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올림픽] 또 일본 편든 IOC…예상 못 한 압박에 체육회 '부글부글'

송고시간2021-07-17 10:40

beta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 기여'를 목표로 동·하계올림픽을 주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또 한 번 형평성을 잃은 조처로 비판을 자초했다.

IOC는 대한체육회가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내건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이른바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정치적 선전으로 규정하고 올림픽 기간 어떤 장소에서건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금지한 IOC 헌장 50조를 위반했다며 현수막 철거를 체육회에 요청했다.

예상치 못한 IOC의 압박에 체육회는 긴 시간 고민 끝에 일본 제국주의 시절 전범기의 상징인 욱일기도 IOC 헌장 50조 위반 사항이라는 점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요약 정보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줄인 '세 줄 요약' 기술을 사용합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야 합니다. 제공 = 연합뉴스&줌인터넷®

독도 문제에 이어 '이순신 장군 현수막'서도 일본 주장 그대로 반복

욱일기 사용도 규제 대상으로 확인한 건 소득…IOC 이후 행보 지켜봐야

[올림픽] 16일 밤 걸려있던 한국 응원 현수막
[올림픽] 16일 밤 걸려있던 한국 응원 현수막

(도쿄=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지난 16일 늦은 밤 도쿄 하루미 지역 올림픽선수촌의 한국 선수단 숙소 모습.
외벽에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고 적힌 문구가 걸려 있다.
대한체육회는 17일 오전 이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철거했다. 2021.7.17 ondol@yna.co.kr

(도쿄=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 기여'를 목표로 동·하계올림픽을 주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또 한 번 형평성을 잃은 조처로 비판을 자초했다.

IOC는 대한체육회가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내건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이른바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정치적 선전으로 규정하고 올림픽 기간 어떤 장소에서건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금지한 IOC 헌장 50조를 위반했다며 현수막 철거를 체육회에 요청했다.

16일 IOC 관계자가 선수촌 대한민국 선수단을 방문한 데 이어 서면으로도 두 번이나 철거를 요구했다.

예상치 못한 IOC의 압박에 체육회는 긴 시간 고민 끝에 일본 제국주의 시절 전범기의 상징인 욱일기도 IOC 헌장 50조 위반 사항이라는 점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이어 IOC가 대회 기간 욱일기에도 IOC 헌장 50조 위반 사항이라는 점을 똑같이 적용하겠다고 약속하자 상호 합의로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17일 오전에 철거했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무찌른 이순신 장군의 '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아직도 제게 열두 척의 배가 있고, 저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장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재치 있게 제작한 현수막은 결전의 땅 도쿄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의 결속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큰 호응을 받았다.

[올림픽] 철거되는 이순신 장군 메시지 인용 현수막
[올림픽] 철거되는 이순신 장군 메시지 인용 현수막

(도쿄=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17일 오전 도쿄 하루미 지역 올림픽선수촌 한국 선수단 숙소에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고 적힌 응원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2021.7.17 ondol@yna.co.kr

그러나 일본 언론이 정치적 메시지라고 문제 삼고, 극우 세력이 욱일기를 흔들며 16일 선수촌 앞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일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직접적으로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다만, 한일 관계 실체 파악과 두 나라의 역사에 무지한 IOC를 배후에서 움직였을 것이라는 추정은 가능하다.

IOC는 도쿄조직위가 공식 홈페이지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한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와 체육회가 이의를 제기하자 "도쿄조직위원회에 문의 결과 성화봉송로 내 독도 표시는 순수한 지형학적 표현이며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답해 사실상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했다.

우리 정부와 체육회가 여러 차례 항의 서한을 보냈지만, IOC가 이 문제를 중재하거나 전향적으로 해결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적은 없다.

그러다가 이순신 장군 현수막으로 시끄러워지자 또 일본 편을 들었다.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을 제외하곤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란 문구에선 어떠한 정치적인 냄새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IOC는 일본 언론과 극우 세력의 주장을 이번에도 여과 없이 받아들여 정치적 메시지로 규정하고 IOC 헌장 위반이라고 대한체육회에 통보했다.

2024 강원동계청소년(유스)올림픽을 유치해 IOC와 계속 긴밀하게 대화해야 하는 체육회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16일 밤 IOC와 현수막 철거 협상에 임했고, 욱일기 사용을 규제하겠다는 IOC의 약속을 받아낸 끝에 현수막을 떼기로 했다.

바흐 IOC 위원장의 히로시마 방문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 단체
바흐 IOC 위원장의 히로시마 방문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 단체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국가올림픽위원회(NOC) 간 첨예한 갈등을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IOC가 초지일관 일본 편만 드는 현실에 체육회는 부글부글 끓는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체육회 관계자들은 특히 일본 정부나 도쿄조직위가 직접 항의한 것도 아니고, 따라서 IOC가 중재를 위해 개입할 만한 사안이 아니었는데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 직전 동계올림픽 개최 국가인 한국을 표적으로 삼은 것에 상당한 불쾌감을 토로했다.

IO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에도 도쿄올림픽 개최를 밀어붙여 일본에서 손가락질 대상으로 전락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변종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으로 일본 내 코로나19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는데도 대회 기간 상황이 개선되면 관중 입장을 허용해달라고 일본 정부에 요청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16일엔 원자폭탄의 상처가 남은 히로시마를 방문했다가 올림픽을 취소하라는 시민 단체의 시위에 직면하는 등 연일 곤경을 겪고 있다.

이처럼 인기가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처지라 IOC는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잡음을 최대한 없애고자 서둘러 이순신 장군 현수막 철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올림픽] '이순신 정신' 글귀에 일본 극우 '욱일기' 시위
[올림픽] '이순신 정신' 글귀에 일본 극우 '욱일기' 시위

(도쿄=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도쿄올림픽 선수촌 한국선수단 거주동에 태극기와 함께 이순신 장군의 명언을 연상케 하는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 현수막이 걸리자 16일 일본 극우단체 시위대가 글귀 반대편에서 욱일기를 든 채 시위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이번 대회는 일본에서 개최하는 만큼, 특별한 메시지를 준비했다"며 "선수들의 전의를 끌어올릴 만한 응원 문구를 찾다가 한 직원의 제안으로 해당 현수막을 준비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21.7.16 ondol@yna.co.kr

자랑스럽고 유머 넘치는 이순신 장군 현수막은 나흘 만에 아쉽게 사라졌지만, 그간 욱일기에 모호한 태도를 취해 온 IOC의 판단 변화를 끌어낸 점은 소득이다.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2024 파리하계올림픽 등 이후 올림픽에서 욱일기 사용을 규제할 근거가 될 수 있다.

다만, IOC가 실제 욱일기에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게다가 사실상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이번 대회에서 욱일기를 흔드는 일본 국민을 쉽게 볼 수 없기에 체육회와 IOC의 상호 합의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cany9900@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