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zine] 소백산 품에서 시름을 잊다 ② 당신이 몰랐던 영주

한밤에 즐기는 부석사·매력적인 구도심·무섬마을 등 즐길거리 많아

(영주=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소백산 자락인 경북 영주에는 한여름 무더위를 식히며 즐길 거리가 많다.

황혼의 어스름 속 부석사와 소수서원 투어는 독특한 매력을 준다.

맑디맑은 내성천 위를 아슬아슬 걸어보는 무섬마을과 소백산에서 서식하는 불여우 탐방도 한여름 폭염과 팬데믹의 시름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관사촌 위 언덕으로 해가 지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관사촌 위 언덕으로 해가 지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 매력적인 영주 구도심

소백산 자락의 내륙 도시 경북 영주는 손꼽히는 여행지는 아니었다. 떠들썩한 축제도, 관광지 인파도 없는 조용한 소도시였다.

저 멀리 경북 봉화와 울진, 영덕으로 가기 위한 교통 중심지 역할이 더 컸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영주 구도심의 오래된 건물들은 향수를 불러오는, 매력 있는 관광 포인트가 됐다.

일대에서 가장 큰 정미소였던 풍국정미소와 지은 지 100년 된 영주제일교회가 대표적이다.

1941년 중앙선 영주역이 개설되면서 교통 도시로 발달한 영주는 최근 KTX-이음 개통으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관광지로도 재조명되고 있다. 영주시는 최근 몇 년 동안 도심재생사업을 통해 낡은 적산가옥과 간판을 깔끔하게 정비했다.

깔끔하게 정비된 영주 구도심 거리 후생시장 [사진/성연재 기자]
깔끔하게 정비된 영주 구도심 거리 후생시장 [사진/성연재 기자]

영광중학교 인근의 옛 영주역 철도 관사 건물들이 있던 이른바 '관사촌' 지역이 요즘 뜨는 곳이다.

기관차 승무원, 역장, 검수원 등 철도 관련 종사자들이 거주하던 곳으로, 지금은 모두 4채가 남아있다.

이 가운데 5호 관사를 찾아 양해를 구하고 내부를 둘러봤다.

85세 전옥녀 씨가 수십 년 동안 거주하고 있는 이곳의 지붕은 예전 그대로인 개량형 기와다.

일제 강점기 지었던 나무 창고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창고 앞에는 파, 고추 등 다양한 채소가 재배되고 있었다.

인근에는 리모델링을 통해 한정식집으로 활용되는 건물도 있다고 한다. 관사촌 주민들을 위한 마을센터 건물도 보인다.

마을센터 위쪽으로 올라가니 야트막한 언덕이다.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관사촌 [사진/성연재 기자]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관사촌 [사진/성연재 기자]

그 아래쪽으로 영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언덕 위에는 시민들이 하나둘씩 느린 걸음으로 산보하며 여름 저녁의 한때를 즐기고 있다.

뒤쪽을 보니 한 달 전에 새로 들어섰다는 카페가 시민들의 산책 공간과 너무 잘 어울렸다. 마침 석양빛을 받은 뭉게구름이 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황혼의 부석사 [사진/성연재 기자]
황혼의 부석사 [사진/성연재 기자]

◇ 서늘한 밤에 즐기는 부석사와 소수서원

영주 여행에서 천년고찰 부석사와 소수서원은 빼놓을 수 없다.

부석면에 있는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년)에 승려 의상대사가 왕명으로 세운 사찰이다.

순흥면의 소수서원은 조선 최초의 사액서원으로 그 의미가 깊다.

영주시와 영주시관광협의회는 최근 해 질 녘 부석사와 한밤의 소수서원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영주야(夜) 한밤에' 여행 상품을 내놨다.

봉황산 부석사의 석양을 즐기거나 야간에 소수서원을 거닐며 오래된 건축물과 별을 함께 둘러볼 수 있는 여행 상품이다.

부석사는 심심하면 한 번씩 다녀오던 절이라 익숙했지만, 해 질 시간에 맞춰 가니 새로운 느낌이다.

