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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반정부 시위 체포자 500여명…가족도 모르게 즉결심판(종합)

송고시간2021-07-22 08:49

반체제 뮤비 제작자도 체포돼 징역 1년…"변호할 기회도 안 줘"

지난 12일(현지시간) 쿠바 경찰에 체포되는 시위자
지난 12일(현지시간) 쿠바 경찰에 체포되는 시위자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쿠바에서 지난 11일(현지시간) 발생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 이후 경찰에 체포된 이들이 500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21일(현지시간) EFE통신은 시위 이후 지금까지 현지 시민단체 등이 취합한 체포자 명단이 537명에 달한다며, 이 중 11명은 미성년자라고 보도했다.

쿠바 당국은 쿠바 전역에서 벌어진 시위 이후 반체제 활동가와 독립매체 언론인, 예술인 등을 비롯한 시위 참가자들을 무더기로 체포했다.

경찰이 지금까지 체포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시민단체들이 자체적으로 명단을 취합하고 있는데 계속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체포된 이들 일부는 풀려났으나 여전히 행방조차 알 수 없는 이들도 있다.

일부는 가족도 모르게 곧바로 즉결심판에 넘겨져 변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반체제 메시지를 담은 힙합 노래 '파트리아 이 비다'(Patria y vida·조국과 삶)의 뮤직비디오 제작에 참여했던 아녤로 트로야(25)가 이번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쿠바 공산혁명 구호 '조국 아니면 죽음'(Patria o muerte)을 비튼 제목의 이 노래는 지난 2월 여러 쿠바 뮤지션들이 협업해 만든 노래로, 가사와 뮤직비디오를 통해 쿠바의 식량난과 반체제 인사 탄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파트리아 이 비다'는 이번 시위에서 주요 구호로 등장하기도 했다.

쿠바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미 마이애미 주민들이 '파트리아 이 비다'(조국과 삶)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쿠바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미 마이애미 주민들이 '파트리아 이 비다'(조국과 삶)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로야의 모친 라이사 곤살레스는 로이터에 "변호사도 뭐도 없이 재판했다"며 뒤늦게 재판 소식을 듣고 변호사와 함께 법원에 갔을 때는 이미 선고가 끝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관계자인 하비에르 라론도는 당국이 시위 참가에 상관없이 젊은 예술인들을 비롯해 영향력 있는 반체제 인사들을 다 잡아들일 것이라며 "2주 안에 정치범 수백 명이 수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금 중에 폭력에 시달렸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시위 취재 후 체포됐다 4일 만에 풀려나 가택연금 상태가 된 스페인 매체 ABC의 기자 카밀라 아코스타는 석방 후 인터뷰에서 "난 물리적 폭력을 당하진 않았지만, 다른 여성 체포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쿠바 당국의 시위자 체포에 국제사회와 인권단체 등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앞서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쿠바 정부를 향해 "시위대의 불만에 대화로 대처해야 한다"며 체포한 이들을 즉시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호세 미겔 비방코 미주 국장은 전날 칼럼에서 "쿠바 정부는 지난 수십 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탄압을 택했다"며 "그러나 쿠바는 변하고 있다. 수많은 쿠바인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쿠바 내무부는 전날 인터넷상에 돌고 있는 체포자 명단은 조작된 것이며 체포된 적 없는 이들의 이름도 있다고 반박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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