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SG 경기는 왜 항상 늦게 끝날까
송고시간2021-06-29 11:16
수비 길고, 공격도 길어…1점 차 이하 경기는 11차례 최다
선발진 붕괴 속에서도 악착같이 이기려는 모습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경기 시간이 가장 긴 팀은 SSG 랜더스다.
SSG는 28일까지 올 시즌 한 경기를 마치는 데 평균 3시간 25분이 걸렸다.
평균 경기 시간이 가장 짧은 삼성 라이온즈(3시간 13분)보다 12분이 더 길다.
올해 KBO리그 경기 시간이 전반적으로 길어졌다는 점을 고려해도 SSG의 경기 시간은 긴 편이다.
최근 3년 동안 SSG보다 경기 시간이 긴 팀은 2018년 롯데 자이언츠(3시간 29분)뿐이다.
사실 SSG는 경기를 오래 펼치는 팀이 아니었다.
지난해엔 한 경기 평균 시간이 3시간 10분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짧았다. 2019년엔 3시간 9분으로 키움 히어로즈(3시간 8분)에 이은 2위였다.
SSG의 경기 시간은 왜 이렇게 갑자기 길어진 것일까? 이유가 있다.
먼저, SSG의 전력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SSG는 올해 공격 시간과 수비 시간이 모두 길다.
SSG는 올 시즌 선발진이 무너지면서 마운드 전력이 약해졌다.
팀 평균 자책점 4.86으로 10개 구단 중 8위를 기록 중이다. SSG의 팀 평균 피출루율은 0.359인데, 이는 최하위 한화 이글스(0.358)보다 높다.
투수들이 많은 주자를 내보내고 많은 실점을 기록한다. 수비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공격 시간도 길다.
올 시즌 SSG는 출루 능력이 좋은 추신수의 합류로 팀 분위기가 변했다. 안타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출루에 신경 쓰는 분위기다.
SSG의 팀 출루율은 0.355로 이 부문 5위를 달리고 있다. 경기 시간을 줄이는 병살타(45개)는 10개 구단 중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적다.
팀 운용 방식과 선수들의 자세도 경기 시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SSG는 지난달 문승원, 박종훈 등 토종 원투 펀치와 기존 외국인 선수 아티 르위키 등 선발 투수 3명이 한꺼번에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팀 운용 방식을 바꿨다.
에이스 윌머 폰트와 주력 선발 투수 오원석이 선발 등판하는 경기는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로 분류해 필승 조를 대기시킨다.
반면 대체 선발 3명이 등판하는 경기는 '경기 초반 흐름을 살펴보며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경기'로 분류해 상황에 따라 대처한다.
대체 선발이 경기 초반 난타를 당해 대량 실점하거나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면 불펜 투수를 아끼고 다른 경기에 더 집중한다.
선발진이 완전히 붕괴한 SSG로선 최선의 경기 운용 방식이다.
그런데 SSG 선수들은 '버려도 되는 경기'에도 이를 악물고 늘어져 접전 상황을 많이 만들어냈다.
최근 NC와 원정 3연전에서도 그랬다. 대체 선발 3명을 투입했는데 모두 1점 차 이하의 경기를 펼쳤다.
SSG는 25일 NC전에서 대체 선발 신재영이 2⅔이닝 동안 5실점 하며 조기 강판했는데, 뒤이어 나온 장지훈이 2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잘 버텼다. 타선도 폭발해 접전 경기를 만들었다.
26일 NC전에서는 대체 선발 김정빈이 3이닝 7실점으로 부진했지만, 타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무승부 경기를 펼쳤다.
SSG 선수들은 말 그대로 매일매일 모든 힘을 쏟아내고 있다. 승산이 적은 경기에도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경기 시간은 길어지고 있지만, SSG 팬들이 많은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일단 SSG는 당분간 경기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버티기 작전'으로 팀을 운용할 계획이다.
새 외국인 투수 샘 가빌리오가 합류하고 올림픽 브레이크 기간 선수들이 체력을 재충전한다면 시즌 후반기에도 무너지지 않고 상위권 싸움을 펼칠 수 있다고 믿는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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