같은 공간이지만 시간을 바꿔 또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한 느낌이 들었다. 이 상품은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관광두레' PD가 영주에 상주하며 기획했다.

천년고찰 부석사를 배경으로 한 장엄한 해넘이 장면은 또 다른 감동을 줬다.

부석사의 부석(浮石). 작은 돌들이 아래쪽에서 떠받치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사진/성연재 기자]
부석사의 부석(浮石). 작은 돌들이 아래쪽에서 떠받치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사진/성연재 기자]

마침 비가 예보돼 있어서인지 인적이 끊긴 산사는 더없이 고즈넉했다.

야경 상품은 당일 코스와 1박 2일 숙박 코스가 함께 운영된다고 한다.

당일 코스는 늦은 오후 서울에서 출발해 부석사와 소수서원을 둘러보고 밤에 돌아오는 일정이다.

숙박 코스는 당일 코스를 즐긴 후 영주 선비촌(한옥 체험형)에서 자고 다음 날 영주 죽계구곡, 무섬마을 등을 추가로 돌아본다.

◇ 무섬마을

고즈넉한 무섬마을 [사진/성연재 기자]
고즈넉한 무섬마을 [사진/성연재 기자]

무섬마을은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을 끼고 있는 물돌이 마을이다.

아름답고 흰 모래가 깔린 백사장과 물 맑은 내성천 위로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는 호젓한 시골 마을이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이 마을과 바깥을 잇는 유일한 통로가 외나무다리 하나뿐인 오지였다.

외나무다리는 꽃가마를 타고 시집오는 신부를 맞이했고, 상여에 실려 나가는 망자를 배웅했다.

1979년 수도교가 들어서면서 본래의 기능은 없어졌지만, 2005년 마을 주민들이 복원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무섬마을에는 고종 때 의금부도사였던 김낙풍이 지은 고택 해우당과 반남 박씨의 무섬마을 입향시조가 지었다는 만죽재가 있다.

마을은 전체적으로 고요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다. 민박집이 몇 군데 있고, 식당은 단 한 곳만 있다.

마을 입구에서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준다.

무섬마을 야외 카페에서 파는 옥수수 [사진/성연재 기자]
무섬마을 야외 카페에서 파는 옥수수 [사진/성연재 기자]

눈에 띄는 것은 거대한 팽나무 아래 음료수와 컵라면, 옥수수를 파는 간이매점이다.

'안서방'이라는 명찰을 단 예전 교련복 차림의 매점 주인 안용수 씨는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다.

팽나무 나이를 묻자 수백 년 된 것이 아니라, 의외로 딱 54살밖에 안 된 나무라고 한다. 장인어른이 딸을 낳은 해 심었다는 것이다.

"장인어른 덕분에 커다란 그늘이 생겨 이렇게 장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너스레를 떤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오미자 원액을 넣은 주스를 한 잔 시켰다. 스타벅스에서 파는 것보다 달고 시원했다.

◇ '불여시' 사는 소백산

여우생태관찰원의 붉은 여우 [사진/성연재 기자]
여우생태관찰원의 붉은 여우 [사진/성연재 기자]

소백산 자락인 순흥면에는 꼬리 아홉 달린 여우를 떠오르게 하는 '불여우'가 사는 곳이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은 방언으로 우리나라 토종 여우인 붉은여우를 '불여시'라고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설립한 여우생태관찰원이 그곳이다.

2016년 개관한 여우생태관찰원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토종여우를 복원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 있는 여우는 한반도 토종인 붉은여우다.

과거에는 한반도 전역에 걸쳐 서식했지만, 1960년대 쥐잡기 운동 등으로 인한 먹이 부족과 농약 중독 등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다고 한다.

1981년 조사 때는 전국의 40여 개 지역에서 관찰됐지만 1989년 이후 종적을 감췄다.

지금 관찰원에 있는 여우는 중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현재 50여 마리가량 된다.

붉은여우는 다 자라도 60∼80cm, 무게는 5∼8kg 정도에 불과하다.

