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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장님과 똑같았는데…전화받고 거래처에 돈보냈더니[뉴스피처]

송고시간2021/07/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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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KkbNuMQF5eI

(서울=연합뉴스) "과거보다 훨씬 발달한 음성 복제 기술이 사이버 범죄집단에 호기가 되고 있다."

최근 영국 BBC는 기계가 인간의 목소리를 똑같이 따라 하는 기술의 명암을 조명했습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환경에 적응해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AI) '머신러닝'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누군가의 녹음된 목소리를 베껴 그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단어나 문장을 자연스럽게 읽어낼 수준이 됐다는 겁니다.

단순히 억양을 모방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음색, 말소리의 높낮이와 속도, 호흡까지 구현하고 희로애락을 비롯해 말에 담긴 다양한 감정도 표현할 수 있죠.

실제로 3년 전 숨진 스타 셰프 앤서니 보데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에 AI가 고인의 생전 육성을 분석, 제작한 내레이션이 삽입돼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미국 텍사스 출신 배우 겸 성우 팀 헬러(29) 씨는 전문 업체가 제공하는 음성 복제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는데요.

오디오북 녹음, 만화영화 더빙 등 여러 일을 하는지라 일감이 한꺼번에 들어올 경우 미리 복제해둔 목소리만 내줄 수 있게 준비해놨다는 겁니다.

해당 음성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것도 가능한데요.

할리우드 제작사가 우리나라에 영화를 배급할 때 한국어 더빙을 할 성우를 따로 구하지 않고 원래 연기자 목소리를 우리말로 본뜨면 되는 셈이죠.

이는 방송·영화 등 일부 업계 종사자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지만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 대표적인데요.

어눌한 중국 동포(조선족) 말투를 쓰거나 자신을 '김미영 팀장'이라고 소개하는 것은 고전적 수법. 금융·수사 기관을 사칭하는 전화에도 많은 사람이 깜빡 속아 넘어갔는데요.

범인이 가족, 친구, 직장 동료처럼 가까운 사람을 감쪽같이 흉내 낸다면 피해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죠.

해외에서는 이미 지난 2019년 이 기술을 통해 타인에게 송금을 유도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에 있는 모기업 대표 전화를 받고 헝가리 거래처로 22만 유로(한화 약 3억 원)를 입금한 영국 지사장은 뒤늦게서야 상사 목소리가 AI 복제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오늘 아침 미군이 북한에 본때를 보여줬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브리핑도 AI가 인터넷에서 트럼프 연설 자료를 수집, 꾸며낸 가상 상황인데 이 작업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각 기업에서 '가짜' 목소리를 가려내는 방법을 개발 중이고 지난해 유럽연합(EU) 경찰기구 유로폴(Europol)은 회원국들이 복제 음성 적발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할 것을 요구했는데요.

미 캘리포니아주는 복제 음성을 정치 캠페인에 쓰는 것을 금지,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개인 역시 자신의 육성을 함부로 온라인에 공개하지 말고 지인으로부터 돈을 보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면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할 것을 당부합니다.

눈부신 기술 발전과 더불어 날로 진화하는 신종 범죄들.

수화기 너머 친숙한 목소리도 한 번씩 의심해봐야 하는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김지선 기자 김지원 작가 김지효

우리 사장님과 똑같았는데…전화받고 거래처에 돈보냈더니[뉴스피처] - 2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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