요

그러나 정부가 이 제도로 외국인들을 유혹하는 데 대한 바누아투인들 불만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1980년 프랑스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젊은 국가 바누아투의 주권을 외국인들에게 '팔아넘기고 있다'는 인식이 바누아투인들 사이에 생겨난 것이죠.

자원이 부족하고 잦은 자연재해에 시달리는 작은 섬나라가 자구책으로 택한 쉬운 투자 시민권 제도.

그러나 이 '여권 장사'가 주권 국가의 존엄을 해치는 데다 바누아투를 국제적인 범죄 온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비판과 우려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은정 기자 김지원 작가 김지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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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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