소백산 산비탈에 마련된 생태학습장에는 많은 여우가 서식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하루 다섯 차례 관람에서 3차례로 관람 횟수가 줄었다고 한다.

여우생태관찰원 [사진/성연재 기자]
여우생태관찰원 [사진/성연재 기자]

때마침 한 가족이 여우를 관람 중이었다.

여우는 설치류와 과일 등을 먹으며, 야산에 굴을 파고 산다.

여우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 것은 여우가 무덤 주변에 굴을 파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덤을 훼손해 먹이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경사가 완만한 데다 무엇보다 햇볕이 잘 들어 여우가 생활하기 알맞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관찰원 정대호 박사는 "습기가 많은 곳보다 양지바른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무덤가에 굴을 판 경우가 있었을 것"이라며 "최근에는 그런 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 인삼과 인견

영주를 방문한 사람들은 지역 특산품인 인삼과 인견 제품들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인견은 나무나 종이 등을 화학 용제로 녹인 뒤 실로 뽑아내는 방식으로 만든 섬유를 말한다.

풍기읍의 특산물이기도 하다.

수년 전 인견 속옷을 구입한 덕분에 여름이 오면 그 고마움을 느끼던 터였다.

시원한 촉감의 인견 [사진/성연재 기자]
시원한 촉감의 인견 [사진/성연재 기자]

중앙고속도로 풍기나들목 인근인 봉현면에는 인삼과 인견 제품을 판매하는 대규모 쇼핑센터와 관련 제품 생산공장이 집합된 '영주일반산업단지'가 있다.

'어떻게 이런 대규모 인견 쇼핑단지가?'라는 의아함을 안고 풍기인견백화점 안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깜짝 놀랐다.

인견 제품을 쇼핑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풍기인견백화점 김순연 실장은 팔로 촉감을 느껴볼 것을 권했다. 인견 제품은 팔에 달라붙지 않고 스르륵 밑으로 떨어지는 게 아닌가.

나무 재질로 돼 여름에 특히 시원하며, 아무리 땀이 나도 달라붙지 않는다고 한다.

둘러보니 세련된 디자인의 고가 인견 제품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그냥 가기 아쉬워서 속옷 몇 장을 샀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역시 산업단지 내의 인삼 공장이었다. 깔끔한 외관을 한 김정환홍삼 사옥이었다.

찌고 남은 잔뿌리와 굵은 삼은 피부 미용 등에도 활용한다. [사진/성연재 기자]
찌고 남은 잔뿌리와 굵은 삼은 피부 미용 등에도 활용한다. [사진/성연재 기자]

아래쪽에는 홍삼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이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이유는 금요일마다 홍삼즙을 짜는 모습을 카페에서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매주 금요일 오후 2시가 되면 따끈한 홍삼 제품을 즉석에서 마실 수 있다.

기왕 들른 김에 홍삼 제품 생산 공정을 직접 보기로 했다. 김보미 부사장의 안내를 받아 방역복과 모자를 쓰고 공장으로 들어갔다.

마치 반도체 공장 출입 절차를 밟는 듯했다. 김 부사장은 홍삼을 찌고 난 뒤 남은 자루를 풀었다.

굵은 6년 차 삼을 담은 자루와 잔뿌리들만 있는 자루가 따로 보관돼 있다.

그는 "굵은 홍삼이 사포닌 성분이 더 많고 구수한 맛이 느껴진다"고 했다.

제품에는 굵은 삼과 잔뿌리가 6대 4 정도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대기업 브랜드를 가진 제품들과 차별화된 부분이라고 김 부사장은 자랑스럽게 말한다.

카페로 돌아와 편안하게 여러 홍삼 제품을 맛봤다.

그는 이 카페가 소비자들과 기업을 잇는 소중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환 홍삼 1층의 카페 [사진/성연재 기자]
김정환 홍삼 1층의 카페 [사진/성연재 기자]

◇ 막걸리 체험 만수주조

바쁜 여정 가운데 시간을 쪼개 체험활동을 하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영주 시내에 있는 만수주조는 막걸리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느 막걸리 공장과 다를 바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일단 깔끔한 외형에 놀랐다.

