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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사제 성학대 책임지겠다" 독일 뮌헨 대교구장 사임 반려

송고시간2021-06-11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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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저명한 진보개혁 성향 추기경이 지난 수십 년간 광범위하게 자행된 사제의 미성년자 성학대 사건에 대한 공동 책임이 있다며 대교구장직 사임계를 냈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반려했다.

10일(현지시간) 교황청 발표와 AFP 통신 등의 내용을 종합하면 독일 뮌헨-프라이징 대교구장인 라인하르트 마르크스(67) 추기경은 지난주 독일 가톨릭교회가 성 학대 사건을 제도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루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대교구장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낸 사임 서한에서 "과거 성직자들이 저지른 성범죄라는 재앙에 대한 책임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스스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낼 한 가지 방법이 사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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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 마르크스 추기경에 "직책 유지하며 개혁 헌신" 당부

독일 뮌헨-프라이징 대교구장인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 [AP=연합뉴스]

독일 뮌헨-프라이징 대교구장인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 [AP=연합뉴스]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독일의 저명한 진보개혁 성향 추기경이 지난 수십 년간 광범위하게 자행된 사제의 미성년자 성학대 사건에 대한 공동 책임이 있다며 대교구장직 사임계를 냈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반려했다.

10일(현지시간) 교황청 발표와 AFP 통신 등의 내용을 종합하면 독일 뮌헨-프라이징 대교구장인 라인하르트 마르크스(67) 추기경은 지난주 독일 가톨릭교회가 성 학대 사건을 제도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루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대교구장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2012년부터 작년까지 독일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을 지낸 마르크스 추기경은 재임 당시 사제의 미성년자 성폭력 범행에 대한 실태 조사를 진행하도록 했고 그 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1946∼2014년 사이 1천670명의 사제가 관련 범죄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확인된 피해자만 3천677명에 달하는데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해당 보고서 내용은 독일 가톨릭계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독일 핵심 교구인 쾰른 교구의 사제 성학대 범죄 관련 보고서가 추가로 공개되며 논란은 증폭됐다.

작년 2월 바티칸에서 교황을 알현한 마르크스 추기경. [AFP=연합뉴스]

작년 2월 바티칸에서 교황을 알현한 마르크스 추기경. [AFP=연합뉴스]

특히 쾰른 교구장인 라이너 보엘키 주교가 작년에 초기 조사 결과 공개를 거부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가톨릭계의 부도덕성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결국 마르크스 추기경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대교구장 직을 내놓은 것이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낸 사임 서한에서 "과거 성직자들이 저지른 성범죄라는 재앙에 대한 책임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스스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낼 한 가지 방법이 사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가장 우선하는 것이 직무가 아니라 복음의 사명임을 보이고 싶다. 이 역시 사목의 일부"라며 "제 사임을 수리해줄 것을 강력히 청한다"고 썼다.

하지만 교황은 과거 사건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려는 마르크스 추기경의 용기와 진정성을 평가하면서도 사임계는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교황은 마르크스 추기경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당신이 제안한 대로 (사목적 역할을) 계속하되 뮌헨-프라이징 대교구장으로서 그 일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성범죄 이슈로 가톨릭교회 전체가 위기에 처했다. 이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면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개혁이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독일 가톨릭 교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자 교황의 교회 운영을 보좌하는 추기경 자문단의 일원이다. 교황이 추진해온 교회 개혁의 강력한 지지자이기도 하다.

사제독신제와 여성의 성직 임명, 평신도 역할 확대, 동성애자 인정 등 교리·사회적 이슈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교황으로서는 갈 길이 먼 교회 개혁 작업의 든든한 우군을 잃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교황의 사임계 반려 결정에 마르크스 추기경은 입장문을 통해 자신 앞에 놓인 거대한 도전을 받아들이겠다면서 교회 혁신에 더 기여할 방법을 숙고하겠다고 밝혔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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