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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분교 짓는데 2조원? 후손들 빚더미 앉히려나[뉴스피처]

송고시간2021/07/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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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rJVreyp4Bvg

(서울=연합뉴스) 화려한 야경과 아름다운 다뉴브강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유럽 국가, 헝가리.

그런데 아시아에서 먼 유럽 내륙에 위치한 이 나라가 요즘 중국 때문에 시끄럽다는 소식입니다.

최근 미국 CNN 등 다수 외신에 따르면 헝가리 국민들이 코로나19 시국에도 이렇게 광장에 모여 시위를 하게 만든 것은 중국의 한 대학교입니다.

지난 4월 헝가리 정부가 중국 명문대학 중 하나인 상하이 푸단(復旦)대학교와 헝가리에 '부다페스트 캠퍼스'를 세우는 계약을 맺은 겁니다.

계획대로라면 2024년 세워지는 이 학교는 푸단대의 첫 해외캠퍼스가 되며, 약 6천~8천 명의 '헝가리, 중국, 그 외 국가 출신' 학생들을 유치할 예정입니다.

수도 부다페스트에 중국 대학의 분교가 세워진다는 소식에 지난달부터 수많은 시민이 분노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는데요.

게르겔리 카라소니 부다페스트 시장도 분교 설립 예정 부지 인근 거리 이름을 '홍콩 저항 운동길', '위구르 순교자길' 등으로 바꾸며 항의의 뜻을 나타냈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아시아판(닛케이아시아)은 한 대학순위 평가에서 헝가리 유수 대학교가 세계 500위 밖으로 밀려난 반면 푸단대는 34위에 올랐다고 전했는데요.

헝가리 정부는 이 같은 명문대 분교를 유치하는 것이 연구개발 분야 발전과 신규 투자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수천 명 시민의 시위에서 엿볼 수 있듯이 헝가리 국민의 약 70%가 푸단대 분교 설립에 반대하는 상황이라는데요.

반대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바로 '돈'입니다.

CNN에 따르면 푸단대 분교 설립에 들어가는 자금이 헝가리 전체 교육 예산보다 많다는데요.

헝가리 정부는 이 사업에 투입할 15억 유로(한화 2조200억여 원)가량의 자금 중 대부분을 중국 국영 은행에서 차용할 것으로 알려졌죠.

그러자 '헝가리 국민들의 세금이 중국 공산당 정부의 배를 불려주는 용도로 쓰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한 겁니다

'정부가 빌린 돈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갚게 돼 있다'는 인식, 또 중국에 대한 중부 유럽인들의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정서 등이 대규모 시위를 불러온 셈인데요.

카라소니 시장은 닛케이아시아에 "이 사업은 우리 자손들까지 빚쟁이로 만들 것"이라며 "현 정부가 헝가리 국민보다 중국인들 이익을 우선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더욱이 푸단대 분교 설립 예정 부지가 본래 약 1만 명의 헝가리 학생들을 위해 지어질 기숙사 부지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헝가리 국민들의 분노가 더해졌습니다.

헝가리계 미국인 부호 조지 소로스가 헝가리에 1991년 설립한 중앙유럽대학교를 정부가 2017년 법까지 새로 만들어 내쫓아 놓고 이젠 중국 대학 분교를 유치한다는 사실 역시 논란이죠.

이런 비판에 헝가리 정부는 이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입장을 보여 푸단대 분교 설립이 무산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소식이 전해진 뒤 헝가리 의회가 다뉴브강변의 국유지를 푸단대 분교 부지로 무상 제공하기로 하는 등 당국이 분교 설립 의지를 꺾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죠. 헝가리 의회를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 피데스가 장악하고 있단 점에서 이번 결정은 사실상 오르반 정부의 계획 강행 의지를 드러낸다고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인데요.

사실 오르반 총리는 11년 전 정권을 잡은 후 언론 자유를 탄압하고 성소수자 차별에 앞장서는 등 꾸준히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특히 홍콩보안법을 지지하고, 코로나19 시국에 유럽연합(EU) 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 백신을 승인하는 등 뚜렷한 친중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눈총을 받았죠.

지난해 헝가리 정부가 대규모 철도 건설 사업 계약을 중국 정부와 맺으면서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중국에서 융자하기로 해 이미 국민들 불만이 쌓인 상황에서 또다시 이해하기 힘든 조건으로 맺어진 푸단대 분교 설립 계약이 헝가리인들을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만든 셈이죠.

CNN은 푸단대 분교 설립 논란이 장기간 공고했던 오르반 총리의 정치적 입지마저 흔들고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오르반 총리에 대적하는 6개 야당은 연합을 결성해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내는 합동 서한을 통해 "정권교체에 성공할 경우 푸단대 분교 설립과 철도 건설 사업 모두를 즉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죠.

여타 EU 국가와 각종 이슈에 대립각을 세우고 국민들 우려에도 친중 행보를 계속하며 '마이 웨이'를 걷는 오르반 총리.

그러나 그가 중국 대학까지 수도 한가운데에 세우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면서 헝가리 국민들 사이에 '반(反) 오르반'과 반중 정서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이은정 기자 김지원 작가 김지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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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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