마치 카페처럼 꾸며놓은 막걸리 만들기 체험장도 만족스러웠다.

비교적 짧은 업력을 가진 만수주조는 이보영 대표의 아버지가 2010년 창업한 곳이다.

74살의 나이에 막걸리 주조에 뛰어든 아버지 덕분에 이 대표는 늘 여러 가지 잔심부름을 해야만 했다. 결국은 자연스럽게 주조업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단순히 지역을 대표하는 막걸리에 머물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그는 관광과 접목한 상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2014년 지방자치단체와 농촌진흥청 등으로부터 지원금을 얻어 술빚기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발효체험학교 띄움'이라는 소기업도 창업했다.

띄움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효모와 고두밥을 비비는 장면 [사진/성연재 기자]
효모와 고두밥을 비비는 장면 [사진/성연재 기자]

이제 직접 막걸리 만들기 체험을 할 시간이다. 이 대표의 지시에 따라 고두밥을 손으로 주무르며 과정을 시작했다.

우선 효모와 고두밥을 섞는다. 이 대표는 이 과정이 효모를 깨우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사전에 손을 씻고 세정제 소독까지 하는 것은 물론이다.

고형으로 된 효모를 손으로 잘게 부순 뒤 잘 주무르자 고두밥과 효모가 섞였다. 이어 효모와 섞인 고두밥을 2ℓ짜리 용기에 담았다. 약식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이지만 대략 30분이 걸렸다.

이 대표는 이 지역 청년들과 함께 주민이 중심이 되는 '주(酒)디스트'라는 기업도 창업했다. 술과 아티스트라는 단어를 결합해 만든 이름이라고 소개했다.

이 기업은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두레 사업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효모와 고두밥을 비비는 이보영 대표 [사진/성연재 기자]
효모와 고두밥을 비비는 이보영 대표 [사진/성연재 기자]

관광공사 대구지사는 KTX와 렌터카, 관광두레 주민사업체 체험 결합상품에 대해 1인당 2만원의 체험비를 지원한다.

1대 1로 진행되는 수업 도중 의외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이 대표는 "코로나19로 단체 관광객들은 많이 줄었지만, 사람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그랬다. 코로나19는 이제 한 사람, 한 사람의 의미가 더욱 중요한 시대로 우리를 되돌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교통과 온라인이 지금처럼 발전하기 전, 만나는 사람의 수가 한정됐던 때로 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욱 강화돼 이제 수도권을 비롯한 대부분 도시에서는 저녁 식사도 2명으로 제한된 상태다. 내 앞의 바로 이 사람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됐다.

야외 테이블이 있는 카페 담원의 돈까스 [사진/성연재 기자]
야외 테이블이 있는 카페 담원의 돈까스 [사진/성연재 기자]

◇ Information

부석사와 소수서원을 둘러보는 승우여행사 '영주야(夜) 한밤에' 투어는 한국관광공사와 협력한 승우여행사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안전하게 1회당 최소 12명부터 최대 21인까지 모집해 진행된다.

여행공방의 '내게와 영주'상품을 통해 여행을 하면 영주시는 1박2일 또는 당일 렌터카를 사용할 수 있는 렌터카 이용권과 영주사랑 5천원짜리 상품권을 지원한다. 원래 10월까지 판매할 예정이었으나 벌써 절반 이상 팔려 조기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문수읍의 카페 담원은 야외 테이블이 있어 안심하고 식사할 수 있다.

영주 시내의 중앙식육식당은 저렴한 가격에 맛난 소 갈빗살을 맛볼 수 있다.

39년 전통의 정도너츠는 정직한 재료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본사 건물에도 야외 테이블이 있어 안심하고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관사촌 언덕 위의 카페 브리즈는 흑임자 라떼가 맛있다.

야외 테이블이 있는 정 도너츠 [사진/성연재 기자]
야외 테이블이 있는 정 도너츠 [사진/성연재 기자]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8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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